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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은 왜 독이 든 성배가 되었나 - 한 역학자의 코로나 난중일기
이덕희 지음 / Mid(엠아이디) / 2023년 7월
평점 :
마스크의 제국, 방역만능주의의 나라
K-방역에 관한 시각은 대단하다는 반응과 지나친 방역만능주의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한데 섞여 있다. 이제 코로나의 상징이었던 "마스크"는 병원에서만 쓴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마스크가 없으면 허전하다는 사람도 있다.
지은이 이덕희 경북대 의대에서 연구하는 예방의학자이며 역학자다. <호메시스:건강과 질병의 블랙박스>(MID,2015)를 펴내, 우리 생활의 유해물질에 대응하도록 안내하기도 했다. 그는 SNS(브런치)를 통해, 코로나19의 재난 정국을 냉철하게 관찰하면서 줄곧 지적하는 것이 있다. 양식 있는 학자와 의사,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아, "마스크"를 외친다고, 집단 최면이나 광기에 걸린 것처럼, 코로나는 인류가 아직 경험하지 못했던 미증유의 감염병이라는 듯이, 방역만능주의만, 락다운(전면통제)만이 살길이라고.
코로나 난중일기, 브런치에 올린 글은 화살이 되어
이 책의 부제 "한 역학자의 코로나 난중일기", 이순신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1592년부터 끝난 1598년까지)의 일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기록한 진중일기를 썼듯이, 지은이는 한국 사회를 극한까지 몰고 가 코로나 정국을 "난"으로 본 것이다.
K-방역의 의도가 무엇이었는가 하는 정치적 맥락은 별론으로 하고, 한국 사회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 즉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K-방역의 원칙을 고수하는 한, 코로나 25가 오더라도, 똑같이 방역만능주의를 펼칠 것이라는 우려를 한다.
코로나 정국, 정부의 대(對)코로나 대응정책이 잘못됐음을 초지일관 굽히지 않고, 주장해왔다. 이 책은 그의 난중일기(브런치 등 SMS)에 올린 글들을 손질해서 한 권으로 묶어 낸 것으로 2020년 1월부터 정부가 코로나 엔데믹을 선언한 2023.5까지 3년 수개월에 걸친 기록이다. 글 중간중간에 비난의 댓글이 올라오고 비아냥거리며, 욕할 때, 지은이는 글쓰기를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코로나는 미증유의 감염증이 아니야, 함께 살 수 밖에 없는 바이러스 일뿐,
감염증, 코로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 속에 자리했다. 사스, 신종 플루, 메르스, 신종 코로나, 잊어버릴 만하면 낯선 이름으로 우리를 급습하는 감염병들, 방역의 원칙은 완화전략이냐 봉쇄전략이냐, 상황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지만, K-방역은 고강도 봉쇄전략으로 일관해왔다. 코로나 재난 정국 속에서 한국 TV 뉴스에 비치는 유럽과 미국, 중국과 일본, 모두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무참하게 당했다는 이미지가 알게 모르게 우리 국민의 뇌리에 박혔다.
'마스크' 없이는 생활할 수 없을 만큼, 마스크를 쓰지 않고, 축구를 하는 유럽사람들을, 마스크 쓰기를 강제했다고 항의하는 시위대, 우리 눈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실로 투정 부리는 철없는 아이처럼 보였다. 사실 그랬으니, 왜 저들은 자신들의 국가의 코로나 대응 방침을 거부하고, 항의하는가?
이 책이 22년에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실은 이 책을 보기 전까지 단편적으로 찬반양론이 있는 정도로만 어렴풋이, 얇고 넓은 말 그대로 천박 수준의 지식이랄까, 정보밖에 없었다. 여기에 적힌 내용은 간단하다. 호메시스다.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고, PCR 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일본의 사망률, 동남아시아 국가, 그리고 초토화됐으리라 생각했던 아프리카, 우리처럼 5차 접종까지 마치고도 또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면, 지금껏, 한국 정부가 해온 K-방역이 진짜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하는 의심이 든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의심과 호기심에 시원하게 답을 해주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유럽, 인도, 곧 수십만 명의 사람이 죽어 나갈 것 같았는데, 스웨덴, 아예 처음부터 아무런 조처하지 않았는데도 사망률은 평소 그대로, 일본도 그러하지만,
결론은 하나, 건강한 사람은 무증상으로 평소 감기 앓듯 견뎌내고 건강을 회복한다는 것이다. 면역력이 열쇠였다는 말이다.
이 책 중에서 기억해 둘만 한 대목은 우리가 다 아는 건강상식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진화의 법칙(공진화), 코로나를 경험하면 그만큼 견딜 힘이 생기는 것이다.
면역력의 ABCDE가 코로나 대응책의 기본
건강한 유기체의 면역력 즉 사람의 면역력은 대단하다. A는 우선 심신을 편하게…. 코로나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그리고 B는 아침이든 저녁이든 간헐적 단식을 해서 건강을 유지하면서 운동을 할 것, C는 운동이다. 맨손체조든 산책이든 자신에게 맞는, 특별히 운동한다고 체육관에 다니고 수영장에 다니면서 일상생활을 해칠 필요는 없다. 거기에 D, 비타민D 햇빛이다, 이는 나를 강하게 적을 약하게 하라고 할 만큼, 마지막으로 E는 밤 11시 전에 잠자리에 들기,
편안하고 여유로운 마음가짐 즉, 심신안정과 수면, 그리고 적당한 섭생과 운동, 햇빛 받기, 이 모두 우리가 다 아는 것이다. 실제 면역력을 갖게 한다는 백신도, 특별히 뭘 할 필요도 없이, 그저 코로나와 함께 일상 생활하기라는 것이다.
여기에 어마어마한 국가 예산을 쏟아붓고, 사회적 거리 두기니 뭐니 해서 통제사회로 몰고 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결과적으로 K-방역은 하나의 헤프닝으로 끝났다. 잘못된 봉쇄전략이다. 지은이는 이를 비난하는 데서 그치면 자신의 쓴소리는 불만 수준으로 그칠 것임을 알기에 줄 곳, 기본적인 태도를 바꾸라고 제안한다. 호메시스(유사과학)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하자고, 즉,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면역이 아니라 정상적인 일상생활 속에서 바이러스든 감염이든 감기든 조금씩 익숙해지는 가운데 면역은 생기는 것이라고,
지은이는 난중에, 당시 얻을 수 있는 외국의 자료를 입수하여 열심히 분석하고, 코로나의 확산 추이를 추적하면, 관련 논문 등 학술자료를 찾아서 K-방역의 대응체제에 문제 제기를 해왔다. 두 번 다시 이런 상황이 온다면 이제 이런 실수는 하지 말자고….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