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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평점 :
온다 리쿠는 1991년 『여섯 번째 사요코』가 제2회 일본 판타지노벨 대상 최종 후보작으로 뽑혔고, 1992년에 출간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2017년 『꿀벌과 천둥』으로 '나오키상'과 '일본 서점 대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노스탤지어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일본 작가이다.
온다 리쿠는 데뷔 30주년을 맞아 자신이 호러 체질인 작가라는 것을 깨달았으며, 그동안 정기적으로 무서운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커피 괴담』은 데뷔 30주년을 맞은 작가가 실제로 존재하는 가게들을 모델로 삼아, 자신이 직접 겪고 들은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연작 소설이다.
레코드 회사의 프로듀서 '쓰카자키 다몬'은 교토에 있는 친구 '오노에'로부터 초대를 받게 된다. 찜통더위에 교토의 한 카페에서 다몬은 '오노에'와 '미즈시마'를 만난다. 거기서 '오노에'는 카페를 순례하며 각자 알고 있는 괴담을 들려주는 모임으로 '커피 괴담'을 제안했고, 친구들은 몇 차례 만남을 가지며, 괴담을 이어나간다.
첫날 모임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구로다'라는 이름을 가진 검사까지 네 명의 중년이 한 카페에서는 단 하나의 괴담만을 이야기한 후,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또 다른 카페에 가서 새로운 괴담을 시작하는 것이 '커피 괴담'이라는 모임의 규칙이다.
모임의 시작은 항상 같은 말 "커피 괴담에 잘 오셨습니다."로 시작한다.
"난 뭐가 무섭냐면, '찜통더위'라는 말이 무서워." p.30
거의 첫 장면에 '다몬'은 괴담으로 "난 '찜통더위'라는 말이 무서워."라는 말을 했다.
이건 뭐지?
책을 읽으며, 가장 의문이 들었던 장면이다.
이 말에 '오노에'는 "왠지 내가 길바닥에서 푹 쓰러지는 장면을 상상하게 돼."라고 했고,
의사인 '미즈시마'는 "위험해. 화상과 탈수 증상, 중증 열사병이지."라는 말로 맞장구쳤다.
'다몬'은 그런 더위를 '찜통더위'라고 이름 붙인 언어 센스가 무섭다고 했다. '솜으로 목을 조르는 듯하다'는 표현에 필적하는 무서움이라며, 서서히 조이는 느낌? 부드러운 것으로 못을 조르면 흔적은 남지 않지만 무척 고통스럽다고 했다.
'찜통더위'도 괴담이 될 수 있구나!
책에는 커피 괴담에서 나온 이야기를 통해 검사인 '구로다'가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장면도 나온다. 나도 가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기도 하는데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던 책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괴기스럽게 또는 기묘하게 다가온 이야기들이 많았다.
책에는 잔인하거나 괴기스러운 장면보다는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어디선가 볼지도 모르는 '도플갱어'이야기, 내 앞을 지나가던 여자가 갑자기 사라진다거나, 처음 와 본 곳이지만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드는 '데자뷔' 같은 현상 등
네 명의 중년이 이어가는 괴담은 작가가 직접 겪고 들은 이야기들로 엮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들은 잔잔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등골이 서늘해진다.
'온다 리쿠'의 책을 처음 접해 봤는데, 작가가 왜 '노스탤지어의 마술사'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