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사소한 통일
송광호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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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사소한 통일

 

지은이 송광호 기자는 20대 후반인 70년대 중반 캐나다로 삶의 터전을 옮겨, 이일 저일, 당시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이민자들처럼 소규모 자영업을 꾸리다가, 81년부터 토론토 한국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가 잠시 옆길로 빠졌다가 다시, 강원일보(5개신문사 공동)러시아 특파원으로...

 

80년대 후반 8번에 걸친 방북취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이도 아니고 정보기관 출신도 아니기에 어찌 보면 날것(물론 기자의 세계관에 따라 북에 대한 평가와 생각은 다르겠지만) 경험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아주 귀중한 기록이다. 지난 40년간을 캐나다 이민자로 국내신문의 특파원(러시아, 미국) 등으로 살아오면서, 얻은 지식과 자료를 우리와 공유하기에는 너무나 한정된 지면이지만 말이다. 황장엽 탈북사건과 주병돈 박사의 평양 생활 10년 등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은 2부 36개 에피소드다. 1부는 내가 만난 북녘땅, 1989년 1월에 북한에 첫발을 디딘 때부터 북한이 남한보다 앞섰던 것들(평양 지하철과 한의학)까지 20꼭지, 2부 남한은 북한을 너무 몰라요(이산가족, 탈북민 그리고 방북) 16꼭지가.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다.

 

기자 눈에 비친 북녘땅

 

지은이가 1989년 1월 북한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그의 눈에 비친 평양의 모습은 모스크바와 닮은 꼴이라 여겼다. 250만 인구의 평양 서울의 1/4의 쇼윈도 도시,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눈에 들어온다. 105층의 건물이 지어지는 중이었다. 1989년 말까지 평양에 살다 함남 신포로 이주한 주민(탈북자)은 남조선은 88올림픽으로 부흥하고, 우리는 평양축전으로 망한다고. 평양밖 세상은 여전히 60년대 풍경,

 

평양에 관한 평가가 어떻든 자유연애와 휴대전화, 달라진 옷차림 등, 하지만 여전히 전력난이 문제인 듯, 신호기가 꺼지고 여성 신호수가 나와 교통정리를 하는 모습을,

 

 

미군의 황해도 신천 양민 학살, 미국을 증오

 

한국 전쟁 중 미군의 양민 학살은 충북 영동 노근리,이야포?두룩여, 북한의 황해도 신천을 50여 일 점거했던 미군은 군민 3만여 명을 학살했다는 것이다. 방공호에 가둬 놓고 휘발유로 불태웠고, 원암리 밤나무골 화약창고에 어머니와 아이들 910명을 모아놓고. 지금도 어머니묘 400개와 아이들 묘 102개 합장묘가 남아있다고…. 그래서 오랜 시간이 흘러도 북녘 사람들은 미국을 증오한다고, 항미다. 공포다.

 

북한의 식량 사정과 1984년 남한 홍수 때 물자지원

 

북한 사람들의 식량 규모는 800만 톤, 풍년이 들어도 600만 톤 정도의 수확이라 하니 식량은 늘 궁핍한 상태다. 오죽하면 의식주라는 말이 식의주로 바뀌었을까, 이 사람들이 1984년 남한 홍수 때, 5만 석의 쌀과 10만 톤의 시멘트를 보냈다.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늘 식량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으로서는 통 큰 지원이었다.

 

북한에도 사람이 살아

 

북한은 김일성민족이며, 통일이 지상과제라고, 사면초가, 이미 한국전을 치렀던 경험이 있는 북한은 자력갱생의 원칙이 무너지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세계사 흐름 속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1994년 무렵부터 시작된 고난의 행군 때는 군대 내 식량부족도 심각했던 모양이다. 죽으로 끼니를 때울 정도이니,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바에는 차라리 탈북하자고, 일본에서도 방영됐던 TV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무대 북한, ‘장마당(시장)’이 서고, 학생들이 좋은 학교로 가려면 “태권도”와 “수영”은 필수란다.

 

최근에 나온 조선작가동맹 출신 작가 김유경의 <푸른 낙엽>(푸른사상, 2023)의 "자유인"이란 단편, “북한에서의 그 어떤 요란한 삶도 보람되거나 영예로울 수 없지요. 단지 고급 노예에 불과하니까요”라는 대목은 이 책에서 소개한 외국에서 공작(물품반입 등)을 했던 탈북자의 그것과 비슷하다. 통일이후의 남북문화의 이질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탈북자들은 남한을 거쳐 캐나다로

 

탈북자들, 지은이는 북한 사회에서도 양지쪽에 있던 사람들은 탈북해도 쉽게 정착을 하지만, 음지쪽 사람들은 탈북하더라도 여전히 힘들어, 남북 모두 있는 사람들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 보편적인 세계질서가 아닌가 싶다. 캐나다의 개방적인 난민 정책의 물결을 타고 캐나다로 가는 탈북자들, 이들에 대한 평가도 현지 이민자들(한국에서 간)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고,

 

남북 합작의 사립대학 “평양과학기술대”

 

이 책에 실린 내용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캐나다의 주병돈 박사가 2010년에 문을 연 평양과기대(북한의 교육성과 남한의 사)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이 공동으로 설립)에서 10년 동안 무보수 자원봉사로 자본주의 시장을 이해하는(아마도 통일 이후의 세계를 염두에 둔) 교육기관으로 군 복무 면제되는 곳이다. 대학 공용어는 영어, 강의교재도 영어원서를 사용한다. 서방의 자본주의와 북한 주체사상의 틈을 좁혀 이념 차를 해소한다는 게 교육목표라고. 생각보다 많은 외국 자원봉사자 교수들이 오는 모양이다.

 

 

 

 

여전히 틈새가 좁혀지지 않은 남과 북

 

북의 사상과 종교는 여전히 일정한 거리를 두는 모양이다. 종교의 자유, 수령론을 위협한다고 생각하면 제아무리 북에 많은 투자를 하고 경제적인 도움을 주더라도 아웃, 캐나다 시민권자인 임현수 목사에게 내린 종신형 선고, 캐나다 정부는 임 목사의 석방과 송환을 요구 1년 수개월 만에 캐나다로 돌아갔지만, 남한의 납북자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한국 정부는 도대체 왜? 라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이 책에 담긴 수많은 사연, 우리가 모르는 북녘땅, 그곳에서도 사람은 살고 있다. 탈북을 남한 체제의 우위로만 해석해서는 안 될 이유가 여기에 담겨있다. 남이건 북이건 사람이 살고 있다는 말로 갈음하지만, “우리의 소원은 통일”(작곡자 안병원 캐나다시민권자로 2001년 방북)만큼은 남북 양쪽에서 아무 거리낌없이 부를 수 있는 통일가가 아닐까 싶다. 이는 말그대로 느릿느릿 사소한 통일의 시작일지도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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