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 말하기 미셸 푸코 미공개 선집 4
미셸 푸코 지음, 오트르망 외 옮김 / 동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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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돌봄과 기술, 그리고 생각들, 고대 그리스로마와 그리스도교의 그것


<자기 자신에 관한 진실 말하기>는 미셸 푸코가 죽기 2년 전, 캐나다 토론토 빅토리아대학의 강연과 세미나 내용이다. 일부는 강연의 녹취를 바탕으로, 또 일부는 푸코의 강연 원고를 바탕으로 엮은 미공개선집 4로 나온 것이다. 


자가 자신에 관한 진실 말하기는 자기 돌봄, 자기 수양, 자기 성찰 등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푸코는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에서 그레고리우스에 이르는 역사적 시기, 고대 그리스로마시대에서 그리스도교 수도원의 정신적, 육체적 욕망을 억누르는 수양을 하는 수덕주의(修德)가 발달하는 초기 그리스도교에 집중하여, 서구 역사에서 자신을 돌보는 기술을 특징 짓는 자기 돌봄과 자기 인식을 이론적 담론에서가 아닌 자기 실천, 자기 테크닉(기술), 자기 테크놀로지의 관점에서 연구하는 것이었다. 


푸코의 <자기해석학의 기원>(동녘, 2022, 이 책에 앞선 나온 푸코의 미공개선집3) 푸코는 계보학적 연구를 통해서 ‘주체 일반’과 관련된 근대의 구축물, 그리고 지배 테크닉에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섹슈얼리티의 연구를 시작하면서 주체가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 이를 통해 만들어 내는 자기 인식, 그리고 자기 테크닉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40-44쪽).


푸코에 따르면 플라톤의 <알키비아데스>에서 자기 돌봄은 자기 인식에 흡수, 통합됐고 이후 삶의 형태가 된다. 에피쿠로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세네카 등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최고권자가 되는 법을 깨닫는 것이다. 그래서 주체는 자기 자신과 관련해 비판의 대상, 투쟁의 장의 중심이 된다. 결국, 이러한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는 것은 그리스도교의 개정과 자기 수양에서 변화하게 된다. 철학적 자기 수양은 자기 제어와 세계에 대한 대비를 목표로 했던 것에 비해, 그리스도교의 자기 수양은 세속으로부터 해탈과 자기 자신의 포기로 귀결된다. 푸코에 따르면, 이교 자기 수양에서 개인은 자기 변화를 통해 진실을 얻지만, 그리스도교는 자기 수양에서 개인은 다른 현실에 도달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변화시킴으로써 인식이 돌봄보다 우세해진다. 그리스도인은 성서의 진실을 믿는 동시에 자신의 내면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푸코에 따르면 성서해석과 자기 해석, 이중의 해석에서 자기해석학이 기원한다. 


자기 돌봄


푸코는 자기 돌봄의 기원을 플라톤의 초기 대화편에서 발견, 소크라테스는 자기 인식의 인간이기보다는 자기 돌봄의 인간이라는 것인데, 여기서 돌봐야 하는 자기란 영혼을 말한다. 자기 영혼을 제대로 돌보려면 자기 인식을 위한 거울이 필요하고, 이 거울은 영혼과 같은 속성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고. 이렇게 영혼을 들여다봄으로써 자기 자신을 돌보면서 정의로운 행동의 근거가 되고, 정치적 행위의 규칙들을 부여하는 원리들과 본질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알키비아데스>에서 자기 돌봄은 타자 돌봄이 자기 돌봄의 능력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정치 입문을 준비하는 청년을 위한 실천이며 자기 인식과 상호 내포 관계에 있다. 이때의 자기 인식은 그리스도교의 자기해석학처럼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것을 찾아내 고백하는 것과 아무런 관계가 없음은 물론이다. 


자기 돌봄의 구체적 테크닉


푸코는 세 번째 강연에서 자기 돌봄을 하는데 필요한 구체적 테크닉을 설명하는데, 전사처럼 방어와 공격에 꼭 필요한 동작만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사건을 앞에 두고 당황하지 않는 법,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법을 익혀야 한다. 이러기 위한 구체적 테크닉인 시련과 명상이며, 그 정점에 죽음에 대한 명상이 있다. 


파레시아다. 이는 세 번째 세미나에서 다루는 주요 주제다. 제정기 그리스 로마 시대의 파레시아(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하는 실천), 이 시기의 주체 형성에 관여하는 진실한 말을 하는 자는 스승, 인도자, 지도자다. 진실한 말을 할 수 있는 자는 자기 돌봄에 필요한 타자이고, 제자는 침묵 속에서 경청한다. 


글쓰기다. 이 역시 고대의 중요한 테크닉 중의 하나였다. 자기 쇄신, 자기 영혼의 점검이 글을 통해 나타난다. 푸코가 휘포므네마타(말하는바)를 다시 상기하기 위한 요약 메모를 중요한 기술적 개념으로 강조하는 이유는 이것이 철학자의 말을 적은 것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나온 ‘상기’ 자기 테크닉 중에서도 아주 중요하게 여겨진다. 진실을 드러내려면 주체가 망각한 목록 속에서 주체의 진실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푸코는 고대의 자기 테크닉이 주체가 적절한 행동을 하는 데 필요한 매개 수단들을 발견해 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봤다. 이렇게 구축된 주체의 구조는 그리스도교의 고백 종용으로 점차 변해간다. 


특히 그리스도교 이전의 역사를 신과 인간의 역사였다면 그리스도교의 시대는 신의 세계였다는 점은 바로 푸코가 자기해석학의 기원이라고 까지 이야기할 정도였다는 점이다. 그의 자기해석학의 기원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흥미로운 천경의 <미셸 푸코의 실존 미학, 내 삶의 예술가 되기>(북코리아, 2024) 또한 참조할만하다. 


아울러 흥미 있는 부분은 세 번째 세미나 주요 주제인 “파레시아”다. 솔직하게 말하기란 아주 중요한 것이어서 정치적 장면이든 인간관계든 간에 늘 긴장된 분위기를 만들지만, 빛과 소금 같은 존재의 역할이다. 민주정이든 군주정이든 이 파레시아 문제는 18세기 말 19세기 초 의회가 나타나면서 사라졌다는 한다. 그렇다면 정치의 본질과 역할은 명확해진 셈이다. 의회와 언론의 자유가 파레시아문제의 진정한 계승자라는 것이다. 파레시아는 개인의 덕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전문적인 정치 영역에 속하는 것이었다.


그 밖에도 많은 쟁점을 보여주는 대목들, 동양의 수양(자기 통치, 자기 수양, 자기 돌봄)에 관한 푸코의 생각은 동, 서 문명의 접점에서 보는 자기 문제는 그리스도교적이지도 않고, 그리스로마 경험과도 거리가 먼 동양의 자기 윤리의 발견은 쇼펜하우어를 통해서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이 또한 새로운 생각거리다. 익숙지 않은 용어와 개념, 흔히 말하는 자기 돌봄과 다름으로 헷갈리는 대목도 없지 않지만, 핵심은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 말하기는 철학과 정치, 윤리 등의 면에서 주요한 내용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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