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 민주주의와 한국 정치제도 - 다수 지배와 소수 보호의 균형을 위한 정치제도 설계 정치연구총서 1
문우진 지음 / 버니온더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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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민주주의와 한국 정치제도

 

이 책은 지은이 문우진이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한 연구결과물이다. 부제, 다수지배와 소수 보호의 균형을 위한 정치제도 설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한국 정치제도의 합의제 성격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개혁 방안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합의제적인 정치제도의 도입으로 곧바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발전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둬야 한다. 권위주의 국가에서 독재자의 권력을 분산시키고 견제하면 민주주의 수준이 높아질 수 있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예전에 독재국가나 권위적 국가에서 이뤄졌던 민주적 변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아랍의 봄’과 함께 찾아왔던 희망은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동부와 중부 유럽 국가들에서 많은 민주화 과정이 다시 멈추거나 새로운 권위적 정부 형태로 대체됐다. 우리 사회 역시 이런 경향성을 보인다.

 

정치란, 일상생활의 연속, 정치적인 행위

 

그렇다면, 정치란 무엇인가, 우리는 정치를 어떻게 관념하는가, 근본적으로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란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삶에 매 순간 영향을 미치는 공기와 같은 존재요, 환경이다. 집에서 필요한 어떤 물건을 살 때, 가족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누구이며, 어떤 형태로 영향을 미치는가, 이 역시 정치다. 한 두 사람 이상이 모여서 하는 모든 집합적인 결정에는 권력이 작동한다. 권력이 개입 작동하는 모든 행위는 정치적인 행위이다. 우리 일상생활이 정치의 연속이란 것이다. 노동정책도 복지정책도 모두, 그렇지만 우선 정치는 정치가의 행위라고 정치는 복잡하다고, 그래서 선거로 뽑은 대리인에게 맡기는 거라고, 이렇게 해서 우리 생활에서 한 걸음 멀어진 정치, 그러나 정치는 일상생활의 행위이며, 그 결정이 우리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기에, 신물나는 정치, 더러운 정치라고 내팽겨처버릴 수만 없다. 우리의 권리행사이기에,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을 수 없는 것처럼...

 

이 책은 대의민주주의의 정치제도를 소개하고 한국 정치제도의 특징을 3장으로 나누어 살피고 있다. 1장에서는 정치와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정치의 정의, 경제와의 차이, 정치와 민주주의, 제도주의적 시각, 그리고 2장에서 정치제도의 작동원리에서는 제도설계와 제도의 거부권 행사자를 살폈다. 3장에서는 한국의 정치제도, 선거, 정당, 행정-입법, 대통령의 권한, 정부 유형 등을 다룬다.

 

이 책은 한국정치제도의 특징을 아렌트 레이파트와 조지 체벨리스의 이론적 모형을 통해 정치제도의 작동원리를 설명한다. 레이파트의<민주주의>(1984년),<민주주의의 유형>(1999년)의 다수제와 합의제모형에 관한 분석을 통해 합의제모형이 더 나은 민주주의를 산출한다고, 또, 체벨리스의 <거부권행사자>(2002년)에서 정치제도가 제도적 거부권행사자와 정파적 거부권행사자의 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데, 거부권행사자의수와 견해 차이가 늘수록 기본 정책의 안정성이 증가하고 입법 효율성이 낮아진다고 하여 레이파트의 견해와 충돌한다.

 

어떤 민주주의 제도가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내는가,

 

모든 정치적 결정은 거래비용과 순응 비용에 따른다는 제임스 뷰캐넌과 고든 털럭의 <동의의 산술>(1962년), 거래비용은 최종 의사결정 도출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며, 순응 비용은 소수가 다수의 결정에 따라야 하기에 치러야 할 비용, 소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까다로운 의사결정 방식을 채택하면 순응 비용은 감소하나 거래비용은 증가한다. 민주주의 제도는 다수의 지배와 도수 보호라는 서로 상충하는 두 원리를 가지고 있다.

 

포퓰리즘이 국가의 대의민주주의, 대의제 헌법의 중심 메커니즘에 의문을 제기하고, 시민들은 정당이나 제도에 관한 신뢰와 지지를 거두어들인다.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민주주의 정치체제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위에서 말한 정치제도의 운영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이다.

 

한국의 정치제도, 선거제도,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가 아니라 사익추구를 위하여" 대리권문제

 

한국의 정치제도 중 다수제적 특성을 가장 강화하는 제도는 선거제도다. 지역구 의원이 의원정수의 84.3%를 차지하는 한국 선거제도는 군소정당의 의회 진입을 어렵게 한다. 2023년, 정치권은 대표성과 비례성을 향상하는 다양한 비례대표제 도입논의를 전개했는데, 국회 정치개혁 특위의 보도자료를 보면,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자문위원회는 1안,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 2안, 소선구거제와 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3안,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1안과 3안은 비례대표의원을 97명을 늘리기 위해 국회의원정수를 350명으로 증원, 3안은 비례대표 의석을 70석 정도로 늘리는 만큼 지역구의석을 줄이는 방안이다.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는 합의제적 성격을 강화해, 소수 보호에 유리한 결과를 끌어낸다.

 

아무튼, 한국 정치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당이 시민사회와 국가를 연계하는 기능을 제대로 그리고 충실하게 수행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정당이 시민사회의 다양한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고 이들의 갈등을 입법적으로 조정하는 역할 대신에 정치 갈등을 유발하고 정치 양극화를 촉진하면서 국회를 정치엘리트의 권력투쟁의 장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정치인이 누구를 대표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대표할 것이냐의 문제로 돌아가 버린다. 대의민주주의의 형해화라고 해야 할까, 민주주의 주인인 국민의 이익이 아닌 정치인 사익을 위한 활동, 대리인 문제가 발생, 결국에는 누가 국민을 대표할 것인가가 문제라는 것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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