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치로폼 박스에 들어 있는 딸기는 무척 맛있어 보였다. "이거 밑에는 곪고 그런거 아니죠?""아니야 아니야. 한개라도 그런거 있음면 가져와 무조건 바꿔줄텡게, 무조건 가져와" 나는 그냥 피식 웃었다. 윗 딸기에 눌려서 대여섯개는 곪았을텐데 한개도 아니그렇댄다. 집에 와서 열어본 딸기 박스는 형편 없었다. 대여섯개 곪은 정도였다면 나는 다시 차를 타고 이십여분을 나와서 딸기를 바꾸는 일은 하지 않았을 거다. 딸기 상자를 본 아주머니는 말씀 하셨다.  

" 아니, 그 많은 상자 중에 하필이면 그걸 골라갔데 그랴~~" 

2. 샤머니즘에 관련한 그림을 그린댄다. 그게 무슨 그림일지 모르겠지만, 이 건방진 후배녀석은 내게 "샤머니즘" 한 단어를 던져놓고 자료수집및 정리를 해 내놓으랜다. 느낌이 팍 오는 무언가를 찾아내면 작품을 시작할꺼라나..  꽤 된 일이지만 이녀석은 전에도 내게 고흐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요구한적이 있다. 결국 그려낸 작품은 귀 한짝이였지만 ... 그 작품에 대한 내 평가는 단호하다. "썩을놈" 그런 녀석의 자료수집 요구가 당연히 마땅할 리가 없다. 내 대답은 "됐어. 니가 하셔"  

"내가 이번에 제대로 된 작품을 못 그려내서, 준비하고 있는 작품전이 잘못 되기라도 하면 그건 모두 선배탓이야~!"  

전화기 넘어로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전화를 뚝 끊어버린다.  

3. 그가 키스를 하는 동안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하나였다 '세수 하고 싶다' 내 얼굴 전체를 먹어버릴듯한 기세로 열심히 침을 발라대던 그도 드디어 침이 말랐는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득의 양양한 표정으로 묻는다" 좋았어?" 아마 지금이라면 뭔가 좀 더 세련되고, 남자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만드는 대답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땐 어렸고, 게다가 직접화법 신봉자이기 까지 했다  

"니 침때문에 속눈썹이 떨어진것 같으니 좀 봐줄래?" 

갸웃하던 남자의 얼굴이 급속도로 굳어간다. 그러더니 여자가 무드도 없이 부터 시작해서, 이제까지 자기가 키스했던 여자들의 아행행하고 므흣하며 멜랑꼴리 했떤 기분들 까지 읇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내게 

"평생 키스를 느끼지 못할것" 

이라는 저주를 아끼지 않고 퍼부어 주었다.  

4, 백만년만의 스파링 이였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관리해 오지 않은 몸은 간만의 과격한 운동을 버텨내지 못했다. 2분씩 고작 4라운드 만에 폐는 터져나갈것 같고, 입은 바짝바짝마르고, 무릎은 후들거린다. 더 이상 뛰는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나는 이제그만 하자는 뜻으로 오른손을 들었다. 그리고 가드를 내렸다. 순간 오른쪽 턱으로 들어오는 카운트 펀치. 잠깐 눈을 감았다 뜬것 같은데, 5분이 흘러있었다. 나중 이야기지만 나의 스파링 상대는 내가 오른쪽 손을 든게, 오른쪽으로 들어오라는 뜻인줄 알았댄다. 딩딩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턱관절을 이리저리 돌려보는 내게 그가 소리친다. 

"멍청하게 그걸 몸으로 받아내냐?" 

그리고 이어지는 카운트 펀치보다 묵직한 말 

"몸부터 다시 만들어 임마. 기집애도 아니고, 그게 뭐냐?" 

쓸대없는 이야기  

1. 그의 저주는 그런대로 효력이 강했다. 나는 누가  말하는 뒷골이 송연하며, 온몸이 쭈뼛거리는 키스의 느낌은 받아보지 못했다. 내가 키스에 내린 가장 후한 평가는"발다닥이 간지러울랑 말랑했어"정도 

2. 복싱을 잘하는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이유는 주먹이 부딪히는 순간  상대를 조금씩 읽을 수 있다는 거다. 한 여자 복서가 짐념과 짐념이 부딪히는게 복싱이라고 했듯이. 삶과 삶이 부딪히는게 복싱인것 같다(고 어디선가 주워들은것 같다) 그 양반의 주먹을 받는 순간 내가 드는 생각은  "아... 인생도 제법 버리이어티스러우셨군" 반면 그는 내 주먹을 받으면 기분이 좋댄다(-ㅁ-''') 뭔가 쌈팍하고 적나라한것 같은 기분이든다던가? 다행스럽다. 내 주먹에는 구질스러운 삶이 묻어나지 않는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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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4-07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저주대로 키스를 느끼지 못하나요? 라고 물으려는데 끝까지 읽어보니 그 저주는 그런대로 효력이 강했군요.

음, 키스를 느낄 수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것을 더 잘 느끼지 못한다고 해도 뭐 그런대로 괜찮을것 같아요, 따라쟁이님이라면. 키스를 느끼는 대신 따라쟁이님은 주먹이 부딪치는 순간 상대를 조금씩 읽을 수 있잖아요. 저는 아직 그런 경험이 없거든요.

우린 다 다르게 태어나니까요. 다르게 살아가고.

따라쟁이 2010-04-07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_+ 여기서 다락방님을 뵈니까 백만배는 더 반가운것 같아요.. 음.. 하지만 궂이 선택을 하라면 저는 키스를 더 잘 느끼는 걸로 하고 싶어요. 주먹을 부딪히면서 느끼는 상대에게는 아행행하고 으흐흐흣하며 므흣하고 멜랑꼬리한것들은 느끼기 좀 어렵거든요..

다락방 2010-04-0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저 댓글 안남겨도 따라쟁이님 글 다 읽었었는데요! 동생분 사진까지 봤구요. 흣 :)

따라쟁이 2010-04-07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흠.. 이게 그 댓글놀이라는 건가봐요+_+(사실 엄청 하고 싶었음 ㅋㅋㅋ) 동생은 정말 저도 이쁘다고 생각해요 +_+ 가끔 제 카드만 뺏어가지 않는다면 훨씬 이쁘겠지만..

다락방 2010-04-07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분도 회사다니신다면서 왜 따라쟁이님 카드를 orz

2010-04-07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7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7 1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7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7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7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7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