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지구에서 살아가려면 - 종말로 향하는 지구의 방향을 바꿀 9가지 녹색 제안
장성익 지음 / 풀빛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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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로 향하는 지구의 방향을 바꿀 9가지 녹색 제안


이 책<그럼에도 지구에서 살아가려면>은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럼에도 우리는 지구에서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9가지의 녹색 전략을 실천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당장에라는 말로 읽을 수 있다. 제목이 주는 암시는 2024.8. 부산에서 열리기로 한 세계지질과학총회에서 지질시대에 “인류세”라는 이름을 붙일지를 결정한다. 


지은이는 우리 사회가 자연과 인간의 공존하는 길을 잃어버린 순간부터 불안의 씨앗은 뿌려졌고 마치 하늘까지 닿는다는 콩나무처럼. 종말로 향하는 지구, 동시다발의 태풍이 불어오는 것처럼 어디로 피할 것인지, 사면초가 상태다. 인류세는 인간이 지구 역사를 바꿀 만큼 엄청난 힘을 쥐고 인간 맘대로 자연을 망가뜨리고, 세계에 만연한 불평등은 사회를 무너뜨리고, 이 와중에 삶의 위기, 공동체의 위기, 민주주의 위기가 닥쳐왔다. 지은이는 녹색 관점에서 살펴본 의식과 시스템전환을 핵심으로 본다. 열쇳말은 ‘한계’다. 위기의 근본 원인은 지배적인 문명과 사회 경제 체제, 현대인의 삶의 방식 등이 일정의 한계를 넘어선 데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는 이런 한계를 넘어 종말로 치닫는 우리 사회와 자연, 즉 생명체 공생하는 지구의 방향을 어떻게 바꿔야 할 것인가, 이에 관해 9가지 제안을 한다. 의식과 시스템전환을 위한 생각들이다. 


이 책 구성은 9개의 제안을 각 장에서 다루고 있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있다는 점을 인식하자는 데서 시작한다(1장), 경제성장 신화의 종말(2장), 소비사회는 빈곤 사회임을(3장)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가져온 폐해를 불편하더라도 인정하자는 말이다. 개인보다 구조가 먼저(4장), 대안은 탈성장이다(5장), 과학기술은 양날의 검(6장), 그리고 환경에는 정의가 필요하며(7장), 동물이 빛나야 사람도 빛난다(8장). 마지막으로 지금은 인류세, 책임 있는 생태학을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논하고 있다. 


제안들은 어디선가 익히 들었던 내용이다. 인류가 지구상의 유일한 생명인 것처럼 굴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기에 들어서면서 과학기술이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는 역설적으로 양극화를 확연하게 드러내 빈곤 사회를 두드러지게 했다. 이제는 개인보다는 시스템을 먼저 손봐야 한다. 결국 대안은 탈성장, 탈노동, 탈소비 그리고 생태경제학으로의 전환 등이 기후 위기를 벗어나려는 대안으로써 떠오른다.


환락의 잔치는 막을 내리고 현대 인류 사회의 번영과 종말의 축소판 ‘나우루’


울릉도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은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잘사는 나라에 속했다. 하지만, 불과 한 세대만의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비참한 나라 중 하나가 됐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지은이가 제안하는 9가지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나우루는 현대 농업의 필수인 화학비료의 원료재인 인산염이 ‘인광석’에서 나온다. 나우루의 지리와 환경이 만들어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인광석”은 오랜 세월 동안 태평양을 건너가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 쉼터로 이곳에서 먹이활동도 하고 체력을 회복하기도 했다. 이 새들의 배설물이 변화하여 인광석이 된 것이다. 행복은 불행을 잉태하는 법, 돈이 들어오자 이곳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놀고 흥청망청, 인광석이 다 떨어지자, 조세회피처가 되기도 했지만 실패했고, 2010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역외 난민수용소가 나우루에 들어선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난민을 쫓아낼 방법을 찾던 중이었다. 문제는 이곳에 수용된 난민들은 인권보장은커녕 방치된 상태로 열악한 환경과 성범죄,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단식농성을 하거나 자살을 하기도….


나우루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놀랍게도 인류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의 축소판이다. 나우루와 지구, 나우루 경제와 현대 자본주의 산업 문명, 인광석과 화학연료, 나우루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대다수 현대인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 서로 비슷하다. 나우루 대통령은 2011년<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우루는 선택권을 잃어버린 나라가 어떤 문제에 부닥치게 되는가를 보여준다.”라고.


‘인류세의 책임 생태학’


2000년에 “인류세”라는 지질시대의 개념을 제안했던 노벨상 수상자인 네덜란드 출신의 대기 화학자 파울 크뤼천은 왜 이런 레디칼한 표현을 썼을까, 그는 인간이 지구환경을 바꾼 규모가 소행성 충돌과 비견될 수준임을 드러내기 위해서라고 했다. 지은이는 인류세를 언제부터로 봐야 할 것인지에 관한 세 가지의 견해를 소개, 첫째는 신석기시대부터, 둘째는 15세기 말 이후 본격화된 유럽인의 아메리카대륙 침략과 식민화 때부터, 그리고 셋째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50년대부터 자본주의 시스템의 세계적인 확산과 소비 자본주의 대중화,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화된 시점이라는 견해다. 이 중, 셋째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는데, “인류세”를 지질변화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이며 문화적이라는 성격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할 듯하다. 


인간이 환경을 얼마나 파괴했는지, 환경이 인간에게 반격하는 상황을 “인류세”라고 한다면, 인류세를 살아가는 방법은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의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추수밭, 2023)에서 말하는 지구를 구한다는 착각이나 거짓말 이런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우아하게 지구를 지키는 법은 종말론보다 가능하고 친환경 제품보다 효과적인 환경 습관이 있지 않은가라는 말을 곱씹어볼 만하다. 아울러 최평순의 <우리에게 남은 시간>(해나무, 2023)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 한국 사회에서 “인류세” 담론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지은이는 책임의 생태학을 주장한다. 새로운 인간중심주의, 생물다양성이란 의미와도 서로 통한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자연의 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생태주의 한쪽에서는 인간을 지구에 해악만 끼친 암세포 같은 존재로 여기기도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고 문제해결 능력이 있음을, 인간에게 어떤 특별함이 있다면 바로 이런 능력이다. 책임지는 인간, 지구와의 관계 속에서 자유를 이해해야 한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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