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고장 난 사람들 - 불면증부터 기면병까지, 신경과학으로 본 수면의 비밀
가이 레시자이너 지음, 김성훈 옮김 / 시공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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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세계, 그리고 벌어지는 일들

 

수마 때문에 일상생활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는 사람, 또 한쪽에서는 불면증으로 몇 날 며칠이고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운동도 해보고 몸을 혹사해보지만 여전히 눈을 붙이면 기껏해야 몇십 분의 쪽잠에 그친다는 사람, 누구는 잠을 못 자서 힘들고, 누구는 머리만 기대면 세상모르고 깊숙한 잠에 빠져서 낭패를 보고, 이 모두가 잠이 고장 난 사람들이다. 체내시계가 뒤 틀렸기 때문이다. 즉, 무슨 연유인지 잠을 조정하는 체계가 고장 난 것이다.

 

누구나 경험하듯 잠은 생물학, 사회적, 환경적, 심리적 요인이 모이는 절대적 합류점이라고도 하기에 “잠”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이런 요인을 모두 이해해야 하니 결코 단순하거나 간단한 일이 아니다. 꿈은 왜 꾸는지…. 꿈이 꿈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자신도 모르게 자는 동안, 밥을 먹거나, 운전하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강력범죄를 저지르기도. 생각보다 잠을 이해는 건 꽤 어려운 일인 듯하다.

 

지은이는 가이 레시자이너는 신경의학자로 수면장애 전문의다. 이 책을 통해서 그가 경험한 “잠의 세계”의 비밀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잠드는 동안에 일어나는 일은 대부분 기억을 못 한다. 꿈이 현실처럼, 한밤중에 일어나서 걸어 다니는 “몽유병”은 대체로 알려진 현상이다. 그저, 어릴 때의 경험으로 그치는 일도 있지만, 수면 상태에서 생기는 일련은 행동은 깨는 동안에 나타나는 인간 행동의 스펙트럼을 반영한다.

 

수면검사실의 밤, 고민정 사건 때, 의붓아들을 누가 죽였는가? 고민정인가, 재혼한 남편이 잠자다 아이 몸에 발을 얹어 질식하게 했는가?, 재혼한 남편의 수면패턴(잠자는 동안에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지켜본다)을 검사하는 수면검사를 통해 아이가 질식에 이르는 과정은 아빠의 잠버릇과는 상관성이 약해 보인다고. SBS(그것이 알고싶다).

 

잠자는 동안에 일어나는 당사자가 기억하지 못한 모든 것들

 

수면장애는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지은이가 진료했던 환자들의 이야기다. 한 편의 드라마처럼 줄거리가 있고, 스릴러, 멜로, 코메디 등의 장르가.

 

사람이 잠들면 1단계 수면(졸음), 2단계 수면(얕은 잠), 그리고 3단계(깊은 잠)로 이때가 되면 뇌파가 상당히 느려지지만, 진폭은 커진다(서파수면). 1~3단계를 비렘수면으로 여기고 잠자고 60분에서 75분 정도가 지나서야 렘수면으로 들어간다고. 이 단계에서 생생한 꿈을 꾼다. 사건수면도 알아두자, 이는 잠자는 동안에 일어나는 모든 비정상적 행동을 말한다.

 

여러 증상

 

수면위상지연 증후군, 비24시간 리듬장애를 비롯하여 비렘사건수면, 렘수면행동장애, 수면무호흡(코를 골다 갑자기 멈추는 현상), 잠꼬대, 기면병, 하지불안증후군, 뇌전증, 수면마비, 몽유병과 수면섹스장애, 수면관련섭식장애, 불면증. 여기서 우리가 아는 게 몇 개나 될까? 이런 증상과 관련된 여러 사례와 사건들. 꽤 흥미롭다. 특히, 수면섹스장애나 섭식장애 등이 그렇다. 놀랄 말한 증상과 사건들, 법원에서 이를 수면장애로 인정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는데….

 

아침형과 야밤형, 올빼미족…. 체내시계가 느려지거나 빨라지거나 하는 것이 어느 정도 일어나다가 다시 균형을 잡아가는데 이게 망가지면.

 

체내시계가 망가지면, ~ 하루 주기 리듬 교란을 발암물질로 인정한 세계보건기구

 

주·야간 교대근무는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마도 개인적인 장애보다는 직업 생활과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예가 들 듯하다. 20여 년 전부터 밤낮이 뒤바뀌는 생활을 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건 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1996년 한 연구에서 노르웨이의 교대근무를 하는 무선통신사와 전신기사 경우 유방암 발생 비율이 높다고, 교대 근무자의 경우 직장암과 전립선암의 위험이 크다는 증거도 나왔다. 위장관장애, 심혈관질환, 당뇨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WTO에서는 하루 주기 파괴를 발암 우려 물질목록에 추가했다. 덴마크 정부에서는 유방암 발생한 교대 근무자에게 배상했다. 즉, 산재로 인정했다는 말이다.

 

우리가 밝은 실내조명에 노출되고, 각종 전자기기, 휴대전화를 밤늦도록 사용하는 것도 잠재적, 장기적인 자해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잠이 고장난 사람들, 생각보다 간단한 게 아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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