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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의 냉전
션즈화 지음, 김국헌 옮김 / 소명출판 / 2023년 7월
평점 :
아시아에서의 냉전
지은이 선즈화(沈志華)화북사범대학 냉전사연구센터장으로 한국전쟁과 관련하여 러시아에서 신규 자료를 발굴, 독자적으로 검토하여 1999년에 <중소 동맹과 한국전쟁 연구>를 내놓았다. 그의 연구 분야는 국제냉전사, 소련사, 중소관계사, 중·북 관계 등으로 그의 연구성과 중 한국에 소개된 책은 <조선전쟁의 재탐구>, <마오쩌둥 스탈린과 조선전쟁> 등이다.
이 책은 2013년에 <아시아에서의 냉전: 조선전쟁과 중국의 출병>(중국원전)으로 중국 국내에서 출판됐다. 와다 하루키가 주장하는 ‘동북아시아 전쟁’이나 윌리엄 스톡의<한국전쟁: 국제사>에서 그 타이밍과 결과 측면에서 한국전쟁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제3차 세계대전의 대체물이었다고 했는데, 한국전쟁은 종식이 아닌 ‘정전(휴전)’으로 동북아시아의 구조에 지금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냉전의 흐름을 이어왔다고 볼 수 있다. 즉, 아시아에서 정치, 외교, 이념상의 갈등, 군사적 위협의 잠재적인 권력투쟁은 한국전쟁 발발로 인한 것이라고,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러시아의 비밀해제 문서를 통해 새롭게 혹은 기왕의 문제를 보충하는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38선의 유래와 역사적 작용으로 시작되는 한국전쟁의 발발과 역사적 진실에 접근, 김일성의 적극적인 전쟁 획책과 스탈린의 전쟁계획 참여, 소련과 북한이 연합하여 침공을 개시했다고 적고 있다(남침설, 이런 인식은 1970년대 전쟁 관련 문서가 공개되면서부터 새롭게 바뀌기 시작했는데, 부루스 커밍스는 <한국전쟁의 기원>에서 1945년부터 전쟁은 이미 시작됐고, 1950년에 누가 전쟁을 시작했느냐는 물음에는 답을 내놓을 수 없으면, 이를 따져서도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한국전쟁은 미국의 반격전략을 전제로 한국전쟁을 논하고 있다).
한국전쟁이라는 무대의 주역들인 소련, 중국, 미국, 남북한의 관계를 러시아의 문건을 중심으로 중소조약과 소련의 극동에서의 전략목표, 전략이익의 보장, 미국의 한국전쟁 과정과 근거(한국전쟁의 확전 전략적 결정) 등 꽤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다.
그리고 50년 뒤 한국전쟁의 역사적 고찰을 통해서 중국의 한반도 출병 정책 결정에서의 시비와 득실을 논하고, 그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논평을 한다. 이 책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북위 38도 선에 관한 견해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미, 소, 중의 전략인데, “냉전”이라는 큰 배경 아래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아울러, 정전 50년 후의 한국전쟁에 관한 중국 측의 역사적 고찰과 반성과 한국전쟁에서의 중국의 정책결정과정 논평 부분이다.
3.8선의 유래와 역사적 적용
3.8선은 어느 날 갑자기 그어진 경계가 아니라 일본군의 조선 주둔 병력배치 조정선이었다. 이북은 관동군, 이남의 군대 대본영에 소속된다. 2차 대전 때는 연합군으로서의 소련과 미국이 이 3.8선을 기준으로 작전구역을 정한 것이다. 우연히 그리고 지리적으로 300킬로에 걸친 구분으로 산골 능선 등을 따라서, 정치적인 이유는 없었다고 이해됐으나, 그 역사적 과정에서 미, 소 모두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꽤 흥미로운 지적이다. 어쨌든 간에 소련의 비밀해제 문서에서 찾아낸 근거들이니,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노림수, 미국의 방어선 확립, 일본을 미국의 무기공장으로
소련은 대일(對日) 강화 건의에 연설 가운데 중국 대표가 참가할 수 없다면 대일강화토론을 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고, 미국은 반대했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효력 발생 7시간 전에 이미 국민당 정부와 일본이 일화강화조약을 체결했다. 이렇게 해서 소련, 중국의 제안이 거부된 것이다. 미국은 일본을 공산세력의 저지선으로 상정, 소련의 우려는 일본이 미군을 위해 무기생산을 하는 것이었다. 일본은 미국의 극동 무기공장으로 미군에 대량의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의 발발은 미국이 단독으로 대일강화라는 새로운 방침을 확정하게 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소련과 중국은 전쟁협상 과정에서 강경한 태도와 불타협으로 한반도에 미국의 힘을 끌어들이고 소모하려 했다. 냉전이라는 큰 배경 아래서 말이다.
중국의 한국전에 참여하게 된 합리적 동기
중국이 왜 한국전에 끼어들게 되었나를 알려주는 문건이나 자료의 부족으로 합리적 추측밖에, 비교적 설득력 있는 관점은 두 가지로 하나는 국가안전의 이익고려(대만 문제), 또 다른 관점은 마오쩌둥의 혁명에 대한 신념과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합리적 동기로 ‘항미원조, 보가위국’ 미제국주의를 상대로 하는 혁명 일정, 사회주의진영에 대한 국제주의적 책무, 신중국의 안전과 주권 보호를 위해서 3.8선을 넘을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중국의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논평
80년대 후반부터 학계나 민간에서는 한국전쟁의 여러 문제에 대한 정책결정과정에 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었다. 지은이는 이 토론 자체가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 때문에 의견이 갈리기도 하지만, 그는 위기상황에서의 정책 결정이라는 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어떻게 군사와 외교적 수단을 바꿔가면서 사용하고, 전쟁과 협상의 전환을 해야 하는지를…. 동북아시아의 구조 혹은 체제 수립과 냉전체제로의 이행 등을 아울러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즈화라는 걸출한 중국 역사가가 끊임없이 한국전쟁과 동북아시아 구조, 냉전 연구에 천착하면서 한국전쟁의 의미를, 중국과 소련의 처지에서 톺아보고 있음은 꽤 중요한 관점이다. 정전 70주년을 맞이하면서, 와다 하루키의 <와다 하루키의 한국전쟁 전사>와 이 책<아시아에서의 냉전>은 한국전쟁은 내전이 아닌, 국제전, 동북아시아의 구조를 만들어 낸 동북아시아 전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