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협동조합 - 한 사람에서 시작해 한 사람에게 향해 가는 협동조합
김기섭 지음 / 들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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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협동조합


지은이 김기섭은 최근 고인이 된 농업경제학자다. 1986년부터 일본에서 협동운동, 유기농업 운동을 이끌던 은사에게 사사, 일본의 다양한 사회 시민운동을 접했다. 1993. 생활협동조합에서 일하며,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에 관한 연구를 했던, 현장활동가이면서 연구자<한국 사회적경제의 역사>(공저:한울아카데미, 2016), <인간연대 자본론>(들녘, 2018), <사회적 경제란 무엇인가>(들녘, 2018> 등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한 사람의 의미와 한 사람을 향해 가는 협동조합


한 사람은 두 가지 의미, 즉, 주체로의 사람인 개인을 의미하고, 그 한 사람은 세상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런 사고 틀에서 그는 한 사람 협동조합, 한 사람에서 시작해 한 사람에게 향해 가는 협동조합을 이야기한다. 협동조합의 “정의” “가치”와 “원칙” 여기서 정의(定意)는 외부에 협동조합의 목적을 알리는 것이고, 그 운영에 관한 내용을 역할에 담는다.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을 규율하는 개별법(농업, 수산업, 생산자, 소비자, 사회적, 노동자 등의 협동조합), 기본법을 마련해두고 있다. 법률에 따른 협동조합은 본래 취지를 왜곡시킬 잠재적 가능성과 목적에서 금융 등을 부각, 자유, 자율이라는 가치가 몰각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협동조합의 역사에서 방향성을 잃어가는 협동조합, 즉 “가치”를 새롭게 되새겨야 한다는 말과 정체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이미 기업의 형태를 취하는 등의 복잡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고. 협동조합은 비영리법인이 아니다. 다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을 뿐인데 여기서 혼란이 생겨 무늬만 협동조합인 조직이 들고 있으니…. 세계에 300만 개가 있다는 협동조합이 말이다. 


이 책은 위와 같은 내용으로 5장 체제이며, 1장에서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관하여(국제협동조합(ICA) 서울대회) 2~4장에서는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정의”, 협동조합과 조합원의 자기신념인 “가치”와 협동조합 운영에 필요한 7가지 지침인 “원칙”의 자세한 설명과 해설 그리고 지은이의 관점과 견해를 싣고 있다. 5장에서는 개인화 시대, 협동조합의 길을, 개인주의 협동조합을 향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담고 있다. 


협동조합의 정체성?


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신협), 농업협동조합(농협) 등이 떠오를 것이다. 협동조합은 모두 여·수신 기능을 기본으로 하지만, 그렇지 않은 협동조합, 소비자(한실림), 생협(아이쿱) 서비스(의료협동조합) 등, 그런데 조합원이 기본인 협동조합이 조합원을 소외시키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으로, 엉거주춤한 상태, 우리 귀에 익은 농협은행, 수협은행 등 도대체 왜 이런 “은행”이란 용어를 쓰는가?, 단위농협은 또 뭐고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마치, 사회복지사는 행정의 하부로 사회서비스를 하는 것처럼 인식되듯, 하지만 본래는 말 그대로 사회복지사다. 즉, 활동가이면서 시민운동가처럼 복지권리를 위해 소수자가 약한 자를 대변하고 제도개선과 구제 활동을 하는 등, 행정관청을 상대로 싸우기도 한다. 마치 길거리 변호사처럼 말이다. 그런데 한국의 사회복지사는 뭔가 빠져있다. 즉 정체성이, 가치 인식이 모자랐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협동조합 또한 중요한 기능이랄까,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협동조합 운동의 중요한 저작이 바로 이 책이지 않을까 싶다. 


협동조합은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 대신에 “나”


사대의 변화와 함께 말도 사람도 마음도, 혼란을 겪고 있다. 협동조합의 위기는 쉽게 말할 수 있다. 19세기 말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만, 앞으로 어떻게 미래를 모습을 짐작할 수 있을지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한때 대기업의 타도를 외치던 노동자들은 지금은 그 주식을 사면서 주가가 오른 같은 노동자를 보면서 배 아파한다. 즉 “우리” 대신에 들어선 “나”, 신자유주의적 각자도생이라 할 수밖에. 공동체에서 개인화, 인간으로서의 권리보장은 상당한 수준, 물론 상대적이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말이다. 


또한, 협동조합을 사회주의적 시각에서 이해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으나, “사회주의적”이란 점을 인식해야 한다. 마음 또한 불안상태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불안을 증폭시키니, 그렇다면 협동조합의 위기를 어떻게 새겨야 할까? 협동조합이 하나의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자유’와 ‘평등’(존립조건), 그리고 ‘의미의 창출’과 ‘희망의 분배’(사회의 존재이유)라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문제는 실재에서 제도로 추락했다. 가입과 탈퇴의 자유와 1인 1표의 원칙만 남아있을 뿐, 의미창출과 희망의 분배는 이미 협동조합의 몫이 아니다. 이는 조합원의 소외다. 말을 잃어버린 것이다. 


위기의 본질, 의미 창출과 희망의 분배의 상실


반박의 여지는 물론 있다. 지은이는 협동조합의 이념적 위기를 진정 극복하려면 먼저 조합원이 자기 말을 되찾고 다른 조합원과 다시 관계를 맺도록 돕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협동조합의 정체성은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체성부터 그 깊이를 더해야 한다고. “일인은 만인을 위하여,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라는 공동연대의 정신은 개인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이 정신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시대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자는 제언이다. 박제화된 협동조합은 “은행”이란 이름으로 정체성을 드러낸다.조합원 대신에 불특정다수의 사람과 통장을 매개로 한 금융기관인 은행으로의 변신은 개인이 말과 관계를 잃어버리고 대상화됐다는 말이다. 이는 왜 협동조합을 새롭게 이해하는지를 그 이유를 말해준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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