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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력의 비밀 - 유연한 인생을 위한 36가지 대화의 기술
황시투안 지음, 정영재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9월
평점 :
소통의 스킬, 말은 양날의 검
지은이 황시투안의 <대화력의 비밀>, 갓 태어난 아이가 말문(발화의 시작)이 터질 때까지 엄마, 아빠를 비롯하여 주변 사람들의 표정과 말하는 입을 보면서 우물거리면서 적어도 한 낱말을 500번 이상 되뇐다고 한다. 이렇게 하나하나씩 필사적으로 말 배우기를 한다.
이렇게 시작한 말 배우기는 평생을 간다. 우리가 의식하든 못하든 간에 학령기를 거쳐,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학습과 주변 환경에 따라 어투도, 표현방식도 사람마다 제각각…. 방언(지방의 사투리)도 공용어도, 문제는 대화력이다.
예부터 소통갈등이니, 일방통행, 의미불명, 뭔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겠다는 따위의 표현, 같은 말을 해도 ‘어’ 다르고 ‘아’다른 데, 남의 속을 박박 긁어대는 말, 인간관계에서 소통의 도구인 언어의 쓰임을 보면, 대화력이 중요성이 금방 느껴질 것이다. 중요한 건, 이미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아는 것과 행동, 실천하는 것을 어떻게 조화롭게 할 것인가가 과제일 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과 이와 같은 맥락의 사자성어 일자천금(一字千金= 한 글자에 천금의 가치가 있다) 구화지문(口禍之門=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다). 이렇게 셀 수 없는 ‘말’과 관련된 것들, 이렇게 말은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는 양날의 검이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지은이는 이 책에 유연한 인생을 위한 36가지의 언어의 기술을 실었다. 구성은 4장 체제이며, 1장에 답정너, 두루뭉술하게 말하기, 부가의문문이 붙으면 부드러운 명령어 등 공감과 지지를 끌어내는 대화의 법칙을 설명한다. 2장에서는 상위, 하위, 횡적 등의 분류법과 상대방의 힘을 내 것으로 만드는 언어의 기술 등 소통문제를 해결하는 말하기 비법을, 3장에는 생략, 왜곡, 일반화와 메타언어 사용 4가지, 4장 삶의 변화시키는 언어의 마술,
우리의 일상은 관계 맺기, 유지하기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상호 소통을 통해 서로에게 힘이 북돋아 주는 그런 관계로 발전해 나아가는 데 언어의 마술이 도움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적으로 돌리는 게 아니라면, 그리고 내가 우선 편해진다면, 이 또한 좋은 게 아닌가, 지은이가 이르는 데도 따라가 보자.
생각은 현자처럼 하되, 평범한 사람의 언어로 소통하라는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말을 음미해보자, 생각은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낼 때는 적어도 의무교육(뭐 이렇게 말하는 게 평균적이라는 생각으로, 9년간의 교육을 통해 문해가 제대로 됐다는 전제에서)을 받은 사람들의 일상 표현으로 소통하라는 말이다. 동감한다.
언어의 마술
사기꾼이 현란하게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교언영색을 펼치는데, 제 정신 차리고 들어보면, 황당무계 그 자체다. 그런데 다들 왜 속아 넘어갈까, 제 꾀에 자기가 넘어간 탓이다. 그렇게 되기를 원하는 마음이 강하기에 미래를 그렇게 상상할 뿐이다.
지은이는 이야기를 밀턴 에릭슨의 사례로 시작하는데, 바로 자기 최면이다.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 위 투자사기꾼의 사례와 흡사하지만, 위의 경우에는 물질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과 통제할 수 있는 것과의 본질적인 차이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듯하다.
'왜냐하면'이라는 기제
너는 충분히 이번 시험에 합격하고도 남을 거야, 왜냐하면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으니까, “~거야, 왜냐하면”이 바로 긍정의 힘이 되어주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이때 주의할 것은 반드시 낙관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아직 다섯 개나 남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겨우 다섯 개만 남았다는 사람에게 이 다섯 개의 가치는 전혀 반대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순신이 선조에게 했다는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 해군을 없애고 권율 휘하의 육군으로 가라는 선조의 명령에 재고해달라는 취지로 한 유명한 말이다. 즉, 수군에게는 희망이 있다. 왜냐하면, 아직도 버리기 아까운 12척의 배가 있으니라는 말이다.
침소봉대(針小棒大) 바늘 만한 작은 것을 보고 몽둥이처럼 크다고 생각하지 않기
부분을 전체로 생각하기는 흔히 빠지는 오류다. 작을 일을 크게 부풀려 생각하는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지만, 아부와 과잉칭찬은 자칫 자만심을 키우는 스위치를 켜는 것과도 같으니, 참 균형 잡기가 어렵다. 여기에 덧붙인 자기합리화도 역시 늘 경계해야 한다. 이문열의 단편소설 <시인과 도둑>에서 먹물(학식 있는 자)들은 늘 자기 보신에 능하다고, 손바닥 뒤집듯 자신이 한 말을 뻔뻔스레 엎어버린다고, 아마도 자기합리화에 능한 사람들, 자신도 모르게 변명을 늘어놓는 사람들,
지은이는 자신을 속이지 않는 법, 합리화로 자신을 속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 데카르트 좌표를 빌려와 이혼할래, 안할래란 명제를 들어 설명한다(238쪽), 이혼하면 무슨 장점이 있을까, 무슨 대가가 따를까, 이혼을 안 하면 무슨 장점과 대가가 있을까? 이렇게 자신에게 물어본다면 이미 답정너다.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과의 격차, 간격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메타언어(대상을 직접 서술하는 언어 그 자체를 다시 언급하는 한 차원 높은 언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말할 때 주의할 사항 4가지만 기억해두자. 지은이가 말하는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첫째로 상대방 신뢰하기와 얻기, 둘째, 언제나 상대방을 ‘정답’의 자리에 두기, 셋째로 미리 틀 세우기, 넷째, 결정권은 상대방에게
이 책은 너무 상식적이다. 보태고 뺄 것도 없다.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의 격차를 의식적으로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의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네가 생각하고 말하는 게 정답이라는 전제에서, 결정은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하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인데, 맞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한 톨의 일용할 양식을 얻는 기분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