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을 건너온 약속 오늘의 청소년 문학 39
이진미 지음 / 다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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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뜻 깊은 소설, "백년 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물림의 타임슬립

백년 전 인연은 이어지고, 끝내는 밝혀지리라... 인간이 인간이라 부르는 이유를 찾는 소설

 

중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쓰는 이진미 작가, 2023.9.1.은 간토(관동,도쿄를 포함한 주변 지역을 포함한 지방)대지진, 진도 7.3, 아마도 2011.3.11.에 일어난 히가시니혼 대지진(동일본대지진, 후쿠시마 원전을 강타한 쓰나미를 동반한 진도 7.9)만큼이나 큰 규모 지진이 100년 전인 1923.9.1.일 일어났다. 23년 19년의 3.1 만세운동 사건이 있은 지 4년 후의 일이다. 이날 조선인을 표적 삼아 일어난 인간사냥, 일본 경찰 수뇌부에서 조선인이 시내 곳곳에서 방화한다는 취지의 전통을 전국 각지의 경찰에 보낸 것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는 소문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센진이 불을 지르고 다닌다.” 이것을 신호로 집단 광기의 발작 스위치가 켜진 것이다. 야 너 “츠” 발음 한 번 해봐. 츠가 아닌 쓰로 나오면(꽤 발음이 어렵다), 이거 일본인 아냐. 죽여버려, 사냥감은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 건너온 농촌 출신의 가난뱅이 노동자들, 이들은 일본어를 모른다. 잘 못 한다. 발음이 이상하다 하면, 여지없이 갈고리로 팍,

 

린과 하루가 왜, 무슨 인연으로 100년 전 간토대지진의 현장으로 간 것일까?

 

등장인물 일본인 중학생 “린”과 그의 친구 재일동포 4세 한국말도 모르는 “하루” 이들이 100년 전 그날로 타임슬립했다. 1923년 9월 1일의 그 날로.

 

린의 할머니 스미코, 그의 어머니 히데코(증조할머니)와 하루 집안과는 인연이 있었기에,

조선인 양정팔, 양정훈 형제, 그의 아버지는 마을 훈장, 3.1만세 운동이 터지자 주동자로 몰려 총에 맞아 죽고, 정팔 역시, 형무소생활을 하고, 지게꾼 일을 하던 정훈. 그리고 박 씨, 지 씨는 어린 딸과 임신한 아내를 데리로 일본으로 일자리를 찾아….

 

대지진이 일어났던 그 날, 정팔과 박 씨 등은 일본인 손에 잡혀, 얻어맞고 시체들을 보관하는 곳에 던져졌다. 간신히 일어나 도망을. 정 팔은 다친 다리를 그리고 어느 산비탈에서 울고 있는 여자아이 히데코를 발견하고 마을로 데리고 내려오다, 마을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하네코를 납치한 센진이라며 소나무에 묶힌 채로 마을사람들에게 두들겨 맞는데, 그의 옷 안주머니에는 동생 정훈의 생일 선물로 산 만년필이...

 

죽어가는 정팔이 히데코에게 남긴 말, 부서진 만년필에서 남은 촉을 꼭 동생 정훈에게 전해달라고,

이 약속은 100년이 흐르는 동안 히데코에서 그의 딸 스미코로, 그리고 그의 손녀 린에게로, 만년필 촉이 살아있는 영혼의 소망을 담고 있는 듯, 죽은 영혼의 한을 풀어달라는 듯, 정팔의 동생을 찾아달라고 1923년 대지진 그날로 데려가는데, 대지진 현장을 여러번 다녀오면서 정훈을 찾지 못한 스미코가 죽고, 이 운명은 손녀 린에게로….

 

1923년 대지진이 일어났던 그날. 도쿄 시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또렷하게

 

일본사람이라면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 간토대지진 때, 헤아릴 수 없는 조선인이 죽었다. 개천가에 버려지기도 했고, 수십 년간 그 흔적을 쫓는 일본인 교사와 양심적인 일본인과 그날 그렇게 인간사냥을 당했던 억울한 희생자의 후손들은 일본 정부에 진실규명을 요구한다.

 

일본 정부는 모르쇠, 잘 몰라요. 그리고 그런 풍문을 입증할 만한 자료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던걸요. 소문은 원래 과장되는 법이지요.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듯, 하지만, 추모비를 세우고 줄기차게 흔적을 찾은 이들은 당시 초등학생의 일기에서 이런 사건을 입증할 만한 증언들이 담겨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경화된 일본은 이제 그런 일은 없다고 잡아뗀다. 눈 가리고 아웅도 여러 번 하면 진실이 되듯….

 

한국 정부도 모르쇠라고 한다. 늘 그래서 하나도 놀랍지 않지만, 베트남전쟁에 참전해서 한 마을을 초토화하고 주민을 학살해놓고도, 증거를 들이대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한국정부다 일본 정부 모두, 기억상실증, 불리한 역사는 절대로 교훈이 돼서는 안 된다. 훌륭한 역사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만 기억하자, 누군가의 아버지가, 자식이, 죽고 죽이는 참상을 구국항쟁이라 미화해서는 안 된다. 세상에 그냥 죽어야 할 사람은 없다.

 

이 이야기는 경향신문 9.1자, 도쿄 스미다구 아라카와 인근에 있는 간토대지진 한국·조선인 순난자 추도비를 2009년에 세우고 추모 활동과 진실 밝히기 운동을 하는 일본의 시민단체(봉선화=호센카이)의 대표의 인터뷰 외 동아일보 등에 관련 기사가 실려있다.

 

우리에게 잊지 말라고 말한다.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는 인간다움을 지키는 것이라고, 이진미작가의 이 책은 간토대지진이 있었던 날, 우리가 어디선가 들었던 희미한 기억을 우리 앞에 또렷하게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백 년에 걸친 약속을. 백년 전 인연은 이어지고, 끝내는 밝혀지리라... 인간이 인간이라 부르는 이유를 찾는 소설을 읽어야 할 이유는 지금 우리 사회에 무뎌진 인권의식 탓으로 박제화 된 인권이 이제 박물관 한켠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이주노동자건, 다문화가정이든 한데 살면 이웃이요. 형제자매다. 코스모폴리탄, 세계시민인 것을 왜 차별하고, 혐오하는가, 내 안에 잠든 악마가 요동친 때문인가?

청소년문학으로 소개된 이 소설은 모든 이들에게 읽혀지기를 바란다. 역사는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는 법이기에...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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