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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솔로지 -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종이 될 때까지의 거의 모든 역사
송준호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6월
평점 :
사피엔솔로지
이 책<사피엔솔로지>라는 제목은 사이엔스+ology는 현생인류인 사피엔스와 학문을 결합, 현생인류에 대한 학문이라는 의미로 지은이 송준호 선생이 만들어 낸 합성어다. 꽤 재치있는 기발한 이름짓기인데 아마도 그가 내과 의사로 사람의 몸을 우주로 보는 동양의 오행에 관한 인식이 있는 듯하다.
거기에 인류학, 정치학, 인지심리학 등 학제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섭과 학문 융합의 시도라 하겠다. 이 책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지은이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처럼 미래 세대에 영감을 주는 책을 집필하고 싶었다고 했다.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서적을 참고하여, 호모사피엔스의 생물학적 정체성과 과학적 큰 역사를.
이 책은 7장 체제로 여느 책보다 읽기가 만만치 않다. 에세이처럼, 소설처럼 읽기 편하지만, 내용 하나하나가 의미심장하다. 생소한 개념과 기초상식이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도 적지 않다. 많은 개념과 이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이론은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종이 될 때까지의 거의 모든 역사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과 이론들은 여기에 필요한 징검다리(가교) 역할을 하기에, 우선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호모”라는 종의 출현은 시계열적으로 네안데르탈시스, 호모사피엔스 등이 이어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출현의 시기에 선후는 있지만, 공존해오면서, 어떤 특별한 사정으로 한 종이 다수 생존하게 되었고, 생각하고, 말을 하게 되면서 호모사피엔스는 지배종이 됐다는 것이다.
흐름은 독특한 생물의 탄생(1장), 그리고 그 생물이 각성(생각)하면서(2장), 호모사피엔스의 결속(성과 양육과 협력)은 어디에서 기원하였는지, 이기적 본능에서 협력이 어떻게 태어난 것인지 자못 흥미로운 분석이 담겨있다(3장). 구축(새로운 생태계)에서는 인류가 지구를 장악하고 개조해나가는 과정을(4장), 해독(판도라의 상자, 5장)과 초월(6장)에서는 인류가 생명의 비밀인 유전자와 인간의 핵심역량인 뇌의 신피질 연구의 현주소를, 위기(실존위험, 7장)에 이르기까지, 시기마다 일어난 변화와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말을 하는 인간, 생각하는 인간,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인간
말을 하게 된 것은 행동주의 심리학자의 스키너처럼 연습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촘스키의 설명처럼 새는 어미 새가 둥지에서 새끼를 떨어뜨리는 데서 날기 시작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그렇다면 인간만이 갖는 자의식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대뇌의 피질이 많아졌음은 돌연변이인가, 그렇다고 한다. 기억만이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 또한 우리 뇌에 저장된 기억을 재료로 미래를 구성하기 때문에 아는 한도 안에서만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보지 못한 것을 상상해내는 것은 정말 특별한 능력이다.
생각을 할 수 있기에, 기억을 할 수 있기에, 구석기 시대의 알타미라 동굴 벽에 그려진 그림들, 들소, 사슴, 멧돼지 등이며, 이러한 그림들은 사냥감이 많이 잡히기를 바라는 주술적 행위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구석기인들의 예술적 솜씨도, 그 바탕이 되는 것은 미래를 그려낼 수 있는 생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이 책 속에는 담겨있다. 다행스럽게도 각 장이 연속성을 갖지 않기에, 흥미 있는 장만을 읽어도 충분히 인간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는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지은이의 글쓰기가 탁월한 것도 하나의 요인이겠지만, 학제 간의 통섭을 바탕으로 주제별로 구분 지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학문적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위험 회피와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간
오늘날 지구 곳곳에서는 공존과 협력, 지속 가능한 세상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된다. 기후위기를 마치 내일이라도 지구가 망할 것처럼 떠드는 종말론적 환경론자들의 이야기가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한 듯하다. 인간의 재능은 지금껏 그래왔듯이 위험 회피하면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왔다. 그 재능은 자성과 협력, 혁신의 능력이다.
인류는 아프리카의 한 줌의 작은 집단에서 출발했다. 흑인종이든 백인종, 황인종이든 보이는 피부 색깔 밑에 자리한 피부색은 검은색이다. 그 위에 보이는 색은 지역에 따른 환경의 차이, 습도, 온도 등에 따른 변화일 뿐, 본바탕은 같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런 것은 주장이 아니라 과학발달로 입증된 사실이다.
아프리카를 벗어나 동서남북으로 흩어진 사람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는 알아볼 수 없게 됐고, 같은 종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호모사피엔스였지만 말이다.
이 책<사피엔솔로지>은 뛰어난 인문과학교양서다. 호모사피엔스가 지배종이 되기까지의 오랜 시간의 변화를 연대기로, “지능, 재능, 자성, 협력, 공존” 등등, 인간에게 지능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진화의 도구함이자 만능열쇠다. 확장력을 가늠할 수 없는 그런 것 말이다.
호모사피엔스 종의 미래는 우리가 갖는 재능 때문에 지구 곳곳에서 벌어진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한편으로 이런 모순으로 인해, 미묘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