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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의 설계자들 - 1945년 스탈린과 트루먼, 그리고 일본의 항복 ㅣ 메디치 WEA 총서 8
하세가와 쓰요시 지음, 한승동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아시아에서 진행되었던 전쟁의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 뒷이야기를 작가 하세가와 쓰요시는 '종전의 설계자'란 도서 안에 담았다. 일본인이었기에 이러한 방대한 양의 자료들을 찾아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왜 그들은 '패전'이 아닌 '종전'을 선택하였는 가. 왜 아직 일본은 해외 자위대 파견 및 주둔에 총력을 기울이는가.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움직임의 이유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다.
책을 읽고 난 느낌은 이러하였다. '애석하다'
8월 15일 기미가요의 연주 후에 이어진 천황의 육성으로 진행된 종전 조서 방송.
이 라디오 방송에서는 전쟁에 대한 그 당시 일본 정부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듯했다. 타국의 주권과 영토를 침범할 의도는 없었으며, 미국과 영국 두 나라를 향한 선전은 일본의 "자존"과 동아시아의 안정을 위해서였다고 말하는 천황. 적이 사용한 폭탄으로 인해 무고한 백성이 살상당하며 참해되는 것은 국가의 손실로 보았으나 자국이 아닌 타국의 무고한 생명들은 그들에게 있어 자존을 위한 수단으로써 사용되었을 뿐이었다. 만세를 위한 태평천하가 수많은 이들의 피 위에 세워지는 것이라면 그 만세를 누리는 자는 무엇이 되는 것이란 말인가.
8월 15일 종전 방송에도 불구하고 항복을 위한 대본영 휴전 명령은 하지 않았다. 8월 16일에 이르러서야 대본영은 전투행동 중지 대륙명을 내렸으며. 대륙 명의 구체적인 정전 기한은 기재되어 있지 않은 채였다. 소련군의 적국(일본)의 항복 기준은 모든 무기를 내려놓으며 군사 행동을 중지하였을 때 항복한 것으로 간주하기로 하였다. 하여 종전 방송을 하였던 15일과 그전의 날들까지는 군사 행동을 멈추지 않았던 것이며, 이는 계속해서 전투 상황을 이어가라는 암묵적인 명령이었던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소련 또한 공격을 멈추지 않으며 이러한 행동에 대해서 미국 정부는 걱정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소련의 땅따먹기 게임이 시작되는 것과 같아 보이기 때문일까. 16일 일본 정부에서 전투행동 중지 대륙명을 내리고 이로써 태평양 전쟁은 끝이 났지만, 태평양 전쟁에서의 승국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책의 한 부분의 말과 같이
'태평양전쟁 종결 드라마에는 영웅도 없고 악인도 없다. 이에 관여한 지도자들은 살아 있는 인간들이었다. 바꿔 말하면, 태평양전쟁은 각자의 욕망, 공포, 허영심, 분노, 편견을 지닌 채 결정을 내린 인간들의 드라마였다. 하나의 결정이 내려질 때마다 그 뒤의 결정을 위한 선택지가 좁혀졌다. ... 지도자들은 다른 결정을 내리고 다르게 종결지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 페이지 518)
"전국이 반드시 호전되진 않고"라는 표현을 통해 분명하게 표현하진 않았지만. 일본의 종전 선언이 단순히 원자폭탄 투하의 사건으로만 종전을 결정지은 원인이 아닌 "전국이 반드시 호전되진 않는다" 소련의 참전으로 인해 더 이상 전쟁을 진행하는 것은 승리를 예측하기도 전에 소련에 의해 국가의 침략을 염려했던 것을 아니었을까 작가 역시 이와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었다. 소련이 세력을 팽창해 나간다면 만주와 북한, 쿠릴열도, 홋카이도 침공의 가능성을 생각할 수도 있었다. 이 소련의 세력 팽창은 미국과는 대립되는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말 것이며, 그렇게 될 경우 일본은 현재의 일본 이란 국가로써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전쟁 이후에도 소련과의 가능한 교섭의 카드가 남아있다고 생각했던 일본은 소련의 전쟁 참전 의사와 함께 패전국이 된다면 더 이상 같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순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전쟁을 경험하며 각국의 국력과 전쟁 스타일까지 분석하고 있던 일본이 과연 이 전쟁에서의 일본의 위치와 승패를 예측하지 않을 수 있을까? 분명 일본은 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패전을 선언하진 않았다. 종전 또한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고, 전쟁이 끝났음을 알리는 비유의 표현들뿐이었다.
태평양 전쟁에 참전하였던 국가들.
그들은 아시아의 지배권에 대해 손에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아직까지도 그 기회를 엿보며 열망하고 있진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