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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9월
평점 :

사강, 많이 들었던 그 이름의 사강
사강이 1984년에 썼던 이 에세이는 사강의 자기 고백서라면 그럴 것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글 제목이어서…. 빌리 홀리데이, 테네시 윌리엄스, 오선 웰스, 사르트르 그리고 ”독서”에서 사강은 말은 강렬하다. 사강의 삶 속 고통과 환희를 담아내는데... 여기에 실린 글 중에 눈길이 가는 곳은 "독서"다.
”나는 프루스트를 통해 내 열정 속에 도사린 어려움과 위계의 의미를 배웠다. 나는 프루스트를 통해 모든 것을 배웠다. “고, 누가 이렇게 말을 할 수 있을까, 솔직하다.
그는 말한다. 내가 내 삶의 전개를 설명하고 이해할 수 없다 해도,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 해도, 내가 불안에 사로잡힌 사람으로 삶을 살아오는 동안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해도, 내게는 네 권의 책이 발판으로 나침판으로 남아 있다. 지금은 예전의 절반 정도만 높이 평가하지만….
나는 지나치게 나 자신으로 강렬하게 살았다. 그는 다른 누군가가 자기 대신 살게 할 필요가 있었다. 즉, 나 자신의 존재가 완벽하게 느껴지도록, 다른 누군가가 살아가는 모습을 책을 통해 읽을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강렬하게 자기 일생 줄 곳, 그리고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는 책은 무엇이었을까,
19살 때, 카페 한구석에 일주일 만에 써낸 소설<슬픔이여 안녕>로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고 누군가는 말한다. 그 어린 나이에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명작을. 역시 천재는 다른가보다 라고, 하지만, ”독서”라는 에세이는 그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아니다 이렇게 말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의 강력한 흡수력은 안광이 지면을 뚫듯, 행간에 숨겨진 생각들과 깊은 사유를 그의 속으로 끌어들였던 게 아닌가, 결코, 그 나이에 그 짧은 순간에 쓴 소설이 아니라, 이미 준비된 게 아니었을까, 다만, 그때 손끝을 통해 지면을 메꾸었던 건 아닐까,
이렇게 사강을 본다면, 이 책 속의 글들은 사강의 삶의 모습과 그때그때 등장했던 사람들과 환경이 어떻게 그의 작품에서 되살아나는가가 궁금해진다.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은 그가 세상을 보는 눈은 범상치 않음을, 생각이 전혀 일반적이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호기심과 모험, 그리고 경험의 체화를 통해서 늘 문학적 소재를 찾았던 건 아니었을까, 문학평론가들의 평론 속에는 이런 분석은 없었던 것일까, 또다시 호기심이 고개를 쳐든다. 사강에 대해서 과분한 탓인지, 자꾸만 생각이 다른 곳으로 뻗어 나간다.
”테네시 월리암스“, <슬픔이여 안녕>이 프랑스나 미국에서 대소동이 일어난 후, 미국으로 매혹적인 작은 악마를 보여주러 간다. 19살의 사강, 누군가 써줬다는 이야기도. 소설의 내용으로 소동이 일었을 때, 성 경험도 짧은 그녀가. 과연…. 이런 시선을 거두어들이기 위해, 미국으로…. 거기서 만난 테네시와의 만남을 이야기한다. 그는 문확적 성공을 거두었지만 끊임없이 작품성 시비에 휘말리고 동성연애자로서 사람들의 질시를 받았다. 그의 연인 프랑코를 잃고 그의 변화된 모습을 그리는 대목은 리얼하다. 이 글에서 눈에 띄는 한 문장 “한구석에 아껴둔
좋은 빵처럼 나를 포옹했다.“ , 이런 걸 두고 언어의 마술이란 하는가 싶다. 한구석에 숨겨둔 이 아니라 아껴둔 이란 표현이.
글을 쓰는 것은 뚜렷하고 값지며 드문 재능을 요구한다는 우리 시대에 부적당하고 거의 몰상식한 진실이 돼버렸다(210쪽), 문학은 거짓 사제 혹은 찬탈자들에게 온화한 멸시로 복수하는 것이다. 문학은 감히 손가락으로 자신을 만지는 사람들을 무능하고 신랄한 불구자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때때로 잔인하게도 그들에게 일시적 성공을 안겨주지만, 결국 그들의 삶을 파멸시킨다. 사강은 왜 이렇게 생각했을까?,
이쯤 되면, 사강의 ”독서“에 실린 책들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프루스트가 사 강에게 주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사강은 왜 프루스트를 통해 모든 것을 배웠다고 했을까, 사강의 작품 속에 프루스트가 배어있을까, 사강의 소설을 차근차근 읽어보련다. 문학이란 진짜 손가락을 자신을 만지는 사람들을 무능하고 신랄한 불구자로 만들어버리는지를 찾아보련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