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붉은 매화 향을 담다 (표지 2종 중 ‘빨강’ 버전)
서은경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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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명화 감상법?

 

작가 서은경이 2011년에 출간했던 이 책으로 2012년에 콘텐츠대상 문체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새롭게 다듬어 내놓은 <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짙은 매화 향을 담다>, 부제 붉은 치마폭에 짙은 매화향을 담다, 제목은 읽기에 따라서는 다소 오해도. 오독의 가능성도 있을 듯하다. 제목은 여성과 관련 있는 그림인가, 왜 붉은 치마폭이지, 또 짙은 매화향을 무슨 의미인가를 한 참 생각했는데. 책이 오고 나서 거기에 씐 지은이의 이야기, “만화가 가진 서정성과 그림을 그린 화가의 마음과 교감하며 옛 그림의 향기 속에 붉게 물 들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붙였다는 걸 알게 됐다. 아무튼, 흥미를 유발하는 제목이다.

 

이 책 속에 담긴 조선 시대의 걸작들의 배경과 인물과 관련된 내용을 만화로. 12개의 작품이 실려있다. 유명한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청풍계도, 영화<인사동 스캔들>에서 나오는 안견의 몽유도원도, 정약용, 김홍도, 김정희의 세한도 등, 문인화, 화조도에서 진경산수까지 그림에 담긴 사연을 만화 등장인물 차주봉과 묘묘, 오사장과 꼬경, 미양이 함께 풀어낸다. 지은이는 그가 감동을 받았던 옛 그림의 회화적 요소를 넣어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붉은 치마폭에 깃든 짙은 매화 향기

 

정약용의 <매화병제도>는 정약용의 아내가 보내준 새색시 시절에 입던 다홍치마, 남편을 바라보듯 아내가 아끼던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 색이 바랄 대로 바란 치마, 정약용은 추억이라도 함께하자 치마를 보내준 아내의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강진에 유배 중이던 정약용은 하나뿐인 딸의 혼사를 보지 못한 미안함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축복하는 마음으로 그를 찾아온 신혼의 딸 부부에게 아내의 치마를 잘라 작은 그림을 그려 주었다.

 

“저 새들은 우리 집 뜰에 날아와, 매화나무 가지에서 쉬고 있네, 매화향 짙게 풍기니 그 향기 사랑스러워 여기 날아왔구나, 이제 여기 머물며 가정 이루고 즐겁게 살아라.”

 

딸에게 못내 미안한 마음을 서화로 남겼다. 이런 의미를 누가 알랴…. 이렇게 만화로 알려주지 않았다면.

정약용, 실학자로 서학 때문에 정조 사후, 18년에 걸친 귀향을 살면서, 이런 사연이 있었음을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꿈꾸듯 날아가듯, 오색나비를 찾아 떠나는 여행, 남계우의 <화접도>

 

남계우의 화접도, 병약한 어린 여동생의 눈에 들어온 나비, 동생은 한겨울에 죽었다. 동생은 죽으면 나비가 되겠노라고, 그러니까 봄이 되면 나를 꼭 찾아줘요.라는 남긴다.

 

 

그림 속 나비의 다양한 뜻,

 

봄을 알리는 나비, 삼국시대에는 나비 장식품을 무덤에 넣기도 했는데, 이는 나비가 죽은 사람이 가는 길을 편하게 도와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란다. 고려시대 불교가 성했을 때, 나비는 부처의 말씀 향기를 맡고 불법을 배우러 찾아오는 사람들을 상징했다. 조선 전기와 중기에 나비는 독립된 주체라기 보다는 초충도의 일부로. 민화에서는 나비와 꽃이 행복과 부귀 등 좋은 것을 의미하는 현세적 욕구를 표현하기도.

 

김홍도의 <좌수도해도>

 

갈댓잎을 타고 바다를 건너는 꼬마 달마, 군대가 쫓아오는 위급한 상황인데도 그림 속 달마가 주는 법력의 평온함이 보는 이에게 감동을 준다. 마음속에 한 길을 정하고 그 길에서 이기심과 욕심을 버리고 간다면 인생에 즐거운 미소가 떠나지 않을 터인데. 이런 그림을 단원이 그렸다, 역시 단원에 대한 고정관념이 보고 싶은 것 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차디찬 세월 속에서도 스승을 향한 마음 변치 않네. 김정희의 <세한도>

 

제주도 유배 5년째 되던 해인 1844년 김정희는 늘 한결같은 제자 이상적에게 그의 지조와 고마움을 전하고자 세한도를 전했다. 공자는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 수 있다”라고, 한결같음을….

이상적은 스승 김정희에게 <만학집>과 <대운산방문고> , <황조경세문편>120권을... 보내주었는데, 이는 천만리 밖 북경에서 산 것이고, 여러 해를 걸쳐 얻은 것이니 한 번에 이룬 일도 아님을 그의 스승 또한 알았다. 세한도를 꼭 봐야하는 이들이 요즘은 길거리에 넘쳐난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한 입에 두말하는 이들, 의리와 약속은 늘 단순하다. 지키라고 있는 것이기에... 세한도의 사연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잔상들,

 

곧은 절개와 꿋꿋한 생명력, 이정의 <묵적도>

 

눈과 서리에도 마디를 굽히지 않고 푸른 빛을 잃지 않는 의연함을 지닌 대나무는 곧고 빼어난 모습 때문에 운치를 아는 이와 절개를 지키고자 하는 선비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선비"들이 그립다. 지성인이 그럽다.

 

 

 

자, 조선의 명화에는 당대를 살았던 이들의 철학과 감사, 세상을 보는 눈과 지키고자 하는 다짐이, 담겨있음을. 그저, 옛사람들이 심심풀이로 누군가에게 그려 주는 그림이 아니라, 마음을 담고, 그곳에 사연을 담고, 자신의 의지와 결심,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다짐을, 그림은 단지 그림이 아니라 한 장으로 전하는 심오한 가르침이기도 했다.

 

그저, 잘 그렸노라. 당대의 위대한 사람이나, 재주가 출중하여 이름을 날린 사람이 그린 것이기에, 뭔가 있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연과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림을 이해하면 그림은, 그 안에 것들이 살아서 나에게 다가올 것이다. 말을 건넬 것이다. 보는 사람 또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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