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의 아시아 - 연대와 공존의 꿈으로 세계사 다시 쓰기
장문석 지음 / 틈새의시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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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최인훈의 아시아 시간, 공간, 원리


한국문학의 역사적 획을 그은 작가 최인훈, 60년대 광장을 발표하면서 분단문학을, 사상계의 문학특집란은 1960년대 문학을 결산하고 70년대 한국문학의 가능성을 점검하는 맥락에서 최인훈과 그의 문학은 주요지점에서 소환됐다. 최인훈과 그의 시대를 조망하는 작업(배지연, “1960~70년대 문학장과 최인훈-1970년 전후 ‘사상계’ 문학비평을 중심으로”) 등이 이루어져 왔다. 장문석이 10여 년에 걸쳐 연구 집필한 <최인훈의 아시아>는 부제 “연대와 공존의 꿈으로 세계사 다시 쓰기”로, 최인훈의 문학세계 속에 나타난 “아시아”라는 키워드를 분석했다. 그가 텍스트로 삼은 것은 <그레이구락부 전말기> <광장> <회색인><크리스마스 캐럴><총독의 소리><서유기><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태풍><화두> 등이다. 


책은 5장으로 구성됐고, 1장 ‘최인훈, 아시아를 질문하다’에서는 최인훈의 아시아, 광장, 새로운 세계사 이해를 향하여, 최인훈의 아시아를 탐색하는 지도가, 2장 ‘아시아의 공간- 냉전을 넘어선 평화의 상상력에서는 동아시아의 ’광장’에서 중립을, ’크리스마스 캐럴‘ 속에서 한국의 지식인과 통일을,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서 지역의 민중, 민주주의에 대한 최인훈의 상상을 살펴본다. 3장 ’아시아의 시간- 비서구 근대의 경험을 통한 보편성의 재인식‘에서는 한국이라는 풍토에 이식된 서양, 한국의 역사적 경험으로 만든 전통, 잊힌 한국 민중의 꿈으로 다시 쓴 인류의 이상을, 즉, 비서구 민중의 역사적 경험에 근거하여 탈식민지화 사회적 연대라는 이상을 발견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4장 ’아시아의 원리- 연대와 공존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세계사의 원리‘에서는 근대사와 식민지 양상을 살펴보면서, ’아시아주의’를 수행적으로 재구성하고 주변부 시각에서 새로운 세계사의 원리를 제시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5장 ’최인훈, 아시아를 생각하다/살다‘에서는 최인훈의 아시아라는 사상, 최인훈의 아시아가 멈춘 곳, 다시, 아시아의 최인훈? 세계의 최인훈? 을 담았다. 


아시아, 연대와 공존을 넘어 세계시민으로까지


최인훈은 1934년생으로 원산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다, 한국 전쟁과 함께 1951년 남쪽으로 내려와 목포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법대를 다니다 중퇴, 군 장교로 근무하던 1958년 시인으로 등단, 1960년에 발표한 <광장>으로 문제 작가라는 평판을 얻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작품은 대체로 1960~1970년대 발표한 소설들이다. 김창우가 쓴 <최인훈, 이렇게 말하다>(창해, 2024)는 너무 어려운 평들이라서 이해하는 데 한계가 또렷해 보이지만, <광장>이라는 작품이 대중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을까 하는 게 관심사였는데, 광장이라는 관념, 그 표지는 무엇이었을까. 남도 북도 아닌 제3국으로 가는 ‘타고르’ 배에….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 당대의 지식인들이 고민의 핵심이지 않았을까, <광장>은 남북한 이데올로기를 동시에 비판한 최초의 소설이자 전후문학 시대를 마감하고 1960년대 문학의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됐다. 중립, 평화, 그리고 통일, 한반도 모순을 둘러싼 화두가 녹아있다. 


최인훈의 생애사라는 관점에서 톺아보는 이 책은 1960년대 현실적 정치 질서로서 동아시아 냉전 질서를 예민하게 관찰하고 한국의 문학적 위치를 성찰했지만, 아시아를 사유의 계기로 활용하지는 않았다. 1970년대 그는 점차 자신에게 내재한 아시아의 차원을 발견하며, 아시아를 사유의 계기로 활용한다. 한국-동아시아-세계라는 틀을 통해 인식하였다. 


최인훈의 상상- 식민지가 없는 한국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를 고민한 <회색인>, 4.19혁명이 열어주었던 가능성이 5.16군사쿠데타로 닫히고, 한국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된 시기인 1963~64년에 발표한 소설, 한국이 나아갈 수 있는 세 가지의 길, 첫 번째는 노예의 환상에 충족하고 만족하는 삶, 두 번째는 한국이 후진국이라는 생각 자체를 거부하는 길, 세 번째는 선진(주인)과 후진(노예)의 관계를 정지하는 것이다. 여기에 최인훈은 ’아시아’라는 보조선을 긋는다. 서구와 비서구, 선진과 후진, 제국과 식민지, 세계와 한국 등 두 개의 항을 기반으로 했을 때, 찾을 수 없던 길이 ’아시아’를 넣어 생각함으로써, 길이 열린다. 


최인훈 문학의 문학사적 의미를 “한국 문학사상 최초로 주체적인 개인의 한국적 존재 여부를 명렬히 실험하던 그 한편에서 매우 암시적인 방법으로 실행된 그 실험에 대한 반성적 돌이킴의 최초 시도”라는 문학평론가 정과리, 독립적 자유인이라는 의미에서 근대 국민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분석적으로 해체해 세계시민으로 나아가는 통로를 열어놓은 최초의 실험이었다고 본 것이다. 


식민지와 냉전을 마주했던 최인훈의 문학


최인훈의 문학이 다시 아시아인을 위한 문학으로, 혹은 세계시민을 위한 문학이 될 수 있을까? 지금 아시아와 세계시민은 최인훈 문학에서 무엇을 읽어야 할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최인훈의 아시아를 통해 탐색해보았다. 국제 사회의 강대국 전술에서 비롯된 약소국의 끈질긴 싸움, 그것은 외부 문명을 따라잡기 위함도 아니며, 독립 문명을 이루겠다는 몽상에 빠지지도 않으면서 주변에 몸을 두고 있음을 자각하고 그것에서 자세를 가다듬는 태도, 자신의 식민지성과 주변부성을 바로 보면서 공존과 연대를 꿈꾸는 용기, 지금, 최인훈의 아시아가 묻는다.


1994년의 자전적 소설<화두>에서 그의 사유 세계를 어렴풋이..., "인류를 커다란 공룡에 비유해 본다면, 그의 머리는 20세기 마지막 부분에서 바야흐로 21세기를 넘보고 있는데, 꼬리 쪽은 아직도 19세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진흙탕과 바위산 틈바구니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짓이겨지면서 20세기의 분수령을 넘어서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소설은 아직도 공룡의 몸통에 붙어 있는 한 비늘의 이야기라고(2장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 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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