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가성비의 시대가 불러온 콘텐츠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
이나다 도요시 지음,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1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주인공과 관련 없는 장면, 대화가 없거나 풍경 묘사 등 지루한 장면은 건너뛰는 '빨기 감기'를 하며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튜브를 사용하다 보면 하단에 배속 버튼이 있다. 이 배속 버튼은 정말 세세하게 느리게 시청도 빠르게 시청도 가능하게끔 되어 있다. 유튜브에는 방대한 양의 콘텐츠들이 자리 잡고 있음으로 이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서 배속하는 것으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드라마나 영화같이 시간의 배열에 따라 세세한 감정의 변화를 포착해 낼 수 있는 작품들에서까지 빨기 감기가 사용된다는 것은 정말 놀랍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에서도 배속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왜 사람들은 빨리 감기로 영화를 관람하며 빨리 감기로 보는 것이 영상을 효율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일종의 '가성비적 선택'으로 생각할까? 도서 영화를 빨기 감기로 보는 사람들에서는 '빨리 감기'를 비롯한 Z세대가 추구하는 생활방식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가성비적 삶에 대하여
1. 시간 가성비
Z세대가 빨리 감기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제대로 된 속도로 시청을 하게 되면 시간이 낭비되는 기분을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이 나오지 않거나 사람이 나오더라도 대사가 없는 장면, 혹은 대사가 있다 하더라도 결말과 상관없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건너뛰어 버린다. 시청에 있어 디테일은 중요하지 않다는 평이다. 하여 작품을 관람하기도 전에 미리 결말을 인터넷에서 알아보고 알고 시청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2. 감상용 영상과 정보 수집용 영상
영화나 드라마를 빨리 감기로 보는 이들에게 있어 영상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보고 싶다'가 아닌 '알고 싶다'의 정보 수집 목적용이고 두 번째는 기본 배속으로 영상을 시청하며 소화시키는 '감상용'이 있다. 첫 번째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할 때 건너뛰기와 빨리 감기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한 유학생은 자신의 친구가 '주술 회전'이라는 애니메이션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자. 유행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 24화나 되는 것을 빨리 감기를 통해 시리즈를 전부 시청하고, 이런 말도 안 되는 내용이 어떻게 인기를 끌고 있는지 알지 못하겠다고 평했다고 한다. 이 유학생의 친구는 유행하는 이유를 그저 '알기' 위해서 전 시리즈를 시청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다른 사람은 알고 있지만 나는 잘 모른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기에 '안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영상을 빨리 감기해 시청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내용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안다'는 것으로 비판하는 자격이 생기기 때문에 이런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유학생은 말했다.
3. 감정 절약
불쾌한 감정은 느끼고 싶지 않아 자신이 좋아하는 장면만 여러 번 반복해서 보고 시청했을 때 마음이 괴로워할 만한 장면은 건너뛰기 해버린다. 빨리 감기와 건너뛰기를 통해 감정이입을 막고 자신이 느낄 감정들을 절약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한 대학생은 같은 영상을 반복적으로 보는 이유에 대해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복선이 깔려있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영상, 예상하지 못한 반전, 실처럼 꼬인 전개는 시청자에게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아닌 불쾌함을 주는 요소로 여기기도 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시청자의 입맛'대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한다고 한다. 나와 같은 감정선을 가진 영상만 시청하고 다른 것은 배제하는 것이다.
도서에서는 모든 곳에서 '가성비'를 추구하는 삶의 위험성을 알려준다. '빨리 감기', '건너뛰기' 버튼이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적용된다는 것은 인간의 풍부한 감정을 느끼기보다는 핵심적으로 내가 원하는 감정만을 정보만을 얻고 싶다는 것이다. 가성비의 시대가 불러온 콘텐츠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는 어쩐지 인간 본연의 모습이 조금씩 색을 잃어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