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사랑의 길 - 인문학과 성의 만남
김대유 지음 / 시간여행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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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성의 만남

 

지은이 김대유는 성(性)이란 열쇳말을 가지고 유려한 글쓰기로 동서고금을 현란할 정도로 넘나들면서 철학과 문학, 종교의 세계 속에서 성이란 무엇이었을까, 사람들은 지배하는 도구였을까, 교묘한 덫이었을까, 모체에 자리 잡은 태아는 살기 위해 모체 자궁의 힘을 빨아들이고, 어미한테 가는 양분을 뺏는다. 이렇게 해서 존재를 인정받은 태아는 임신이라는 공식적인 상태로 바뀌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고도 경이롭다.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인문학과 성의 만남이란 뭘 의미하는지, 그 내용, 다루는 범위 또한 넓다. 섹슈얼, 젠더, 페미니즘과 로마 그리스 신화 속 성에 관한 인식과 관념에서 기독교의 공인 이후 성은 종교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낙태 금지와 이성애, 거기에 더해지는 금욕주의, 이슬람과 불교의 성에 관한 인식과 접근 태도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상하좌우 마구 내달린다.

 

성은 왜 사회적인 문제인가?

 

지은이는 지금의 시대를 남성멸종시대라 한다. 초식남이 등장하고, 결혼은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라는 생각들이 서서히 힘을 얻어가고, 법률혼과 사실혼(비혼 동거)의 구별이 의미성(상속, 재해보상, 보험금 수령 등의 형식적 절차 요건)을 상실해가고 있다.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에서 버지니아울프를 그리고 페미니즘을, 1920년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자기만의 방”의 주인공 주디스의 가출, 그리고 연극단에 들어갔다가 여성임을 알고 쫓겨나고 강간당하고 끝내는 길거리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야기, 당대 영국 사회에서 아내를 사고팔던 관습으로부터 탈출 시도….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에서 논하는 여성주의, 미지와 신비의 세계였던 성을 현실로 과학의 영역으로 끄집어낸 다윈의 ‘진화론’과 프로이트의 성은 근대의 성을 여는 문이었다, 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알프레드 킨제이를 통해서 성의 신비가 벗겨지고….

 

성이 종교와 이데올로기에 갇히게 되면 문제는 더욱 어렵게

 

위에서 살펴봤듯이 고대 그리스 로마의 인간 모습을 한 신과 인간의 사랑, 동성애든 이성애든 즉, 사랑 그 자체는 가치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좋은 바람직한 사랑법과 그렇지 못하는 사랑법 이런 구별은 기독교의 공인, 국교화되면서부터, 성의 규칙과 사랑법, 즉 은밀해야 하고, 경건하게, 성직자가 보기에 남사스러우면 이는 악마와 사랑을 하는 것이어서 나쁘다고, 즉, 신의 세계에서 지켜야 할 성 도덕률이 만들어진 것이다. 신의 세계 통제방법은 간단하다. “이단과 동성애”라고 걸면 아웃이다. 우리 사회에서 국가보안법을 걸어버리면 아웃이듯, 이슬람 은 어떠했을까? 할레, 성욕을 억제한다는 것들...

 

성을 거래 목적으로 삼는 것과 그 장소의 역사의 이면에는 무엇이 숨어있을까?, 국가적 폭력 구조다. 성 집결지, 공창제, 사창가 역사 이전에도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거래 관념이 생긴 후에 성 착취(매매)의 문제, 이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성 노동 등의 표현을 하기도 하지만 이는 별론으로 하고, 중세부터 성매매를 국가적 폭력 구조로 만들었던 서구사회와 아직도 어두운 그늘 속에 제자리 뛰기를 반복하는 한국 사회,

 

성과 외설로 문학은 망가지기도, 마광수 사건

 

소설 “즐거운 사라”의 외설 논란으로 강의 중에 끌려나가 재판받고 학교에서 해직당한 마광수 사건, 왜 야할 것도 없는 소설이 그의 인생을 고난 속으로 몰아넣었는가, 촉망받던 국문학과 교수가 말이다. 당대의 학문적 풍토에서는 지나치게 선정적이었다는 말이 있지만, 문학을 사법적 잣대로 들이대는 건…. 그는 당대 문학의 교훈성과 위선을 비판하고 풍자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은 것이다. 성은 터부라고, 왜 건드리냐는 것이다. 결국, 대학으로 돌아와 정년퇴직했지만, 그의 문학정신은 그때 이미 죽어버렸던 게 아닌가,

 

성 평등의 과제, 성 과학, 연인, 배우자는 절대 타자라는 인식이 중요

 

이 책은 하도 이리 뛰고 저리 날고 하여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대목 하나는 눈여겨보자, 성의 본질을 알고 성적 자세에 관한 올바른 존재감을 느끼는 것이, 성 평등의 길을 세우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사랑의 원칙, 사랑에 눈이 먼다는 문학적 표현, 운명적 만남은 없다.

 

연인이나 배우자는 절대 타자다. 완전히 남이란 이야기다. 자식과는 달리 부부나 연인은 헤어지면 남보다 못할 수도 있다. 타자에게 사랑을 바라기 전에 자신이 먼저 상대방에게 균형 있는 타자로 서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타자에게 내 행복과 욕망을 투사하여 얻으려는 마음이 커지면 사랑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성적 쾌락을 선물로 받고자 한다면 상대방과 진전한 성 평등을 이뤄야 한다고 인도의 카마스투라는 적고 있다. 이점만 기억해두자, 데이트 폭력이든 뭐든, 기본은 성 평등인식,

 

사랑은 철학의 진수다

 

철학을 뜻하는 필로소피아(philosophy)는 Philo(사랑)+Sophia(지혜)를 합한 말(합성어)이다. 철학은 인간이 존재하는 혹은 존재해야 하는 방식과 이유의 근원이 사랑이라고 정의한다. 사랑 이야기는 철학 이야기다. 각국의 건국 신화와 러브스토리는 모성애 혹은 남녀의 성적결합요소로 구성되었다.

 

서동요의 마동이와 선화 공주의 이야기를 보거나, 김유신이 김춘추와의 동맹의 디딤돌로 동생 문희와 춘추를 결합하는 데서 러브스토리는 정치 이야기다. 고구려의, 바보 온달을 장군으로 성장시켜 장수로 만들고, 종국에는 전장에서 죽은 온달은 평강공주가 와서 그 관에 손을 대자 움직였다는 슬픈 서사,

 

이 책은 꽤 흥미롭다. 다양하게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그저 무심코 지나쳤던 현상과 역사적 사실을 성이란 열쇳말로 문을 하나씩 열어보면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궁금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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