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의 증언 - 미제 사건부터 의문사까지, 참사부터 사형까지 세계적 법의인류학자가 밝혀낸 뼈가 말하는 죽음들
수 블랙 지음, 조진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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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에 남아 있는 삶의 기억들

 

법의인류학자 수 블랙의 책<뼈의 증언>은 인체를 통한 여정이다. 머리에서 몸통으로, 팔과 다리, 손과 발뼈에서 죽은 자의 이야기를 듣는다. 삶에 대한 기억은 뇌에만 쌓이는 것이 아니라 골격 안에 간직돼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2022.2년에 나온 책 지은이의 책<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과 같은 내용이 담겨인데, 제목이 바뀌었다(원제:Written in Bone). 이 책은 영국범죄소설 작가협회 논픽션 부문의 상을 받았다.

 

법의인류학자의 일은 죽은 자의 신원,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제시된 모든 인체 부위에서 남김없이 모든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다. 인체의 어떤 부위가 식별을 위해 법의인류학자에게 제시될지, 그 상태가 보존된 상태인지, 파편인지 전혀 알지 못하기에, 그 어떤 추측도 예단도 없이, 그저 눈앞에 놓여있는 시신이 말하는 것을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

 

과학수사의 맹신은 금물

 

지은이가 과학수사에 던지는 경고라 할까, DNA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 우리는 DNA가 어떤 반응을 하는지 법의학적으로 여전히 모르는 것들이 있다. DNA가 다른 물질로 어떻게 옮겨가는지 또는 그곳에서 얼마나 오래 머무르는지 모른다. 한 표면에서 다른 표면으로 옮겨가기가 얼마나 쉬운지 또는 어려운지 모르며 혼합 프로파일 샘플을풀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DNA 증거는 신원을 입증하기에 충분하지도 모르나 법원에서 유죄 또는 무죄를 입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항상 기억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보는 모든 신체 부위가 실제로 살았던 사람의 것이라는 사실.

 

이 책은 3부로, 1부에서는 머리(뇌상자, 얼굴을), 2부는 몸통(척추, 가슴, 목) 그리고 3부 사지는 팔과 다리 이음 뼈, 긴 뼈, 손과 발을, 각 부, 장에는 각각의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어디선가 뼈가 발견되면, 법의인류학자가 출동하게 된다. 누군가는 시체가 전하는 말을 듣고, 그의 생전의 삶의 궤적을 좇아볼 수 있다고 했듯, 법의인류학자는 뼈가 전하는 말을 듣고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식의 죽음을 맞이했는지를….

 

법의인류학 분야에서는 신체 또는 신체 일부와 마주했을 때 던지는 질문들 우선, 유골이 인간의 것인가, 다음으로 법의학적 관련성 여부, 여기에 이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사망의 방식과 원인을 뒷받침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뼈와 역사 조작, 과학과 사이비 과학의 경계에서

 

필트다운맨사건(1912) 영국 잉글랜드 남동부에 있는 이스트서식스 주의 필트다운 근처 자갈층에서 인간의 것과 비슷하게 생긴 두개골이 발견됐다. 발견자들은 인간과 유인원간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라 주장, 1953년에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오랑우탄의 아래턱뼈를 인간의 것과. 일본에서는 후지무라의 사기극 1975년부터 시작된 그의 일본열도의 구석기 시대의 존재라고…. 필트다운 사건에서 배운 것인지…. 과학과 진실의 경계에서, 지은이는 말한다.

 

과학은 훌륭할지 몰라도 사이비 과학은 위험할 수 있다고, 우리가 세운 가설을 세계에 알리는 것은 아주 솔깃한 일이지만, 한정된 관찰 내용을 근거로 지나치게 추론하지 않도록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고,

 

오드라가렝 고아원과 코코넛

 

영국령 저지섬에 있던 아동보호 시설인 오드라가렝에서 어린아이의 두개골 파편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왔고, 2008년에 아동학대가 있었는지에 관한 조사가 이뤄지고, 법의학자들이 동원됐는데 결국은 인간의 뼈가 아닌 코코넛 껍질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리가 예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 사건에서 얻은 교훈일 것이다. 확증편향의 폐해다. 사람의 뼈라고 굳게 믿게 됐던 전제들이 사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다양한 가능성을 무시했던 탓이다. 결론을 내리기 전에 현장에 흩어져 있는 돌이나 나뭇조각, 플라스틱 조각 같은 것까지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척추뼈가 법의인류학에서 갖는 가장 큰 가치

 

각각의 척추뼈는 사망자의 나이, 성별, 신장 등을 알려주며 병리와 질병, 부상에 대해 분명히 설명해준다. 그러나 척추뼈가 법의인류학에서 갖는 가장 큰 가치는 사망 전후로 피해자에게 가해진 외상과 손상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준다는 것이다.

 

고문의 흔적과 시리아의 대량 학살입증

 

사실이었다. 2011년 아랍의 봄 시위로 시리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폭력적으로 진압됐고, 많은 사람이 행방불명 혹은 구금됐다고, 시리아의 헌병에서 현장조사원으로 변신한 시저, 그가 찍어온 1만1천구의 시신의 사진 5만5천 장, 모든 사진에는 굶주림, 잔인한 구타, 교살과 그 외 형태의 고문 흔적이 남아있었다.

 

특징적인 외상, 정강이와 발에서 보이는 광범위한 궤양, 가장 가능성 있는 설명은 정맥기능부전, 끈으로 무릎 주위를 묶어 하지의 혈액 이동을 심각하게 제한하여 심한 고통을 주는 고문 결과로 생긴 것이라고,

 

지은이는 뼈에 기록된 그 사람의 경험을 찾는 것이 법의인류학이고, 이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뼈로 그 사람의 사연을 알아내고 그 시신에 이름을 되찾아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외롭고도 힘들다. 작은 뼛조각만으로도 한 사람의 인생을 읽어내야 하니 말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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