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 평전 - 문명에 파업한 비폭력 투쟁가 PEACE by PEACE
박홍규 지음 / 들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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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 불멸의 이론은 없다. 모든 것은 변한다

 

오랜만에 박홍규 선생의 저작을 읽는다. 꽤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 책<간디 평전>은 선생의 독특한 스타일대로 간디를 입체적으로 톺아본다. 19세기 말 인도 사회, 500여 개의 소국(토후국), 이른바 자치단체의 공생이라 할까, 아무튼 당대도 그러했지만, 21세기의 인도에도 여전히 도회지의 삶, 즉 현대와 근대가 뒤섞이거나 각각 존재, 공존하는 하나의 대륙이다. 미국의 주와 주 사이의 통상처럼, 인도 연방 역시, 주와 주를 넘어가는 재화에 통관세를 부과하는 제도 자체는 하나의 국가로서 인도가 아닌 대륙 안 다양한 국가가 존재하는 듯하다. 카스트제도 역시 그러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고정된 개념의 카스트제도가 아닌 변화하는 카스트. 역시 우리가 아는 얄팍한 앎으로는 “인도”를 이해하기 어려울 듯하다.

 

선생의 이 책은 여느 평전과 다르게 간디를 마하마트(성자)간디라 부르지 않는다. 성자란 말이 어울리는지는 대한 이의를 제기한다. 간디의 사상의 특징인 두 축 “이의제기”와 “비판”의 정신을 따라 간디를 본다는 말이다. 아마도 다른 평전과의 차이, 아니 특징은 바로 이점이지 않을까 싶다. 박홍규 선생은 2007년에 간디의 <자서전>을 번역한 후, 그의 중요한 저작인 <남아프리카에서의 사티하그리하>와 <인도의 자치>를 번역, 전자는 <간디, 비폭력 저항운동: 남아프리카에서의 사티하그라하>(2016)으로, 후자는 <간디가 말하는 자치의 정신>(2017)으로 각각 세상에 내놓았다.

 

비폭력 시민저항, 청빈, 자기성찰

 

간디를 상징하는 것들 ‘비폭력 시민저항’, ‘청빈’,‘자기성찰’의 원류는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초,중등학교에서 공부는 별로였던 간디, 변호사 자격을 따고도 직업 적응성은 별로였던 그는 도망치듯 당시 “타타(인도 재벌)”의 사무변호사로 남아프리카로 가게 됐고, 이곳에서 20년 세월을 인도인의 자유와 권리 옹호를 위한 “사티하그라하” 이른바 파업, 비폭력 저항을 통해 아주 질리게 만들어 끝내는 항복을 받아내는 중국공산당의 ‘장정’처럼, 끈질기게, 영국유학시절 그리고 남아프리카 시절에 그가 입었던 양복은 보여주기 위한 것에서, 점차로 환경에 맞는 차림으로, 인도로 돌아와서 천 조각만을 걸치는 삶은 청빈이 아닌, 인도의 수많은 보통사람처럼, 그리고 자기성찰,

 

이 평전에서 복잡다단하게 전개되는 간디의 삶은 모순돼 보이기도 하고, 또 모호하기도, 이해가 곤란한 대목도 있지만, 그이 독특한 생각만큼은 수많은 이들에게 흥미를 안겨주었다.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서양이건 동양이건 ‘간디’ 자체가 연구대상이기도 했다. 그가 암살을 당하지 않았더라도 또 그가 없었더라도 인도는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활동으로 영국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왜 간디 이전과 이후로 나누게 되었나 하는 점이 중요하다.

 

간디가 쓴 자서전과 그의 혈육이 쓴 자서전, 그리고 유명한 아동의 발달심리, 사회심리학을 연구하면서 정신분석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정리한 유명한 에릭 에릭슨이 간디를 정신분석학으로 연구한 <간디의 진실: 비폭력 투쟁의 기원>과 한국 사회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던 프랑스 “르 누벨 옵서르바퇴르”가 2005년 25명의 가장 중요한 사상가 중 한 명으로 뽑은 에릭슨의 제자 수디르 카카르의 <인도 섹슈얼리티 탐구>(1990)에서 간디의 정신분석을 시도한 적이 있다.

 

이 평전에서는 이들의 견해에 따라 간디의 삶 속에서 나타난 금욕주의, 경건, 여성주의 이른바 페미니즘적 요소들을 담았다. 평전의 체제는 8부이며, 1부에서 간디를 알기 위한 인도 소개, 간디 부교재, 2~4부까지는 식민지 인도에서 자라, 영국 유학 동안, 채식주의자와 종교인으로서 간디의 모습을 그리고 남아프리카에서 인도인으로 사회운동가, 군인, 언론인, 사회인 간디를, 5~7부는 사상가로서의 수련, 연마의 기간을 거쳐 성장하는 민족주의자, 톨스토이주의자, 사상가, 농민, 승리자로서 간디를 그렸다. 8부, 독립에 이르는 과정을,

 

정신분석학적으로 본 간디

 

간디의 정신세계에서 자리한 아버지는 나이 차이가 컸던 어머니 실은 넷째 부인이었으나 그럴만하다. 그는 아버지가 성에 지나치게 몰두했다고 의심했고, 어머니를 그 희생자로 봤다. 그래서 간디는 나이 든 사람이 어린 소녀와 결혼하는 것을 반종교적이라고 배척했다. 또한, 그는 남녀의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에게 가해진 불평등을 제거하기보다는 남녀관계에서 성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1935년 미국의 페미니스트 마가렛 생어가 피임기구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간디는 성적 결합은 오로지 출산을 위해서만 필요하다고 주장, 싱어와의 대립을. 이렇게 기본적으로 여성의 성욕을 부정하고 어머니로서의 여성을 이상적으로 보는 태도, 폭력=남성, 비폭력=여성이라는 도식, 그의 자서전에서는 이런 고정관념은 찾아볼 수 없다,

 

한편으로 자신이 가족에 대한 남성적 권위주의가 과도했음을 고백하고 있지만, 그는 사회적으로 여전히 권위주의를 고집하는 남성적 측면을 보였다. 이런 내용을 소개하는 것은 바로 간디를 비판적으로 읽기 차원이다. 공과(功過)를 사정없이, 재단 없이 가치 중립적으로 논한다는 태도를 지속해서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박홍규 선생은 이점에서는 학자의 학문적 태도를 유지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간디의 핵심사상 “사타하그라하” 란 무엇인가

 

이 평전은 간디의 핵심 사상이자 평생 영국에 저항하는 독립투쟁의 목적으로 방법으로 사용했던 사타하그라하는 어떤 것인가 말 그대로 하자면 “파업”이다. 문명에 파업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은 “진실을 잡는 운동”, “시민 볼복종” “진실추구 운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결국, 진실은 거짓, 불공정, 부정의, 불평등, 억압, 착취, 비겁, 침략, 폭력, 욕망 등과 반대되는 것이다. 간디는 평생 이를 추구했다. 청빈, 자기성찰도 절대적이 아니다. 단순히 도덕적 차원을 떠나 문명 비판적인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홍규는 이를 자유-자치-자연에 대한 믿음인 아나키즘으로 받아들인다. 간디는 새로운 인도를 아슈람(작은 사회)으로 구성된 작은 나라들의 연방으로 구상했다. 강한 일국, 중앙집권체제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세상 사람들은 간디를 사상가로 본다.

 

이 평전은 간디의 지성사, 사상사, 인도의 사회사다. 그는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가 세상 사람에게 남긴 것, 여전히 유효한 것은 그의 위대함이 아니라, 보편적 진리다. 진실추구, 거짓이 아닌 것을 정의가 아닌 것을 반대하고, 작은 사회인 아슈람과 개인들은 자연과 조화롭게 살기 위해 동물을 존중하며 육식을 하지 않고 채식을 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다는 점이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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