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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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인간에게 고통이란 무엇인가 하는 화두를 던진다. 작가 정보라가 4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라는 입소문과 함께, 줄거리 또한 장난이 아니라는 말이 바람결을 타고 귓등을.

 

근미래 소설처럼 여겨지는 분위기, 회사 소유의 비행기를 띄운다. 트랜스 젠더인 형사, 성인지가 우리나라 평균 수준의 신임형사, 동성애, 외계인, 신흥종교 교주, 의사, 가정폭력, 아동학대, 성적 학대, 약물실험…. 우리 사회의 모든 이슈가 들어있다.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 숨이 멎을 것 같은 통증, 말로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아픔,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싶을 정도의 극한의 고통, 인간에게 고통은 무엇인가,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인가?, 고통의 크기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인가, 심신이 황폐해질 정도란 어느 정도인가,

 

기억은 고통을 만들고, 고통은 트라우마를 낳고,

 

모든 이들의 고통을 없애주는 비마약성으로 중독성이 없는 신약 NSTRA-14에 이어 개발단계에 있던 NBOLI의 부작용은 고통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어, 개발중단이 된 이 진정, 진통제의 설계도 든 노트북을 훔쳐 나오면서, 나비효과라 할까,

 

이상한 교단, 심신의 고통을 없애줄 수 있는 약이 나오자, 이제 사람들은 고통을 갈구하고 찾는다. 인간에게 고통이란 DNA에 각인된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이기에. 외계인들은 인간이 느끼는 고통의 원리에 관심을 둔다. 엽은 교단의 배후에는 외계인이 존재할 것이라 믿는다.

 

사이비종교의 카리스마와 절대적인 복종의 신화창조 과정은 고문과 세뇌다. 희망 고문이든 정신적 육체적 고문이든 공포감을, 교리든 뭐든 이성적으로 접근하면 의문이 생길 텐데, 이를 어떻게 해서든 방해하는 것이다. 잠 안 재우기, 특이한 경험하기, 서로 감시하기 따위에서 영적 능력 보여주기에 이르기까지. 신흥종교의 전형적인 조직확대에 사용되는 건, 지구종말론이다. 자신이 세상의 종말과 죽은 뒤에 영적 세계를 통제할 수 있다고, 그러기에 자신에게 절대복종하고 재산과 노동력과 존재의 모든 것을 바쳐야 종말이 왔을 때 낙원에 갈 수 있다는 세뇌….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린 두 아들(한과 태)을 데리고 무작정 집을 뛰쳐나온 홍, 아이들과 쉴 곳이 없어 찾았던 교단, 아이들과 헤어지게 된 홍은 자식들을 만나기 위해, 교단이 요구하는 고통을 만드는 약 NBOLI의 설계도가 든 노트북을 훔치고. 끝내 그 약으로 죽음을.

 

비마약성 진통제를 개발한 제약회사를 경영하는 부모, 그의 아들과 딸인 효과 경은 약물의 실험대상이 됐다. 어떻게 자식에게라는 말은 접어두자. 효와 경은 자식을 마음껏 죽도록 학대하는 환경에서도 이 둘은 아무 데도 호소하지 못한다.

 

탈출할 길이 없는, 탈출할 곳이 없는 사람들

 

한국 사회를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소설, “고통”의 의미만을 묻는 게 아니다. 길고도 혼란스러운 이야기의 연속이다.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엽, 그리고 교단과 제약회사가 한통속이라고 믿는 민,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피해 숨어든 교단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태의 형, 한

 

의미 없는 고통, 의미 있는 고통,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고통은 느껴야만 살아있음을, 존재 인식을, 태는 고통을 없애는 NSTRA가 교단 확장에 방해가 된다고, 교단을 위하여 제약회사를 폭파하는데. 이야기를 끝을 찾아가는 기억들, 밝혀진 등장인물들의 사연, 씨줄과 날줄, 거기에 몰입을 엮어내면서, 태의 정신감정을 맡았던 의사는 외계인-교주-의사였다. 엽-외계인-교주-의사였다.

 

정작, 우리가 아는 고통은 고통이 아닐지도, 정보라 작가의 "고통론"즉, 고통에 관한 연구는 꽤 충격적이다. 살아있다는 자체가 고통으로 여겨질 정도니 말이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외계인이 고통을 느끼는 인간을 해석하려 한다. 고통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양극화 사회에서 한쪽 끝에 서 있는 외계인은 대척점 정반대에 있는 힘든 사람들의 고통을 모른다. 대한민국 사회를 이해하는 열쇳말이 될 듯한 “고통에 관하여”는 우리 현실이다.

 

마치 90여 년 전, 초유의 대공황을 맞은 미국, 케인스의 공공사업, 고용 창출, 그는 100년 후에는 모든 사람이 적은 시간 일하고, 많은 여유시간을 누릴 수 있을 거로 예측했다. 그의 예측은 어떻게 빗나간 건가, 세계 굴지의 다이아몬드 회사 디비어스는 인공다이아몬드를 만들어 내면 희소가치가 있는 천연다이아몬드 값이 상대적으로 더 올라갈 것이라 예상했다. 보기 좋게 실패했지만. 고통에서 해방된 세상은 종교세력 확장의 걸림돌이라 생각했던 태, 고통에서 벗어나려 종교를 찾는다는 건 진짜일까?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 있을까?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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