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밖의 고사성어 - 일상이 새롭게 보이는 뜻밖의 네 글자 25
채미현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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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밖의 고사성어

 

이 책<상식 밖의 고사성어>의 지은이 채미현은 중국 문학이나 고전에 반영된 사회 현상과 이로부터 영향을 받은 아시아의 사상과 문화 연구에 천착한다. 또한, 언어가 표현수단을 넘어 그 시대의 가치를 반영하는 그릇이라는 점에 주목, 고사성어와 한자에 담긴 생각들을 다듬어, 세상 사람과 공유하고자 한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상식 밖”이다. 현대 사람들이 보기에는 말이다. 여기에 실린 고사성어(故事成語), 옛이야기에서 유래한 말인데, 말이 생긴 당대의 의미와 지금의 쓰임이 다르다. 왜 달라졌을까, 언어는 사회문화와 함께 변해가는 생물이다. 정태적이고 고정불편의 그것이 아니기에. 당대의 시대 가치와 지금의 것은 다르기에.

 

고사성어는 한자를 모르는 세대에게는 외계어로 느껴질 수도, 지금의 청년세대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한 세대 전에 교육현장에서는 한자 교육을 했다 안 했다 하던 적이 있어, 한자를 가르치지 않았던 시기의 학생 시절을 보낸 이들은 한자를 따로 공부하지 않은 이상, 한자를 잘 모른다.

 

고사성어는 촌철살인이다. 물론 현대적 의미의 촌철살인으로 짧은 말로 핵심을 찌른다는 뜻이다. 사람이 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먹고 마시고, 자고, 일하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때로는 즐겁기도, 슬프기도,

 

이 책은 이런 고사성어가 중국 땅에서 처음 생겨날 때의 뜻과 지금의 사용 맥락이 정반대로 쓰이는 것을 골라 실었다. 옛이야기에서 유래한 문장 혹은 글귀가 앞뒤 맥락을 생략하고 쓰이다 보니 그리된 것이다.

 

여기에 실린 고사성어는 25개다. 이를 주제별로 1~4장으로 구분해서 실었다. 1장은 삶을 꿰뚫는 지혜라는 이름으로 6개를 우리가 어떤 어려움에서 겨우 빠져나왔음을 표현할 때 자주 쓰는 “구사일생”에서 천하무적까지 6개가, 2장은 함께 걸어가는 인생이란 이름 아래 간과 쓸개도 서로에게 보여주는 간담상조가 본래는 거짓 우정을 나무라는 표현이었는데. 그 뜻이 바뀌고 말았다. 여기에는 문전성시나 자포자기, 죽마고우 등의 재밌는 유래가 7개가 실려있다. 3장에서는 현명한 삶의 자세를, 금의환향에서 촌철살인까지 7개가 실려있다. 다음으로 4장, 어지러운 세상에서 중심 잡기, 독서망양을 비롯하여 철면피의 본래 의미까지 5개가 실려있다.

 

이 책을 읽는 재미는 본디의 뜻을 헤아리면서 당대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새롭게 해석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천고마비(天高馬肥)

 

하늘은 높고 푸르고 말은 살찌니. 평화롭기 그지없는 목가적 풍경으로 읽힌다. 그런데 본디 이 말의 유래는 중국 북방의 유목민이 “곧 무서운 적군이 침략해 올 것이다”라는 말이다. ‘천고마비”란 표현은 당의 시인 두심언이 돌궐족을 치기 위해 출정하는 친구 소미도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타나는데,

 

”북쪽 땅에서 추위로 고생이 많겠지, (중략), 한(漢)의 병사들은 아직도 포위망을 강화하네. 구름 걷히고 요성(妖星)이 떨어지니, 가을 하늘 높고 변방의 말이 살찌네. 말을 타고 명검 휘두르고, 붓을 들어 전쟁문서 휘갈기네.“

 

가을 하늘 높고 변방의 말이 살찐다(秋高塞馬肥)는 말은 돌궐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후에 추고마비(秋高馬肥)로 변방이 빠지고, 또 전성되어 천고마비로. 오늘날의 의미라면, 가을은 만물이 풍성한 계절이라고.

 

천하무적(天下無敵)

 

세상에 적이 없을 정도로 힘이 세다.는 뜻이다. 그런데 본디 뜻은 ”백성을 생각하는 어진 정치가 가장 위대하다“는 것이다. 이는 맹자의 통치술, 즉, 왕도정치의 핵심인 인정(仁政)이다. 군사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진 정치를 하면 적국의 백성 수가 아무리 많아도 어진 정치를 당해낼 수 없다. 모름지기 임금이 어진 정치를 좋아하면 천하에 대적할 상대가 없게 된다(天下無敵)는 말이다. 인정을 베풀라는 말은 리더, 지배자에게 인정(仁政)을 베풀라는 말이 이제는 확장되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인정(人情=사람의 정을 베풀라는 인도주의(人道主義) 태도를 바탕으로 평등 세상을 구현하자는 말로도 읽힐 수 있겠다.

 

자포자기(自暴自棄)

 

스스로 해치고 버린다는 뜻이다. 본디의 뜻은 어질고 바른 마음 없이는 인간관계를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맹자는 살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자포자기”라고 했다. 포기(抛棄)와 자포자기는 전혀 다른 의미다. 아무튼, 맹자가 말하기를, 자신을 해치는 사람과 함께 대화할 수 없고, 자신을 버리는 사람과는 함께 행동할 수 없다. 말을 하되 예와 의가 아닌 것을 말하는 것이 자신을 해치는 것이라고….

 

내 몸이 인(仁)에 머물지 못하고 의(義)를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자신을 버리는 것이다.

 

인은 사람이 머무는 집이고, 의는 사람이 바르게 걸어가는 길이다.

자중자애(自重自愛)하는 태도와도 결은 조금 다를지 모르나, 노자가 말하듯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신이요. 자신이 세상의 중심임을 알고 늘 자신을 스스로 귀하게 여기고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는 뜻까지. (협의에서 광의의 의미까지)

 

한우충동(汗牛充棟)

 

천장까지 채울 정도로 책이 많다는 뜻이다. 본디, 고전의 뜻을 왜곡한 책들이 넘쳐난다는 말이다. 한우충동, 책을 수레에 실으면 수레 끄는 소가 땀을 흘리고(汗牛), 쌓아 놓으면 대들보까지 찰 정도(充棟)는 당나라 사람 유종원의 <육문통선성묘표>에 나온다. 고대에는 책은 권력의 잣대였다. 책(정보)이 많으면 권력이 크다, 책이 많이 나돌다 보니, 공자의 본뜻을 왜곡하는 책들이 한우충동의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로, 충동우, 한우마에서 나온 것인데. 앞뒤 맥락이 없어지다 보니, 많은 장서란 뜻만….

 

가짜뉴스의 탈진실 시대에 맞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도 여전히 한우충동 세상이로고,

 

놀랍게도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은 인간의 욕망과 욕구다. 다만, 이를 어떻게 자기 통제, 억제를 할 수 있는지는 늘 숙제다. 얼마나 역사가 흘렀더라도.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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