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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흐르는 강 : 한나와 천 년의 새 ㅣ 거꾸로 흐르는 강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임상훈 옮김 / 문학세계사 / 2023년 7월
평점 :
거꾸로 흐르는 강, 한나와 천 년의 새
새를 좋아하는 한나, 태어난 후, 해마다 아빠는 그녀가 맘에 들어 하는 새들 사주었다. 6살이 되는 해, 운명처럼 천 년의 새를 만나게 되고, 한나는 아빠에게 그 새를 사달라고, 새 값은 무려 오십만 파운드와 럼주 1병….
아빠는 집은 물론 그가 가진 모든 것을 팔고도 부족하여 돈을 빌리기까지 해서 새를 한나에게 사주었고. 엄마는 떠나고, 남겨진 것은 한나와 아빠, 그리고 그녀의 천년 세월을 지낸 작은 공주인 멧새, 아빠는 한나를 위해 몸이 부서질 정도로 일해서 빚을 갚아나가다 결국 한나가 9살 되던 해 잠들 듯 죽었다. 친척 집에서 지내게 된 한나, 아빠를 잃어버린 슬픔, 천 년의 새에게서 위로를 받았는데, 어느 날 천 년을 살아온 새는 횟대 위에서 웅크린 채로 떨면서, 한나에게 이대로 죽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고, 도와달라고.
한나가 토멕에게 들려주는 “모험이야기”
한나는 천년의 새를 살리기 위해 거꾸로 흐르는 강물을 마시면 절대 죽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거꾸로 흐르는 크자르강을 찾아 나선다. 물과 사막을 지나 남쪽 지방 어딘가에 있다는 그 강을 찾아,
남쪽으로 향해 걷기 시작하던 한나, 말 없는 마차 몰이꾼 노인 이호림과 그레고리를 만난다. 이호림 할아버지는 그가 태어난 반 바이탄으로 가려 한다. 그곳까지 손님을 태우고 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요량으로. 그레고리 이호림 할아버지를 그곳에 내려주고 혼자 돌아오기 싫어, 한나를 만나기 전까지 그렇게 오랫동안 그곳에서 손님을 기다렸다고.
한나는, 세상에 이게 말이 되냐고, 결국 나는 정신 나간 사람 둘과 여행을 시작한 거였어라고.
사막이 시작되는 반 바이탄은 흔히 아는 삶의 공간, 살기 좋은 환경 너머, 누군가 가지 않은 길, 고통의 영역으로서 사막의 시작점이다. 사막은 낮에는 한없이 덥지만, 해가 지면 춥다. 하지만, 여기에 반전이 숨어있다. 죽음을 맞이하려고 반 바이탄에 머물던 이호림 할아버지.
반 바이탄은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처럼 혼란의 원리로 제시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즉, 자연과 인간, 정치, 종교의 세상이 끝나는 곳에서 사막이 시작된다고, 그리고 토프카는 체코의 동화세계?,
사막을 건너는 일행 중 라리크와 함께 사막을 건너면서, 마법 현상을 경험, 사막 끝에 있는 도시 토프카, 여기서 한나는 미래의 삶을 경험하는데…. 누군가와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꿈에서 벗어나기 위해 라리크를 찾고, 또 다른 세계 향기마을로, 또 다른 나라의 공주로, 느린 곰 토멕을 만나 죽지 않는 물은 찾는다.
이제 천년의 새 작은 공주에게 물을 가져다주기 위해 남쪽에서 북쪽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이호림 할아버지와 헤어질 때 앉았던 낡은 소파, 조금 지난 곳에 오두막집. 그리고 거기서 한나를 기다리는 작은 공주 천년의 살아온 멧새(그리 화려하지도 않은 역사를 의미하는가?, 흔하디흔한 멧새)를 만나는데.
한나의 모험은 소녀에서 숙녀로 아이를 낳고 길렀던 아줌마로, 거울을 보면 안 되는 귀한 공주로, 숲속에서 만난 느린 곰 토멕과의 만남으로.
마치 아이가 성장하면서 맞이하는 인연과 환경, 때로는 그곳에 머물고 싶은 충동과 포기와 안주를 희망하기도 하지만, 모험 시작의 이유를 잊지 않는다. 인생이란 길고 긴 길 안에는 늘 맑고 싱그러운 숲만 있는 게 아니다. 사막처럼 황량함도, 가로 놓인 강물도 바다도, 이때마다 인연을 맺고 좋은 일을 만나지만, 이 때문에 목적을 놓아버릴 수 없지 않은가,
어른이 되는 길이란 마치 한나의 모험처럼, 황당하고 미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믿음과 신념 그리고 용기가 없으면 해낼 수 없다고. 누군가는 입 아프게, 교실에서 이런저런 예를 들어 설명할지라도, 아마, 이 책 한 권을 내밀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네가 한나였다면? 이라고 하는 편이 더 많은 걸 알려줄 수 있을 듯.
우리에게는 천년을 살아온 작은 공주 멧새처럼, 다가오는 운명처럼 소중한 그 무엇이 있지 않은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의 연속 바탕에 깔린 일관된 주제는 목적을 향해 목표를 좇는 흔들림 없는 한나의 의지와 용기가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한나가 사막에서 배운 말 "침묵"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