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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되려다 쉬운 사람 되지 마라 - 2500년 동양고전이 전하는 인간관계의 정수
이남훈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10월
평점 :
토사구팽과 승승장구, 그 선택의 기로
2500년 동양고전이 전하는 인간관계의 정수, 지은이 이남훈이 주목한 것은 “주도권”이다. 왕과 패권자가 절대 권력을 가진 것처럼 보여도 뛰어난 신하가 나라 정치를 바로 세울 수도 있고, 간신배가 나라를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 돈이 많다고, 나이가 많다고 지위가 높다고 반드시 주도권을 쥐는 것도 아니다. 주도권을 잃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모습은 늘 잔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 충실했지만, 회사에서 토사구팽,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면서도 늘 불안해하기도 한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누군가에게 잘해주었지만, 반대로 이용당하고 무시당하는 ‘쉬운 사람’이 되기도 한다.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가족으로부터 ‘존경’받지 못한 사람도 결국, “주도권”을 빼앗긴 사람의 모습이다. 고전 속에는 오랫동안 검증된 지혜가 담겨있다.
이 책 구성은 6부다. 1부는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인생의 참맛, ‘물어뜯지 못할 거면 짖지도 마라’에서는 뒤에 서야 앞설 수 있고, 잊을 수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결핍은 부실함이 아니라 채워질 가능성이다. 보통 생각과 다른, 즉, 역발상의 지혜가 엿보인다. 2부 나의 방어벽을 구축하는 세상과의 거리 조절 ‘트렌드를 좇으려다 스타일을 구길 것인가?’ 내가 보는 나에 갇히면 남이 보는 나를 만날 수 없다. 대단히 철학적이다. 우월감에 빠지면 객관적으로 나를 볼 수 없게 된다. 세상에 주파수를 맞추다 보면 내 중심축까지 잃을 수 있다. 나만의 바운더리를 구축해야 함을 의미한다. 3부는 ‘좋은 사람이 되려다 ’쉬운 사람‘이 되는 이유, 인간관계, 기대는 오버이고 예의는 지능이다. 4부 ’사람과 관계를 보는 안목으로 주도권을 지켜라. 5부 주도권을 가로막는 심리 상태의 극복, 6부 사회적 위상의 역동성을 만들어가는 등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25가지 지혜가 담겨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생겨난 지혜는 인간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주도권”을, 나를 잃지 않고, 남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의 부제 ‘좋은 사람이 되려다 쉬운 사람이 되지 말라, 왜 쉬운 사람이 될까, 그 이유만 알아도 내 삶의 주인공으로 온전히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게 아닐까 싶다.
좋은 사람이 되려다 쉬운 사람이 되는 이유
“묵묵하고 말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절대 속마음을 털어놓지 말아라”
타인과는 수세적으로, 나 자신과는 공세적으로 친밀해지라고, 사람과의 만남은 이제까지 살아온 두 인생의 충돌이기도 하다. 둘이 만나 불꽃이 튀며 인생이 더 흥미진진해질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검증되지 않은 사람과의 만남은 수세적으로, 수세적이란 수동적이란 의미는 아니다. 즉, 나를 지키면서 내가 원하는 만큼만 허락하는 관계가 수세적이다. 두 인생의 충돌과정에서 상대방한테서 올 수 있는 공격을 막기 위한 것이다.
조선 시대 허균이 관심을 가졌던 인물이 진계유다. 그의 책 <소창유기>에는 수세적 인간관계에 관한 몇 가지 지혜가 담겨있다. 진계유는 일반 상식의 조금 뒤편에서 관계를 이어 나가는 자세를 가지라고 했다.
“남이 내 앞에서 칭찬하게 하기보다는 남이 내 등 뒤에서 험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낫고, 잠깐 사귀면서 좋아하기보다는 오래 함께 지내면서 싫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낫다.”
“누군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남에게 은혜를 베풀기보다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받은 은혜를 잊지 않고 갚은 일이 훨씬 후덕하다.”
“ 남의 잘못을 꾸짖을 때는 너무 엄하게 하지 마라. 그가 받아들여 감당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좋은 말로 남을 가르칠 때는 너무 고상하게 하지 마라, 그가 알아듣고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위 세 문장을 기억해둬야 한다. 첫째 글은 “내 등 뒤에서 험담”하지 않도록 하라. 늘 바운더리를 생각하고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 사람과의 관계가 늘 좋을 수만은 없다. 때로는 환심을 사야 할 때도 생긴다. 하지만, 남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은 사람의 도리이기에 자랑할 것도 없고 기억할 필요도 없지만, 쓸데없이 기억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받은 은혜는 잊지 않고 갚아야 한다. 반드시 당사자일 필요는 없다. 은혜는 돌고 도는 것이기에 누군가에게 베풀어야 한다. 인간관계의 선순환. 세 번째 글 역시, 익히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렵다. 나를 다스리는 일은 쉽지 않기에 꾸짖기 전에 2초만 기다리자.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도록.
나 자신과의 공세적 대화란 무엇인가, 나 자신에게 일깨우는 것이다. 넌 잘할 수 있어, 라고 실제 심리학적 실험에서도 자신과의 대화는 유의미한 것으로, 심지어 사회적으로 처한 고통의 극복에도 효과가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누구한테도 토로할 수 없는 곤란, 곤경 지경에 이르렀을 때, 자신과 대화를 했다. 바로 유명한 <명상록>이 그것이다. 글쓰기는 역시 마음을 다스리는 데 유의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비가 가진 비장의 무기 “겸손”
겸손은 나를 낮추고, 허리를 굽힘으로써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 이는 보기 나름이다. 겸손은 이기심의 정수, 최상의 것일 수도 있다. 가장 이타적인 것이 이기적이다. 겸손은 상대방의 경계를 풀어, 무방비 상태로 만들 수 있고, 그런 상태에서 상대의 급소를 찾아낼 기회가 되기도, 착한 사람이 되려다 쉬운 사람이 된다는 말 속에는 내 바운더리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거기에 “겸손”이란 무기를 더하면, 나를 잃지 않고 누군가에게 휘둘리지 않아 “중심축”을 유지 혹은 지켜낼 수 있다. 이는 곧 “주도권”으로 이어진다. 고정된 해석에 머물지 않고 문자의 맥락을 읽어낸다면 고전은 늘 나에게 정답을 찾아내는 힌트를 준다. 나에게 맞는 해결책은 고전 속에 친절하게 담겨있지 않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 기억해 둘 것은 "누군가 나를 함부로 대한다면 내가 만만해 보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