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한정림 옮김 / 정은문고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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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계엄, 일본인 눈에 비친 한국의 시대상


지은이 요모타 이누히코는 문화연구자이며, 수필가, 비평가이자 시인으로 문학과 영화, 만화 등을 문화 현상을 논한다. 일본의 여러 대학, 미국의 컬럼비아대학, 이탈리아 볼로냐대학,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과 중앙대학, 타이완 칭화대학 등에서 영화사와 문화론을 강의하기도, 2002년 <서울의 풍경-기억과 변모>로 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문학상과 학예상을 받았다. 이 소설<계엄>은 1979년 도쿄대학 대학원 재학 중, 건국대학교의 일본어 강사로 활동했던 그때의 이야기다. 2024.12.3. 한국에서 45년 만에 “계엄”이 발동됐다. 이 소설은 9월에 그리고 10.14. 한국어로 출판됐으니, 마치 한국의 계엄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이 소설은 당대의 시대의 이슈와 주요인물은 실물이다. 지은이는 영화사를 연구한 터라, 하길종 감독과 그의 동생, 당대의 인기배우 하명중, 최인호, 이호철 등의 소설가가 등장하기도, 


소설은 논픽션의 형태 혹은 자서전이 섞인 듯하다. 반세기 넘게 한국 사회를 지켜본 지은이, 1970년대 가혹한 유신 체제를 경험한 일본인으로, 같은 세대의 한국의 청년들이 당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왜 사범대학에 여학생들이 그렇게 많았는지, 새삼스럽지만 그 배경을, 1929년 광주학생운동, 1979.10.26. 김재규는 같은 날, 1909.10.26. 하얼빈역 앞에서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로 상징된 일본 제국주의 심장에 총탄을. 안중근이 살아있었다면, 그 역시 이토처럼, 권력의 상층부에 있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 김재규는 10.26. 70년 전 안중근 의사가 이토를 저격했던 것처럼, 그날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품는다. 김재규는 확신범이었고, 더는 박정희의 야욕을 막지 않는다면, 자멸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부마항쟁은 수많은 청년을 죽음으로 내몰 것이라고, 


소설 속 주인공은 22살의 세노 아키오, 그는 경박하고 무지했다. 한국을 택한 이유는 답답한 일본에서 해방된다면 어디든 좋았다. 지은이는 도쿄대 야마다 강당 전공투를 겪었고, 고등학교 시절 베트남 전쟁에 반대 정치 운동에 참여하기도 우울의 억압은 도쿄만이 아니라 서울에도 있었다. 빈곤과 징병제, 언론 통제, 거리 곳곳에 내걸린 슬로건과 포스터, 한국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민족, 역사, 모국어’라는 단어를 배웠다. 일본에서도 한 번도 입에 담지 않은 것들을….


세노는 정치의 계절이 종언을 고한 후 대학에 입학한 세대이며, 일본 제국주의가 과거 한반도에서 저지른 범죄에도 베트남 전쟁에도 무지하고 지극히 소박한 인식만을 가진다. 그는 한국의 70년 유신 시대 속으로 들어간다. 동시대의 한국 학생들의 강한 이상주의, 지식으로서의 긍지를 선명하게 드러내 보인다. KCIA라는 중앙정보부가 어떤 곳인지를, 통금이 무엇인지를, 한국에서 밥술깨나 뜬다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박힌 일본의 식민지 시대는 그들에게는 좋은 시절이었다. 반일종족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에게서 보였던 그런 색깔과 느낌이. 일본방송을 듣고 TV를 보면서, 집에서 가족들과 일본어로 대화하는 그들만의 세계, 정체성, 문화접촉과 문화침투, 사고방식과 가치체계를 바꿔버린 그 무엇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소설을 읽는 동안에 어렴풋하게 실루엣이 비치기 시작하는데….


한국 청년들은 일본에 대한 제한된 정보만이, 하지만 이들에게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민주주의를 향한 강한 열정을 품고 있었다. 도쿄대학의 비루하고 폭력적인 정치투쟁에 피폐해진 지은이에게 한국 청년들의 주장하는 이상주의는 신선하면서 두려웠다고, 


이 소설은 우리를 70년대 한국 풍경 속으로 끌어들인다. 보신탕에서 영양탕으로, 하길종 감독의 “병태와 영자”, 최인호의 소설 “바보들의 행진” 당대의 예술과 표현의 자유가 엄격하게 통제됐던 시기에 항변은 에둘러 기술적으로 할 수밖에 없던 시대를,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그 모든 것들이 일본 지식인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한국의 특수성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개구리복의 복학생들, 아이와 어른 만큼의 차이가 나는 이들의 행동, 광주 출신의 복학생은 세노에게 광주를 가보자고, 광주학생운동기념비를 둘러보면서, 한국 사회가 정상적이지 않은 게 정상적이라는 말을 남겼지만, 그는 후일 대학의 부학장이 됐다. 토착 왜구는 엄연히 존재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경성제국대학을 나와 연구자로 활동하다 외무성에서 일한 일본인, 퇴임 후 그의 태어난 곳 “서울”로 돌아와 어느 여자대학의 교수로 살고 있다. 고향이라고, 수구초심일까, 그렇게 황국신민화에 앞장섰던 그의 과거는 완전히 세탁한 채로, 지식인의 가면을 쓰고 그런 양 살고 있다. 아마도 이영훈 등 낙성대그룹은 이런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기에, “반일종족주의”라는 엄청난 소리를 해대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눈에는 병적이다. 마치, 반일주의를 병적이라고 했던 산케이 신문 사설처럼,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덜 해방된 곳이 여전히 존재했을지도, 


이 소설은 소설이 아닌 역사적 진실을 허구처럼, 논픽션을 픽션화 시킨 것, 지은이는 애써 허구라 하지만, 굳이 소설이라고 하면 될 것을, 반대의 반대, 강한 반대는 거꾸로 읽으라는 암시인 듯, “비상계엄”사태로 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 의결되고, 이제 절차만 남았다. 불법적이어서 셀프 쿠데타, 자위 쿠데타라고, “내란죄”에 다스려야 한다고, 비상계엄논의에 참석했던 국무총리가 헌법상 권한대행이지만, 그 역시 내란 모의에 참석했으니. 아무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정국이다. 때마침 나온 “계엄” 79년 10월 부산과 마산에서는 무슨 일이. 복기해보자. 제주 4.3항쟁을 “제주폭동”, 여순항쟁을 “여순반란”, 부마항쟁을 “부마 소요사태”로 5.18민주화운동을 “5·18사태”로 이렇게 수십 년이 흐르고 책임자처벌이, 모두 국가폭력이며 이에 대한 진상조사와 국가보상과 배상을 하라고 한 사건들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것 자체가 “계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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