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 반대한다 - 무능한 민주주의를 향한 도전적 비판
제이슨 브레넌 지음, 홍권희 옮김 / 아라크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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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민주주의를 향한 도전적 비판

 

지은이 제이슨 브레넌은 <민주주의에 반대한다>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이 책에서 “우리는 더 유능한 정부를 가질 권리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그의 문제 제기의 핵심은 잘못된 지식(정보)을 갖춘 유권자가 비합리적인 후보에게 투표한다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이바지할 수 있을까?,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말은 우리에게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왔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한국의 윤석열 같은 현재 상식(뭐 고정관념이라 해도 좋다)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그가 이런 현상을 염두에 두고 이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그의 문제 제기와 맞아떨어진다. 본디 민주주의에 관한 이해의 관점은 민주주의는 갈등의 연속이며,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듯이, 생물이다. 끊임없이 변화한다.

 

지은이는 민주주의 이론에는 악마의 옹호자-다수가 동의하는 의견에 반대하면서 더 깊이 있는 토론을 끌어내는 사람-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그런 역할을 자처했다. 2016년에 출간된 이 책은 <투표 윤리론>(2011),<강제 투표 찬반론>(2014)과 함께 3부작을 이루는 마지막 책이며, <투표 윤리론>에서 시민 미덕을 행사하는 제일 나은 방법은 정치 밖에 있으며, 시민 대부분은 투표권이 있어도 투표를 자제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제 투표 찬반론>에서는 강제 투표가 정당하지 않다고 한다. 이들 주장의 연속성 상에서 이 책의 논의는 민주주의는 완성체가 아님을 전제로 한다.

 

9장 체제의 이 책의 내용은 1장에서 호빗과 훌리건, 2장에서 무지하고, 비합리적이며, 잘못된 정보를 가진 민족주의자, 3장, 정치참여는 타락시킨다. 4장 정치는 당신이나 나에게 힘을 주지 않는다. 5장 정치는 시가 아니다. 6장, 유능한 정부에 대한 권리, 7장, 민주주의는 유능한가?, 8장 지식인의 통치, 9장 시민의 적 등이다.

 

에피스토크라시, ‘지식인에 의한 통치’는 하나의 대안일 뿐

 

이 책에서는 브레넌은 민주주의 대안으로 “에피스토크라시”, 즉 ‘지식인에 의한 통치’을 주장하지만 유일한 대안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에피스토크라시는 플라톤의 철인통치(철학자에 의한 통치)를 연상케 한다. 에피스토크라시 형태의 정부는 공화주의 대의 정부의 정상적인 특징을 대체로 유지한다. 정치 권력은 소수의 집중에서 벗어나, 대중적으로 따라서 힘은 분산되고, 견제와 균형을 이룬다. 물론 법적으로 에피스토크라시는 정치 권력을 균등하게 분배하지 않는다. 법에 따라 지식을 갖춘 유능한 시민은 상대적으로 덜 유능하고 지식이 부족한 시민보다 약간 더 많은 정치적 힘을 갖는다고.

브레넌은 민주주의가 근본적으로 정의롭지 않기에 더 나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유권자는 정치에 무관심한 호빗이거나 열광하는 훌리건, 소수의 벌컨

 

그는 1장에서 세 가지 유형의 유권자 행동 모형을 소개하는데, 첫째, 호빗은 낮은 관심과 낮은 수준의 정치 참여도를 가진 정보가 부족한 시민으로 불안정하거나 약한 이념을 가지고 있다. 둘째, 훌리건은 호빗과 정반대 성향으로 확증편향, 집단 간의 편향 등의 인지 편향에 시달린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벌컨은 이상적 유형으로 자신의 신념에 대한 부적절한 충성심 대신에 완벽하게 이상적이며, 정보가 풍부한 사상가다. 대부분 시민은 일반적으로 비투표자는 호빗, 투표자는 훌리건이다. 하지만, 많은 민주주의 철학 이론에서는 시민이 벌컨처럼 행동할 것이라고 가정하는데, 바로 여기에서 지식인에 의한 통치, 즉, 에피스토크라시를 주장한다.

 

브레넌은 민주주의는 도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좋은 도구를 찾는다면 자유롭게, 그리고 그 도구를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정치적 결정은 큰 도박이며, 누가 감히 그런 결정을 무능하게 내릴 수 있겠는가? 문제는 훌리건이 훌리건이라는 걸 모른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일 듯하다. 내 편이라고 생각하면 비판 없이 수용하는 태도를 어떻게…. 브레넌은 이 문제를 보통선거의 개편을 통해서 바꿔보자고.

 

꽤 흥미로운 주장이다. 철학자에 의한 통치와의 차이는 무엇인지, 실제 벌컨이 얼마나 존재하는가, 에피스토크라시가 실제 운용 가능한지는 별론으로 하고, 이 새로운 정치체제가 성과 측면에서 민주주의를 능가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흥미롭다. 많은 사람이 그가 제기하는 문제, 즉, 민주주의 문제점과 약점, 보완할 점에 대해서 큰 틀에서 동의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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