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쿠데타 - 글로벌 기업 제국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가
클레어 프로보스트 외 지음, 윤종은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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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경제가 먹어 치우는 “민주주의” 글로벌 기업은 메뚜기떼처럼


이 책<소리 없는 쿠데타>은 다국적 기업들이 지구의 남쪽에서 그리고 개도국에서 심지어는 중국 선전에서 경제특구를 만들도록 부추기고, 가난한 나라의 자원을 탐내고, 이른바 치고 빠지는 사기 집단처럼, 그들이 지나간 곳은 마치 메뚜기 떼가 휩쓸고 지나간 초토화 된 평야였다. “민주주의” 국민이 주인이 되는 곳의 행동양식이라 할 수 있겠다. 생각도 행동도, 공동체를 위해 자기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조금씩 양보하는 그런 사회, 다국적 기업에는 국경은 필요 없다. 무시로 돈 냄새를 따라 움직이는 물줄기처럼 자연스레 국경을 넘나들고, 장애가 되는 정부가 있다면 산만큼 큰 해일로 덮어버리면 된다. 미국이 제삼 세계를 자기 입맛대로 요리하기 위해 정부를 세웠다 엎었다 하듯이 기업 또한 그러하다. 다만, 정치 군사냐 경제냐는 접근법의 차이일 뿐, 





이 책의 지은이들 클레어 프로보스트와 매트 겐나드는 탐사보도를 천직처럼 여기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중남미의 엘살바도르의 금광의 영원한 채굴 금지를 목격했고, 미얀마가 어떻게 다국적 기업들에 휘둘리면서 부를 잃어가는지를, 70~80년대 “경제특구”의 건설의 대가 섀넌 열풍, 중국의 장쩌민도 3주 동안 강의를 듣고, 돌아와 중국 선전에 경제특구를 세웠단다. 

이 책은 다국적 기업의 야수 본능에 관한 탐사보고다. 살기 위해 먹는 게 아니라 욕망을 채우기 위해 끝없이 질주한다. 이들은 사법, 복지, 유토피아, 군대라는 방탄으로 제 몸을 가려가면서 서서히 은근히 지속적으로 먹이를 압박한다. 지칠 때까지 몰아붙이다가 제풀에 나가떨어질 즈음에 만족스러운 사냥꾼의 미소를 지으며, 불쌍한 사냥물을 내려다본다. 




이들의 정체를 한 꺼풀씩 벗겨 내려가는 데 책의 구성은 4부이며, 1부 ‘기업 사법’에서는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라는 세계은행 아래 있는 기구를 통해서, 한 국가를 상대로 싸움을 건다. 국제무대라는 경기장에서, 2부 ‘기업 복지’에서는 저개발국 원조라는 서비스를 소개한다. 영국이 잘하는 경기인 듯하다. 외국에서 유학생을 불러와서 장학금 주고 친영파를 기르기 작전에 투입된 돈도 원조금으로 계상하고, 차관 이자를 탕감해주거나 줄여주는 것도 원조로 계산한다. 인신매매단이 야금야금 사람을 갉아먹으며 영혼을 파괴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 3부 ‘기업 유토피아’ 물건의 원가를 낮추는 데 기가 막히게 듣는 특효약, 바로 인건비 가지고 장난치기다. 노동자수용소, 포로수용소와 다를 바 없다. 한국의 70년 마산 수출지역을 떠올려 보시라, 노조를 만들었다 하면 바로 다음 날 회사를 문을 닫는다. 바로 그 자리에 다른 이름의 회사를 차린다. 기업 하는데 노동조합이 방해했다고, 지금도 이런 곳이 있다. 제4부 기업 군대, 영화 <더블타겟>에서 나오는 미 정부의 더러운 일을 처리해주는 민간군사 조직, 이들은 처벌받지 않는다. 어디서건 살인 면허를 받았기에, OTT에 올라온 <중증외상센터>라는 드라마에서 의사인 주인공이 전쟁 중인 나라의 다친 가난한 사람들의 약값을 대기 위해 군사 조직의 전담 의사로 일했던 과거가 소개되기도...


숨겨진 자본주의 대헌장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다. 세계은행은 ‘온건한 제안’을 통해 이 분쟁해결기구가 누구에게나 이익이 되며 반대할 이유가 없는 단순한 제도라고 규정하면서 진실을 은폐했다. 일제가 한반도를 땅을 모두 제 것으로 만들려 세웠던 동양척식회사처럼 말이다. 이 기구에 한 번 제소당한 국가는 엄청난 소송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파상공세를 당한다. 이기건 지건 벌거벗긴 채로, 여기에 슬그머니 끼어드는 합의, 이게 바로 새로운 세상을 위한 새로운 규칙인 셈이다. 엘살바도르의 금광채굴사건도 좋은 예다. 소송에서는 이겼지만, 엘살바도르 정부는 엄청난 빛을 떠안았다. 소송에 이기고도 400만 달러를 물어야 했으니. 상처뿐인 영광이지만, 이겨서 그나마 다행이다. 지면 어떻게 되나?







개발도상국에서 벌어지는 경제특구 세우기 운동


이제 중국에 공장을 세워 값싼 노동력으로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내다 팔아 이익을 남긴다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영화는 어디에도 없다. “노동법”규제가 등장했으니 말이다. 중국에 있던 공장은 베트남으로 넘어가고, 또 캄보디아, 미얀마로 퍼져나간다. “노동자의 권리가 없는 나쁜 일자리”를 만들려고, 위에서 언급했던 70년대 마산수출자유지역의 전형이 지금 파키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다. 투자자에게 공식적으로 국내 노동법 적용 면제, 자 해 드시고 싶은 만큼, 노동력을 착취하든 환경오염을 일으키든 당신들 맘대로, 대신에 우리에게 돈을 달라고, 


지은이들이 찾은 중국의 선전(深圳) 경제특구 30주년의 그 어느 날


30주년 폭죽이 터지고, 중국 정부의 황금 방패 프로젝트가 시작된 2000년대, 거리 곳곳에 CCTV가 왜 이런 감시 도구가 필요할까, 곧이어 곳곳에 일어나는 시위들, 10년 전 중국 2014년 한 해 1,300건, 15년에는 2,700건이라고, 노동자들은 노동환경의 열악함에 항의해 시위를 벌이고, 사업자가 해고수당과 사회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회사 문을 닫아버려 노동자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항의하기도 하는 등, 노동자들의 여전히 수용소 생활과 같은 상태다. 경제특구 30년이 지났지만, 2015년 중국은 7억 5,000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이른바 기아선상의 아리아는 끝났다고, 1인당 국민소득도 올랐지만, 여전히 빈부격차가 크다. 선전 번화가의 네온사인이 켜지는 것만큼 그 반대편 빈곤의 그림자도 길어진다고,




지은이들은 중남미의 작은 나라에서 아프리카 독립국 가나, 그리고 경제특구로 거덜 난 중국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아프리카건 아시아든 “노조하면 인생 망쳐요, 죽어요”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찾아달라고 말하는 노동조합이 무슨 죄를 지은 것인가, 답은 하나, 기업활동에 방해되는 모든 것은 적이며, 악마라고, 

지구촌에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도 벌어질 치열한 생존의 몸부림을 지은이들은 이 책에 담았다. 세계 곳곳에서 오늘도 다국적 기업들의 총성 없는 쿠데타가, 소리 없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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