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음 2 - 죽음에 대한 인문학이야기 : 문학 속 인물편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통합의료인문학문고 5
최성민 외 지음,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기획 / 모시는사람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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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

 

이 책은 어떤 죽음 시리즈 2다. 2022년의 <어떤 죽음 1-연애인 편, 죽음에 대한 인문학 이야기>에서는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가수 신해철, 구하라, 배우, 박주아 등과 미국의 가수 카렌 카펜터, 일본의 오자키 유타가와 홍콩 배우 장국영의 죽음을.

 

<어떤 죽음2- 문학 속 인물 편>은 실제 인물이 아닌 문학 작품 속 인물의 죽음에 관해 이야기한다.

실존 인물의 죽음과 문학 속의 그것은 받아들이는 온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가상 인물의 죽음은 어디까지나 가공일 뿐이니, 하지만, 문학 작품을 읽는 이에게는 어떻게 다가설까?, 죽음의 의미를, 역사가는 실제 일어날 일을 논하지만, 작가는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이 책의 글쓴이 김학중, 우찬재, 최성민, 이상덕 등은 통합의료인문학 연구자들로 인간의 생로병사 중에서도 죽음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 책은 교양총서로 펴낸 것이다.

 

이 책에 담은 글은 8꼭지다. 시인 김혜순과 허수경의 작품 속에서 다룬 "죽음"을 분석한 김학중의 글을 비롯하여 제3의 길과 아노미적 죽음을 최인훈 "광장"과 박상연의" DMZ"를 소재로, 그리고 오렌지 껍질의 비애와 '난장이'의 죽음에서는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과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다룬 우찬제, 요절과 현실 너머의 생명과 죽음 등을 다룬 최성민의 글,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의 죽음과 미아스마, 호메로스" 일리아스"에서의 죽음은 이상덕이 각각 썼다.

 

 


 

 

죽음의 의미와 그 해석

 

고대에서 현대까지 문학 작품에서 다룬 "죽음" 고대에서의 미아스마(오염)는 죽음이 오염을 일으키고 그 오염이 정화되지 않는 한 다음 세대로 이어져 극복되지 않는다. 이상덕은 아이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의 비극에서 미아스마라는 단어를 위와 같은 의미로 사용, 그것이 후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방법을 고민, 현실적인 방법으로 추방을 생각했다. 죽음과 복수, 오염을 극복하는 방법은 신을 두려워하고 해석할 수 없는 영역, 즉 불가해한 세계를 경외하면서 인간의 지혜를 최우선으로 두었던 인문주의적 그리스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호메로스는 영웅들의 죽음은 그 운명을 받아들여 영예롭게 생각하고, 주변인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이들은 고인이 영혼이 육체를 떠나 편안히 하데스(저세상)로 갈 수 있도록 장례를 치른다. 아마도 후자,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들의 모습은 공통이지 않을까 싶다. 영웅이든 평범한 사람이든간에….

 

요절과 현실 너머의 생명과 죽음을 상실과 생명의 증거로서 해석하는 최성민의 글이 흥미롭다. 이 책에서 눈길이 멈춘 곳은 3번째의 글, 우찬제의 "제3의 길과 아노미적 죽음"이다. 최인훈의 <광장>과 박상연의 <DMZ> 둘 다, 남과 북 문제를 다룬다. 이명준이 광장에서 자살하지(광장) 않고, 제3국을 선택했더라면 어떠했을까(DMZ), 분단체제의 고착화와 냉전체제와 죽음을, 이 글에 눈길이 멈춘다.

 

제3의 길, 죽음, <광장>의 이명준의 선택이 자살이 아니었다면. 반복, 사회적 죽음, 아노미적 자살

 

김기우의 <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창해, 2023)에서 광장이라는 작품이 대중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을까 하는 게 관심사였다. 광장이라는 관념, 그 표지는 무엇이었을까. 남도 북도 아닌 제3국으로 가는 ‘타고르’ 배에….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이란 상은 당대의 지식인들이 고민의 핵심이지 않았을까,

 

<광장>은 남북한 이데올로기를 동시에 비판한 최초의 소설이자 전후문학 시대를 마감하는데, 만약 이명준이 자살하지 않고 제3국으로 갔더라면, 즉 " ~했더라면" 에 앞서, 우찬제는 이명준의 죽음을 아노미적 자살로 본다. 아노미는 사회적 혼란으로 인해 규범이 사라지고 가치관이 붕괴하면서 나타나는 사회적, 개인적 불안정 상태를 뜻한다. 아노미 상태에 빠지면 삶의 가치와 목적의식을 잃고, 심한 무력감과 자포자기에 빠지며 심하면 자살까지 하게 되는 현상이다.

 

만약 이명준의 선택이 제3국으로 향한 후, 1997년 박상연의 <DMZ> 로 돌아왔다면, 최인훈의 이명준은 박상연의 이연우가 되는데, 이연우는 이글에서 주체가 되지 못하고 그의 아들 베르사미에게는 비판과 부정의 대상일 뿐이다. 냉전 시대의 피해자인 아버지에 대해, 탈냉전 시대를 사는 아들- 영화<공동경비구역 JSA>의 이영애처럼, 중립국감독위원회 소속 소령-은 그가 맡은 사건, 남과 북의 군인들이 휴전선 이북 DMZ에서 몰래 만나 동포애를 나누다가 조건반사처럼 총기를 난사하고, 그것에 대한 자책감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사건을 보면서, 그의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데. 아버지는 남도 북도 아닌 통일된 한반도로 귀향을 희망했다.

 

여기서는 아노미적 자살, 곧 죽음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이다. 광장의 이명준이 살아남아 통일된 한반도로 귀향했더라면, 공비경비구역의 김수혁과 같은 자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아노미적 죽음 사건 또한 죽음의 한 원인이다.

 

문학 작품 속에서 죽음이란 사회적, 문화적, 개인적 맥락이 착종된 채로 해석된다. 일본에서 한때, 사회적 논쟁거리가 됐던 <과로자살>(川人博:岩波新書, 가와히토 히로시, 이와나미신서, 1998), 과로로 우울과 조울, 자살 충동으로 자살에 이른 사건의 담당 변호사였던 가와히토는 일과 생활의 조화를 말하는데, 이는 위에서 말하는 세 가지 맥락이 겹쳐진다. 이 역시 아노미적 현상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죽음은 사회적인 원인으로, 또 문화를 배경으로, 당대의 시대 상황을 투영, 반영되기도 한다. 죽음이란 꽤 복잡하다. 자살의 금기, 잘못된 죽음은 오염으로 후대에까지 그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 영웅적 죽음 등, 이 책은 죽음에 관한 생각을 여러모로 해볼 귀중한 기회가 아닌가 생각한다. 죽음에 관한 생각은 인생, 삶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거꾸로 알려주는 게 아닌가 싶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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