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사랑받고 싶어서
김동영 지음 / arte(아르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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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죽도록 사랑받고 싶어서


김동영의 에세이집<죽도록 사랑받고 싶어서>은 여행작가로 세상 곳곳을 다니면서, 그만의 독특한 앵글로 기억을 새겼다. 글은 그의 인생 경험이 묻어있다. 방송국의 음악, 구성작가, 기획자로서….


지은이는 프롤로그 “나는 왜 그렇게 죽으려고 했을까?”에서 죽으려는 몸부림은 삶이 몸부림이었음을, 죽을 것처럼 살아왔고, 살 것처럼 죽을 것이다. 일 하나하나 죽을힘을 다해 후회 없이 온 힘을 다했다는 말이다. 치열하게 살았다는 표현이 죽을 것처럼 살아왔다는 것이다. 


이 책은 5부에 걸쳐 65개의 글이, 1부에서는 살아보지 못한 생, 2부 죽고 싶다 살고 싶다. 3부 여기서 당신과 살아가기 위해서, 4부 영혼의 집, 5부. 나는 내가 어쩐지 슬퍼졌다는 제목으로 담았다. 죽도록 사랑받고 싶어서는 인정욕구일까, 아니면 원초적인 허전함과 외로움일까, 뭔가를 찾아 헤매는 수행자일까, 열린 제목 속에 내 생각을 투사해본다. 


독자보다 작가가 많은 시대


글쓰기는 마음의 병 치료를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음으로써 마음의 안정과 평온을 찾는 도구이기도 하다. 작가가 되는 경로 또한 다양하다. 이제 남의 글을 읽고 감동하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시대에서 세상의 주인공인 ‘나’를 찾는 시대로 옮아가고 있다. 독자가 곧 작가가 되고, 독자보다 작가가 많은 시대, 사람들의 희로애락 경험을 공유하는 소통의 길이기도, 누구 읽어주기를 목적으로 쓰는 글보다, 함께 공유했으면 하는 글을 쓰는 것의 중요함을.


태어날 만한 가치의 강요


아주 짧은 글이다. 가끔 에리크 사티의 음악을 듣는다. 사티의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태어날 만한 가치가 있구나라고, 어떤 음악들과 어떤 문장들은 너무 주관적이라 이유를 들어 설득하기보다는, 고집부리거나 강요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시절


공자의 말을 빌려왔다. 15세에 학문의 뜻을 두는 나이, 30세 뜻을 세우고 40에 흔들리지 않게 되니. 지은이는 이렇게 썼다. 10대에는 무기력하지만, 현실을 음악으로 귀를 막고 책으로 눈을 가리고 이 시절이 지나가길 간절히 기대했고, 20대에는 꿈만 꾸거나 사랑하느라, 30대에는 거의 모든 시간을 낯선 곳으로 떠났다 돌아오는 일에 열광했고, 40대에는 내가 아는 것에 대해서만 글을 쓰다 결국 내가 아무것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50대가 되면 더는 자신을 의심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았으면 좋겠고, 60대가 되면 맨정신으로 살 자신이 없으니 술에 취해 살고, 70대가 되면 몽롱했던 지난 10년에 깨어나 옛 사진과 글들을 보며 밖이 내다보이는 거실의 나무 의자에 앉아 지내고 싶다. 그러다 80대가 되면 매일 잠들어 있고 싶다. 마치 죽은 것처럼.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를 세 꼭지만으로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다. “시절” 불혹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나이 60이 되면 앞으로 앞으로만 향해 달리던 삶이 끝난다. 이치로 보면 사회 경제활동에서 물러나는 시점이다. 죽은 자가 침상에 누워있는 자신의 육신을 내려다보며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듯, 나이 60이란 그런 것이다. 나에게 60이 찾아온다고, 부정도 해보고, 자포자기도, 타협도 해보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기에, 맨정신으로는 살 수 없다고. 60 이후의 삶은 잉여라는 것인가, 


언젠가 우리는 깨닫게 될까

허물어진 꿈속에서 나이 들어가며

서로가 서로의 연장선이며

삶은 나눔의 선물이라는 것을…….

[예명 아름다운 누비아로 활동하는 음악가, 세군 아킨롤루의 시“우리 삼의 진짜 이야기”] (이 책 17쪽)


단편 소설 "나만 미치지 않았다"


그것은 자살 시도가 아니었다로 시작되는 글, 내게는 자살할 이유가 단 한가지도 없다. 그리고 나는 누구 보다 오래살고 싶다. 하지만 나는 아팠다(중략), 글의 끝은 나는 정말 미치지 않았다. 다만, 좀 더 예민할 뿐, 어쩌면 미친 것은 당신이고, 그들이고, 세상이다. 나는 안다. 나만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는 아무도 이대로의 나를 받아 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느 시인의 외침처럼, 내가 미친 것인가,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인가, 여전히 혼란스럽다. 우리 시대가 그러하다. 제 정신을 갖고 살기힘든 세상이다. 


65개의 글, 이 속에는 두편의 단편소설- 그 어디에도 없는, 나만 미치지 않았다- 이 실려있다. 생각과 느낌이 들어있다. 글쓰기에 목적이 있다면 내 속에 있는 모든 것을 하나도 남김없이 게워내는 것이다. 죽기 살기로 혼신을 힘을 다해서….


우리에게 돌아갈 곳이 있는가, "돌아갈 곳"이란 글에서 "지금 나는 집 말고 갈 곳이 없다. 그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이는 없지만, 결국 내가 돌아갈 곳은 그곳 뿐이다. " 인생무상이기도 하지만, 겸손하게 자신의 낮추라. 인생의 흥망성쇄는 누구에게나 있는 법, 절제하고, 배려하고, 나눔하면서, 풍성한 삶을... 


책 속에 끼워진 작가의 자필 엽서 "당신도 혼자인가?, 어쩌면 저와 비슷한 이유로 당신도 타이밍을 놓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의 마음과 애정을 사는 동안 느끼며 각자 살아가다가 어떤 순간에 운명처럼 만나는 것을 기대해 봅니다."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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