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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ㅣ 열림원 세계문학 4
헤르만 헤세 지음, 김길웅 옮김 / 열림원 / 2023년 12월
평점 :
1946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헤르만 헤세는 1877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선교사인 아버지와 선교사의 딸이었던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그는 14살에 신학교에 입학했지만, 자신의 뜻과는 달라 7개월 만에 학교를 그만둔다. 헤세가 정말 원했던 것은 시인이었다.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고 맹세한 그는 서점 점원으로 일하면서 1898년에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를 출판했다.
생전에 두 번의 전쟁과 세 번의 결혼을 경험한 헤세는 심각한 우울증으로 두 번에 걸쳐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헤세의 우울 장애는 『데미안』을 쓰던 1916년에서 『싯다르타』를 구상하던 1919년 사이에 절정에 달한다.
이 작품에선 이원성을 근거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데, 이러한 글은 불행한 개인적 경험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헤르만 헤세는 1911년 인도 여행길에 오른다. 1913년 그는 여행기 『인도에서』를 출간하고, 소설 『싯다르타』는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1922년 출간됐다.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지든, 나는 이 길을 가고 싶다.
싯다르타
소설 『싯다르타』는 주인공인 인도 브라만 계급 출신 청년 싯다르타가 친구 고빈다와 함께 깨달음을 얻기 위해 걸어가는 '구도의 길'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싯다르타'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브라만 계급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숲으로 들어간다. 그가 순례를 떠나는 길엔 친구 '고빈다'가 함께한다. 둘은 사문들 틈에 섞여, 그들과 동행하며 그들에게 복종하는 삶을 산다.
싯다르타에게는 목표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유일한 목표이기도 했다. 비우는 것, 갈증을 비우고, 소망을 비우고, 꿈을 비우고, 기쁨과 번뇌를 비우는 것. 자기 자신을 죽이는 것. 더 이상 자기 자신이 되지 않는 것. 마음을 비우고 고요함을 찾는 것. 자아 가는 관념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기적을 마주 대하는 것. 이것이 그의 유일한 목표였다. p.29
싯다르타는 모든 자아가 극복되고 죽어버린다면, 최후의 것이 깨어날 것이라 생각하고 그 위대한 비밀을 깨닫기 위해 사문들과 수행한다. 하지만 곧 그는 깨닫는다. 사문 중 어느 누구도 열반에 이르지 못했고, 이렇게는 고빈다와 자신도 열반에 오르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그래서 그는 자신의 길을 찾아 사문을 떠난다.
고빈다와 싯다르타는 붓다인 '고타마'가 있는 곳에 찾아간다. '고타마'를 본 순간 싯다르타는 그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을 인지한다. 고빈다는 '고타마' 곁에서 가르침을 받기를 원했고, '고타마'는 그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싯다르타는 그의 곁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길을 떠난다.
'고타마'의 법문을 들었을 때 그는 깨닫는다.
가르침을 통해서는 그 누구도 구원을 이룰 수 없습니다. p.57
그는 가르침을 통해서는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깨달음은 제 스스로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싯다르타는 홀로 순례를 떠난다.
나 자신에게서 배울 거야. 나 자신의 제자가 되고, 나 자신을 알고 싶어. 싯다르타라는 비밀을 알고 싶어.
순례길에 싯다르타는 여인 '카말라'를 만난다.
'카말라' 옆에 머무르며 싯다르타는 세상을 경험한다.
"누구나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주지요. 전사는 무력을, 상인은 상품을, 스승은 가르침을, 농부는 쌀을, 어부는 생선을 줍니다."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당신이 배운 것,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저는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는 기다릴 수 있습니다. 저는 단식 정진할 수 있습니다." p.102
싯다르타는 한동안 세속적인 삶, 욕망에 물든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는 그런 세계에 속하지는 않았다. 다양한 세상을 맛본 그는 이제 다시 떠나야 할 시간이 왔다는 것을 직감하고, 떠난다.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깨닫는다.
그가 젊은 시절 사문에서 배웠던 것은 단식, 기다림, 사유였다. 이것이 그의 재산이자 능력이었다.
그런데 세속적인 삶에서 떠나 자신을 바라보니, 감각적 쾌락, 부유한 삶, 부귀를 위해 그의 재산이자 능력이었던 단식, 기다림, 사유를 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싯다르타는 생각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고, 생각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지도 않았다.
죽으려고 생각할 때 싯다르타는 '강의 소리'를 들었고, '바수데바'라는 사공을 만났다.
'바수데바'와 함께 하면서 또 다른 깨달음을 얻는다.
구한다는 것은 목적을 갖는 것입니다. 그러나 깨닫는다는 것은 자유로워지는 것이죠. 열린 마음으로 아무런 목적도 갖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p.208
『데미안』을 처음 읽었던 내가 학생이었을 때는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고 책을 다시 들었을 때, 고전의 힘을 느꼈다.
『싯다르타』도 '데미안'과 같지 않을까?
책이 배달 왔을 때, 이런 걱정이 먼저 들었다.
읽고도 내용이 어려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일반 소설책을 읽는 듯이 막힘없이 술술 읽혔다.
읽기 쉬우면서도 내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