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한자 - 인생의 깨달음이 담긴
안재윤.김고운 지음 / 하늘아래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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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을 탐함은 은자를 찾아가는 것과 같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夕死可矣)(논어 이인편)

 

옛글을 탐한은 은자를 찾아가는 것과 같다는 말은 이 책의 핵심을 관통하는 문장이다. 우리의 옛글은 한자와 한문으로 되어있어, 한자세대가 아닌 독자들에게는 영 까탈스러운 게 아니기에, 지은이 안재윤과 김고은은 길라잡이가 되어, 우리를 옛글 탐험의 세계로 데려간다.

 

인생의 깨달음이 담긴 저녁 한자는 무엇일까, 이 책에 앞서 세상에 나온 아침 한자는 인생의 지혜가 담긴 글이었고(인생의 지혜가 담긴 아침한자, 하늘아래, 2023) 저녁 한자는 인생의 깨달음, 지혜로 세상을 헤쳐나와, 저녁이 되어 깨달음을 얻는 것인가,

 

네 개의 한자 세계로

 

이 책은 저녁 한자를 네 구분하여, 믿음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배려와 용서의 온기를 채워주는, 안목을 밝히는 지혜가 담긴, 그리고 기다림의 미덕을 일깨워주는 저녁 한자다.

 

첫 번째 한자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자. 믿음으로 세상과 소통시키는 저녁 한자

 

통(通)과 통(痛)을 맨 앞에 두었다.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뜻이다. 자못 철학적이다. 피가 통하지 않으면, 뜻이 통하지 않으면,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즉, 벽에 부닥친다. 장애가 생긴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여기에는 의심이 병이요. 신뢰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이루어진다, 날이 추우면 생각이 많아진다는 뜻의 한자가 이어진다.

 

단지 읽는 것만으로도 보약이 될 말들이다. 또 보자, 속이는 자의 말은 늘 달콤하다. 누군가의 달콤하게 여겨진다면, 속이는 말이 아닌지 조심 또 조심할 일이다.

 

요즘 세상에 눈여겨봐야 할 문장 하나, 남녀대수혼(男女大須婚), 결혼은 사람살이의 가장 자연스러운 연대다. 신실재론의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의<Markus Gabriel VS>: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살다(사유와 공감, 2022)에서, 인간은 본능은 무리를 짓는 것이라고, 혼자 살던 둘이 살던 무리를 지어 살아야 하는 게 인간의 본능이라면,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나? 현상이 아닌 실질에서 말이다.

 

이제 두 번째 한자 세계는, 배려와 용서의 온기를 채워주는 저녁 한자다.

 

먼저, 서(恕)를 보자. 용서할 서다. 용서란 내 마음을 네 마음과 같게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화광동진(和光同塵)즉, 보통은 빛을 부드럽게 하여 속세의 티끌에 같이한다는 뜻으로, 자기의 지덕과 재기를 감추고 세속을 따름을 이르는 말인데, 지은이들은 화광동진을 다른 사람의 능력을 존중한 뒤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라고 풀고 있다.

 

낭중지추: 주머니 속 송곳처럼, 감추려 해도 드러나는 재주와 능력과도 통하는 말이지 않을까?, 애써 자신을 뽐내려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우선 배려한 후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심리학에서 말하는 최신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최신의 인상이 영향력이 크다는 말인데, 후광효과까지도 얻을 수 있다.

 

세 번째 한자 세계는 안목을 밝히는 지혜가 담긴 저녁 한자다.

 

여기서 기억해 둘만 한 구절을 고르라면 "임인유현(任人唯賢)"을 으뜸으로 꼽겠다. 진정한 리더십이란 인재를 거느리는 게 아니라 인재를 어질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은이들은 풀었다.

 

본디 임인유현이란 서경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뜻은 오직 능력과 인품만을 보고 사람을 뽑는다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인데, 어진 사람이나 유능한 사람에게 지위를 양보해 준다는 추현양능(推賢讓能)과도 통한다. 인사는 만사다. 제 자리를 찾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리더십이다. 무조건 따르라고 해서 될 일은 아니다.

 

요즘, 제 몸 하나 추스르지 못한 인사들이 어찌 모든 이를 위해 일하겠다고 뻔뻔한 얼굴도 나선단 말인가, 수치를 모르는 것은 된 사람이 아니다. 되먹지 못한 사람은 일을 그르친다. 자기 잣대로 재단하기에 공정도 모르고, 공평도 평등도 자유도 민주도 다 모른다. 그 대신에 자기만을 위한다. 자신도 모르는 자기만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사람으로 살 것인가(炎凉(世態), 일의 경중을 따져 올바르게 행동할지어다(權變) 이렇게 생각하면 저녁 한자는 밤에 읽어야 제격이다.

 

자, 네 번째의 한자 세계로, 기다림의 미덕을 일깨워주는 저녁 한자다.

 

끈기가 곧 힘이다(수적석천(水滴石穿: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 이른 아침 텅 빈 내 주머니에 작은 오뚝이 인형 하나를 넣어본다(부도옹:不倒翁)

 

이 책 속에는 아침 한자의 지혜처럼 저녁 한자의 깨달음이…. 한자와 한문 풀이는 고정된 게 아니라 이렇게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다. 직설적이지도 않게 말이다. 더 좋은 삶을 위해, 한자와 한문을 음미하면서, 자기 전에 한 편씩, 읽는다면... 꿈을 이룰 수 있을지도...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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