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언어 - 우아하게, 거침 없이 원하는 것을 얻는 대화의 기술
마티아스 뇔케 지음, 장혜경 옮김 / 더페이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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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언어


꽤 도발적이다. 여기서 사용되는 “권력”이란 낱말은 가치 중립적으로 사용하는데, 무엇을 하든 성공의 비결은 이기는 언어의 활용에 있다. 지은이 마티아스 뇔케는 ‘이기는 언어’를 떠받치는 세 가지 기둥을 주도권, 설득력, 카리스마라 규정한다. 첫째 주도권은 권력 선점을 의미하는데 이기는 언어는 다른 사람들에게 맞서 자신의 주장을 지키고 다른 사람을 주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고, 둘째, 사람의 마음을 얻는 설득력은 이기는 언어로 사람들의 마음과 머리를 내 것으로 만들고 그들에게 확신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셋째는 카리스마로, 이기는 언어는 자기 확신과 독립성을 준다.


주도권은 절대 일방적이지 않다. 이른바 생물이다. 정태적이 아닌 동태적인 상황임을 즉, 모든 관계와 권력 창출은 파위플레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때로는 전략적인 침묵과 후퇴,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것까지, “지피지기”론이다. 전술상 후퇴도, ‘이기는 언어’를 전가의 보도(傳家寶刀)


이 책의 구성과 내용도 세 가지 기둥을 각각의 장으로 나누어 권력을 쌓고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소개하는데, 공수 양면 즉 공격하거나 수비할 때의 경우를 함께 다루고 있다. 상대가 강할 때는 이기는 언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막무가내로 걸고넘어지기만 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잠시 자리를 내주고 물러났다가 다음 기회를 노리는 와신상담의 예를 잊지 않아야 한다. 지은이가 서양적 사고에 터 잡기는 하지만, 내용은 마치 손자병법이나 사마천의 “사기” 열전에 등장하는 예와 같은 맥락으로도 이해된다. 아마도 보편성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삼촌지설(三寸之舌), 세 치의 혀의 힘


사마천의 사기 평원군열전에 ‘세 치의 혀가 백만 명의 군대보다 더 강하다’는 삼촌지설 강어백만지사(强於百萬之師)’에서 유래한다. 중국 진(秦)나라 조(趙)나라의 수도 한단을 공격, 조의 효성왕은 평원군 조승을 초나라로 보내 합종(合從)의 맹약을 맺도록 했다. 이때 평원군의 식객으로 존재감이 없던 모수가 따라나서겠다고 자청한다. 초왕과 사절단의 합종 논의에 진척이 없자, 모수는 칼자루를 쥔 채 초왕 앞에 나서, 대왕께서 이 순간 열 걸음도 채 안 되는 거리에 대왕의 목숨이 이 모수의 칼끝에 달려있다고, 합종은 초나라도 조나라에도 모두 유리한 것이라고 설득하자, 조나라에 돌아온 평원군은 모수 선생을 내가 몰라봤다. 모수 선생은 세 치의 혀가 백만 명의 군대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고, 잔인한 말 한마디가 삶을 파괴한다. 쓰디쓴 말 한마디가 증오의 씨를 뿌리고, 무례한 말 한마디가 사랑의 불을 끈다. 은혜로운 말 한마디가 길을 평탄케 하고, 즐거운 말 한마디가 하루를 빛나게 하듯, 때에 맞는 말 한마디가 긴장을 풀어주고 상대에게 미소가 담긴 말 한마디로 무장을 해제시키기도 한다. 지은이가 말하는 이기는 언어의 세 가지 기둥이 삼촌지설 안에 모두 담겨있다. 대화의 주도권을 잡고, 상대를 설득하며, 카리스마로 장악하는 것까지 말이다. 


이 책은 삼촌지설의 맥락 속에서 조금 더 깊이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 구사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컨설팅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여기에 담은 것이다. 각론이며, 사례론이며, 해설서이기도 하다. 


이기는 언어의 사용장면과 기술


주도권을 쥐기 위한 협상의 기술, 고르고 골라 고상하게 표현하라, 피해자 역할을 자처하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언어를 교묘하게 이용할 것이며, ’우리’라는 원칙과 ’가치’라는 최고의 무기를 사용하라고, 카리스마로 장악하려면 네 가지 점에 유의하고, 확실한 표현을 현장을 장악할 것이며 상황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하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들어왔던 마케팅전략이든 화술이든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위한 기술이든 소통과 이해의 장면이든 바탕에 깔린 기본이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물론 여기에는 심리전략도 빠질 수 없다. 


사회심리학의 연구 결과들은 사람들, 뭐 우리라고 하자.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른바 “통제감의 착각”이다. 하지만, 누가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쳤는지 그 영향력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지은이는 여기서 미국 만화 영화의 예를 드는데, 고전적 학습이론일 듯싶다. 파블로프의 쥐 실험을 빗댄 듯한데, 실험실의 쥐가 주인공, 이 쥐가 다른 쥐에게 말하기를, 우리 실험실 실장은 정말 머리가 좋아, 내가 그를 훈련했더니 이 버튼만 누르면 먹을 것을 가져오는 거야 라고, 이렇게 서로의 상황과 처지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원칙과 가치라는 무기 


우리는 공동체 의식을 끌어내고 신뢰는 쌓는다. 이른바 집단의식 혹은 무리, 우리 편이라는 소속감이다. 유명한 인본주의 심리학을 개척한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 단계이론의 세 번째 단계인 사랑과 사회적 욕구로 우정, 친밀감, 신뢰, 수용 등의 요소다. 약간 비틀면(부정적 측면) 한국 사회의 그들만의 리그로도 비칠 수 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자신의 의지와 이익과 결부될 때는 전략적으로 유용하다. 나의 의지는 우리의 의지이고, 나의 이익은 우리의 이익이기에 내 의지 관철을 위해 다른 사람과 동맹을 맺는다. 


이기는 언어에서 가치는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오스카 와일드는 “부정보다 더 나쁜 것은 칼을 들지 않은 정의다. 권력 없는 법은 악이다.” 정의와 같은 가치를 펼치기 위해서는 권력이 필요하다. 권력 역시 자신의 이해관계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가치가 필요하다. 가치란 의지를 강하게 만들어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가치란 우리가 바람직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관념이다. ‘가치’는 올바른 일을 하도록 도와주며 우리와 주변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고민하고, 평가하고 판단하도록 도와준다. 물론 가치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기에, 이 책에 실린 구체적 사례를 통해서 직접 확인하는 게 좋을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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