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는 어떻게 창조하는가 - 인공지능과 뇌과학으로 본 인간의 호기심과 창의성의 기원
다이코쿠 다츠야 지음, 김정환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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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뇌과학으로 본 인간의 호기심과 창의성의 기원

 

꽤 흥미로운 주제다. 지은이 다이코쿠 다쓰야는 인공지능이야말로 인간만의 창의성과 예술성이 더욱 주목받도록 만든다고 본다. 즉, 인공지능이 창의성과 예술성에 이른바 화룡점정(?龍點睛), 용의 눈을 그려 넣는. 마지막 점하나를 찍어 완성한다는 의미일까,

 

개성을 모두 재능이라 부를 수 없지만, 개성이 없으면 재능이 될 수 없기에. 아무튼, 개성이 무엇인지를 우선 아는 게 중요하다. 지은이는 뇌에서 생기는 동요, 흔들림에서 생기는 개성, 이 책은 뇌의 통계학습에서 시작하여, 2장 뇌는 어떻게 기억하고 변환되어 흔들림이 되는지, 3장에서는 힘과 동기, 4장 뇌의 통계를 사고의 관점에서 수렴적 사고와 확산적 사고, 여기서 생겨난 흔들림이 어떻게 창조적인 활동이나 획기적인 발명과 발견으로 이어지는지를, 그리고 5장에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인공지능이 따라잡기 힘든 인간의 능력이 무엇인지를 말한다. 즉, 인공지능 시대에 재능을 키운다는 게 무엇인지, 인간의 가능성은 무엇인지. 1-4장까지는 뇌의 역할과 기능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다. 결론은 제5장,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점,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이 책의 핵심이라면 핵심이다.

 

흔들림은 자신만의 것

 

흔들림이란 뇌에서 생기는 동요, 즉 망설임이라 해보자, 이런 망설임, 미묘한 벗어남, 우리 뇌는 통계 학습을 통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의 확률을 자동으로 계산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며, 불확실성을 높이고 낮추는 활동을 반복하면서 발생하는 동요를 즐긴다. 이 흔들림이 곧 개성으로, 창의성으로 탄생하는데, AI가 갖지 못한 인간만의 고유한 힘, 인간다움이다. 통계 학습을 배움으로 표현해보자,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스타니슬라스 드앤의<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로크미디어, 2021)에서 우리 뇌는 왜 기계보다 잘 배울까?, 라는 물음에 대한 답 또한 이 책에 들어있다.


뇌가 잘하는 것과 AI가 잘하는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AI는 모든 정보를 모으는 수렴적 사고, 이를 바탕으로 분석(기계적인 분석인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하지만, AI 자체가 흥미, 호기심을 가지지는 않는다. 단지 처리할 뿐, 창의성과 호기심이, 창조의 힘이다.

 

아무튼, 지은이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두가 자기만의 길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아울러 그것이 최선(왕도)이 아니어도 좋다는 것이다. 또, 외형적인 증명인 학위는 창조성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기에 착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기어 다니다가 걷기 시작할 무렵이면 각자의 방법으로 걷기를 시도한다. 어떤 과정을 거치든지 모두가 똑같이 걸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른바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개개인의 과정과 경로는 다르지만, 모두가 옳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이 성공한 방식을 강요하면 멀리 돌아가게 되거나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자신의 인생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노자의 말처럼, 공맹의 입신을 위해 바람직한 상을 따라 평생을 공부한 유학들이 좌절하고 자신을 잃어버린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지은이는 참으로 보편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왕도가 아니라도 괜찮다

 

위에 말한 자기만의 방식으로, 교육 제도 안에서 모두가 같은 교과 과정에 따라 수업을 받는데 학습 내용, 수업 시간, 재학 기간은 어떤 학교든 유사하다. 개개인의 개성과는 관계없이 말이다. 이렇게 틀에 박힌 교육을 통해 사회에 나오면 또 하나의 틀이 존재하는데, 일류대학에서 일류 기업으로 과장에서 부장으로 가는 길을 걷게 된다. 여기서 탈락하면, 인생의 실패자가 된다. 자신이 알든 모르든 인생은 목적지가 같더라도 그곳에 도달하는 경로는 한가지가 아니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개성 있게 걸어가면 그만이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AI가 현실 세계로 침투건, 도입이건 인간과 함께 협동, 협업할 수밖에 없는 시대다. AI가 인간의 일자를 뺏는다는 것은 단편적인 이해다. 농업이 발달하면서 수렵이 힘을 잃고, 산업 시대에 들어서 농경지 경작에 매달렸던 노동력은 제조업(공장으로 삶의 터전이 바뀌고), 서비스업 등으로 계속 옮아가면서 없어진 일자리와 새로 생겨난 일자리. 아무튼, AI가 잘하는 수렴적 사고와 인간의 창조적 능력, 확산적 사고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라는 점에 주목하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 있고, 새로운 길을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인공지능이 얼마나 발전하든지 인간의 창조성을 따라잡을 수 없는 구조라고, 쳇GPT가 에세이를 쓰고, 논문을 만든다고 놀랄 일은 아니다. 수렴사고 체계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습작 시절, 자신이 좋아했던 미국 작가의 글쓰기를 따랐다고, 그렇지만 그에게는 창조성, 예술성, 그만의 개성이 존재했기에 그만의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것처럼, 인간은 그런 것이다. 수렴적 사고와 확산적 사고의 융합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우리 앞에 놓인 과제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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