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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 이정모 선생님이 과학에서 길어 올린 58가지 세상과 인간 이야기
이정모 지음 / 오도스(odos) / 2024년 11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
어렵고 딱딱한 공식의 세계라는 이미지의 “과학” 쉽게 설명한다고 하지만, 개념도 상상도 안 되는 전문용어들이 마구 튀어나오는 과학의 세계, 잘 알면 설명도 간단히 쉽게 귀에 쏙쏙, 상식 아닌 상식인데, 아무튼 과학을 일상으로 카페에서 썰풀 때, 메뉴로 등장하게 만든 과학 생활화, 이 과정에는 이 책<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의 지은이 이정모 관장의 역할이 적지 않다. 그는 “과학은 자식이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라고 과학의 존재를 설명한다. 철학과 과학, 인문 영역의 문, 사, 철에 과학이 끼어들 여지를 마련해준 셈이다. 이른바 인문학적 과학접근이랄까,
이 책에는 4장에 걸쳐 58가지의 세상과 인간 이야기가 담겨있다. 1장은 멸종 피하기다. 발뼈는 왜 52개인가, 인공지능 시대에 뇌 사용법, 창백한 푸른 점과 기후정치 등 최근 화두인 AI와 기후 위기도 다룬다. 2장 더불어 살아가기, 친절에 대한 과학적 고찰, 백두산을 위해서도 평화가 필요해, 택배 상자 구멍 손잡이 등이, 3장, 지혜로워지기와 4장 상식 발견하기, 이 두 장에서도 제목만으로 흥미로운 내응임을 짐작게 하는 글들이 담겨있다. 이 58꼭지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짤막하지만, 그 안에는 유머와 꼭 필요한 지식, 그리고 우리는 뭘 생각해야 하는지 등의 요소가 담겨있다. 따뜻한 과학이야기, 아, 그랬구나의 연발 속에 넘어가는 책장
신비로운 이야기, 사람 몸에 있는 뼈 중 절반은 손과 발에, 두 발로 서고 손을 쓰는 이유
알면 그저 그런데 모르면 늘 신비하고 신기로운 법이다. 사람의 발뼈가 52개, 사람 몸에는 206개의 뼈가 있다. 이중 손과 발에 106개, 몸의 뼈 절반 이상인데, 이게 인간의 특징이란다. 진화의 흔적이다. 영장류 유인원, 침팬지가 스마트폰을 쓸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엄지손가락 딱 한 개가 달라서 손을 자유로이 쓸 수 없다. 발의 엄지발가락은 쥐는 기능을 포기하는 대신에 두 발로 걷는 능력을 얻었다.
텀블러 에코백, 소고기 덜 먹기 운동한다고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을까?
이정모 관장은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이기에, 기후변화 극복을 위한 기술의 95%는 존재한다. 기술이 없는 게 아니라 쓸 때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돈, 즉 세금이 들어가는 데 이를 쓰려면 법을 만들어야 하고, 법을 만들기 위해서 법을 만드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정치하겠다는 사람은 기후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태도를 드러내지 않으면, 못 뽑힐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겠다. 안 뽑아주는 게 아니라, 선택을 못 받게 된다는 말이다. 정치인은 언제 어디서 기후 위기에 관한 식견을 풀어내야 하는 시대이니까,
택배 상자에 구멍을 뚫어라
가만 보니 택배 상자에는 구멍이 없다. 이 관장의 친구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택배 상자에 구멍을 뚫어달라고 1인 시위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진짜 없다. 왜지? 무거울 텐데,
날마다 수십 개 수백 개씩을 들어놨다 이리저리 옮기는게 일상인 마트나 택배사 노동자들은 구멍 손잡이가 있는 상자를 들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허리에 미치는 영향이 40%나 준단다. 사람 잡을 일이다. 마트나 택배사는 상자에 구멍 손잡이를 만들지 않은 이유로 고객의 불만을 든다. 구멍으로 이물질이 들어간다고, 그런데 진짜 이유는 택배 상자 구멍 뚫는데 1개 220원이 든다. 구멍을 내는 대신에 내구성을 높여야 하니, 구멍 손잡이가 생긴 상자하나가 택배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얼마만큼 예방했을까?, 참으로 시작은 아주 사소했지만, 그 끝은 창대했다. 아마도 이게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대화가 필요해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가수 더 자두의 노래 “대화가 필요해”라는 시대정신이었을까, 소통 부재의 현실을 남녀연애 권태기로 표현했다. 한때 코미디 코너가 생길 만큼이나, 이 관장은 “과학자의 대화법”을 소개한다. 상대방의 말꼬리를 잡고 몸통보다는 날개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참으로 보기 답답한 광경들, 토론프로그램이다.
과학자들의 대화법, 정리-칭찬-공격-칭찬이란 흐름이다. 정리는 상대방의 말뜻을 오해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칭찬은 그의 업적을 인정한다는 뜻이며, 공격은 훌륭한 업적이 이었다 하더라도 공격할 요소가 있음을 보여주고, 그런데도 여전히 당신은 훌륭하니 함께 잘해보자는 뜻이다. 뭐, 외교관들의 대화법인가 싶을 정도다. 에둘러 말하기, 선문답 정도로 해두자. 그런데 이런 대화법이 과학자의 전유물은 아니다. 학교, 직장, 시사 토론 등에 이런 대화법이 등장하면 어떨까, 까는 게 사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자주까면 내성이 생겨 똑 쏘는 사이다가 지겹게 들릴 때가 있다. 말이 안 되는 게 아니고,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고 통찰 깊은 견해라고 해두고, 이 사안은 거기에는 들어맞지 않는 이런 특성이 존재한다고, 이미 게임 끝. 하지만 누구도 인신공격을 당하지 않았고, 점잖게 말로서 상대를 존중하고 다 인정하면서도 게임 끝을 끌어가는 대화법이라면.
“실패란 곧 경험치, 실패한 사람은 그 문제에 대해서 가장 깊게 아는 사람이다.” 우리는 늘 1등만 기억한다. 성공한 영웅만, 그런데 처음에 누군가 시작했고, 수많은 우여곡절과 역경 속에 마지막에 누군가 성공했을 때, 처음은 끝도 모두 없어지고, 유일하게 성공한 사람만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수많은 실패 속에서 생겨난다는 것을 새삼 기억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 58가지의 세상은 기억해두자. 얼마나 많은 세상이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사소한 일에서 큰일은 시작되니, 마치 나비효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