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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해몽사전 ㅣ 걷는사람 소설집 10
박정윤 지음 / 걷는사람 / 2023년 6월
평점 :
꿈해몽사전
운명, 무업을 이어가야 하나, 무당, 세습무든 강신무 등, 그들의 특별한 세계에서 정체성을 찾는다. 포기(抛棄)와 좌절, 수용, 이런 흐름 속 밑바닥을 흐르는 “한(恨)” , 왜 우린 이런 운명인가, 원통하다. 세상은 넓고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내 운명은 내가 주인인데 왜 자신 스스로 인생을 방향을 선택할 수 없는가라는 무당 3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
무당의 사회적 평가, 종교인도 아니고, 비과학적 미신의 영역의 교언영색, 혹세무민, 사이비 등등의 프레임 속에 갇혀있는, 음습한 기운의 기분나쁜 존재들(로도 비춰진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종교 이데올로기, 마이놀리티로 점집, 무당, “무속인” 등 정확한 개념도 정의도 없는 상태다. 신내림의 증좌를, 아무튼 우리의 문화 속에서 생겨난 것이라 쳐두자(어원이니, 어디에서 기원하였는가? 등등의 논의는 별론으로 하자는 말이다), 하나의 직업으로서 인정하는 태도는 우리의 정신세계의 무한한 확장이 되지 않을까... 이 소설의 의미는 깊고도 넓다고 해야할까,
무당의 운명과 이를 보는 사회, 다루는 주제와 이미지
무당은 대를 이어 무당이 되는 세습 계열과 신내림을 받는 강신계열로 나뉜다. 어떤 계열이든 행사가 한번 이루어지려면 엄청난 운동량이 필요하고, 신이 들어왔다 나가는 것이라서 체력소모가 많은 극한직업임은 틀림없다. 무당 자체가 엄청난 숙련과 체력을 요구하는 직업이고 오랜 수련이 필요하다. 영화나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무당과 박수, 영화<박수무당>처럼 가벼운 터치로 그리는가 하면, 곽도원<곡성>에서 처럼 한국을 지키는 신과 일본에서 넘어온 신의 대결, 이땅을 지키고자 하는 보호령과 외계령의 싸움이라는 설정에서 무당(한국과 일본의 무당), 최근에 시작한 <경이로운 소문 2>의 융이라는 중천 지대, 최근 드라마 <악귀>, 여기서 나오는 민속학자와 엑소시즘, 그리고 <손(the guest)> 등, 여전히 드라마나 영화의 주제로 등장한다.
소리 할머니는 소리에게 큰 공부하는 사람이 되라고,
소설 속 등장인물 윤소리의 엄마 신혜인은 세습무로의 삶을 거부하며 별신굿 도중에 바다에 몸을 던진다. 이후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어린 딸 소리를 강신무인 엄마 윤정옥에게 맡기고 외국으로 떠난다. 어머니가 무업을 잇지 않았기에 세습무로 살아가지 않아도 된 소리는 할머니의 윤씨 성을 따르고, 그의 할머니는 무당 같은 거 말고, 큰 공부를 하라고, 무당들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연구를 했던 대학교수(여성)처럼 되기를 바라는데. 소리 할머니의 바람 속에는 지난날 무당이 당했던 수난의 역사가 바탕에 깔려있다. 차라리 사람대접도 받지 못하는 무당보다는 큰 공부를 해서, 우리 무당 처지를 이해하고, 학문적으로 뭔가를 해달라는 그런 기대감이었는지도 모른다.
다른 것에 대한 두려움, 지배 이데올로기에 파편, 배제, 미신과 종교의 경계는
소리 할머니는 무당이라는 이유로 하대 받았던 시절을 회상한다. 아마도 70년대 새마을 운동이 진행되던 그런 시대였던 모양이다. 조그만 굿판을 벌여도 경찰이 쫓아오고(미신타파 운동 등. 잔악한 탄압) 이를 피해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굿청에 눕혀놓고 왔던 다섯 살 난 딸을 찾으러 가기도.
소리는 굿 중간에 무녀들의 한을 말하는 할머니의 사설을 들으며 할머니와 율, 여진 언니, 참순이 무당, 오뚝이 무당. 종교로 인정받지 못하는, 신이 아닌 신을 섬기는 자라는 이유로 차별과 멸시를….
한편, 같은 또래의 세습무를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여진과 신내림까지 받아 신병을 앓게 된 예원, 이들, 감수성이 예민한 때 무당의 딸이라 놀림당하는데. 이들은 앞에 놓인 운명의 굴레를 어떻게 극복하고 당당하게 세상 속으로 걸어갈 것인가, 소설은 무당이라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이들의 운명과 갈등하는 인간의 의지와 고뇌, 그리고 좌절을 구체적으로 그려나간다. 또 한 명의 등장인물 회랭이 “율”은 소리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는다. 그의 방에 놓인 오래된 책갈피에서 끼워진 소리 엄마 혜인이 그에게 남긴 편지를. 오빠와는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아, 미안해, 소리를 딸처럼 아껴줘. 라는 닳고 닳은 오래된 편지를. 무속 세계의 ‘통과의례’를 어떻게... 그들은 신세대들 처럼, 쿨하게 자신의 일을 하면서 파트타임 무업을 할 수 있을지도...
꿈해몽은 미래세대의 꿈, 선택의 자유
꿈해몽(꿈은 무한한 인간의 무의식)은 분석심리학과 샤머니즘의 경계를 애써 구분지을 필요가 없다. 자기의 꿈은 자기 암시일수도, 스스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소리, 그는 앞으로 인류학을 공부할 거란다. 심리학, 종교학, 민속학을 바탕으로 해몽을 해볼 거라고, 인터넷 카페를 열고 소통을 한다.
소리는 할머니가 바라는 큰 공부를, 무당의 세계를 이해하는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의 길을 걷는 것도 운명이 아닐까, 꿈의 해석에서 태몽, 외국에서는 태몽의 사례가 그리 없다는데, 우리 사회에서 태몽은 남아선호의식의 반영이라 한다. 이렇게 놓고 보면, 꿈해몽사전은 신세대 무당의 삶을 채워가는 ‘여백’과 ‘꿈’을 채워나가는 버킷리스트 같은 것이 아닐까, 자신의 인생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걸.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