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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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허버트 조지 웰스가 1897년에 발표한 이 책 <투명인간>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투명인간,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과학소설이다. 꽤 오래전에 영화나 미국 TV 드라마로 나오기도 했다. 130년 전에 그의 작품은 당대와 그리고 당시의 미래였을 현재까지도 사회에 따라 문화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그의 사고와 작품들이 시대를 초월하는 뭔가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1984, 동물농장의 저자 조지 오웰은 그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세계와 사상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의 중요성이랄까, 핵심은 투명인간이라는 존재를 통해 웰스가 그려낸 ‘보이지 않는 존재’에 사람들의 막연한 공포감과 두려움, 그리고 혐오, 우리와 같은 않은 그 무엇에 대한 경계와 혐오를 그리고 투명인간 그리핀의 ‘보이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동반한 미묘한 적대감’을 표현하고 있다. 아주 탁월하게. 당대의 공상과학 소설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특히, 국내에 소개됐던 <투명인간>은 미국판이다. 같은 영어를 쓴다지만, 지역과 문화의 다름으로 인해 생기는 미묘한 뉘앙스는 번역과정에서, 미국적 사고로 윤색된다. 이 소설은 영국 오리지널 판의 번역본이다.

 

이 소설은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고, 노벨문학상 후보로 여러 차례 오를 만큼 문학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작품이지만, 놀랍게도 투명인간이란 작품에 대한 이해는 부족, 아니 왜곡된 듯하다. 번역자 이정서는 번역이란 무엇인가라고 할 정도로 철학적이다. 마치, 영남대에서 노동법을 가르치는 한편으로는 수많은 좋은 책을 끊임없이 우리말로 번역해서 알렸던 박홍규 선생처럼, 선생은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번역본 서두에 80쪽가량을 할애해, 번역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데, 제2의 창작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지은이의 생각과 표현의 의도에 이르기까지, 숙고하라고, 이 책의 번역자 이정서 역시, 원전에 충실한 번역을 지향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이 책 끝에 쓴 글은 꼭 보고 넘어가야 할 듯하다. 단어 하나를 빼고, 넣고 하는 데서 생기는 느낌의 차이는 꽤 크고, 아예 책의 내용을 뒤바꿔놓을 수도 있기에.

 

아무튼, 투명인간 그리핀 시대에도 과학의 세계에서 횡행하는 것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황우석의 실험이 그러했듯이, 과학과 사기는 종이 한 장의 두께만큼 얇다. 통제되지 않은 과학적 진보의 위험성과 그에 따르는 윤리적 책임에 관한 경고라 할까,

 

 

 

 

그리핀은 그가 왜 투명인간이 됐는지를 이 책의 또 다른 등장인물 캠벨에게 말하는 장면에서 “내 지도교수는 천박한 과학자로, 본능적인 저널리스트에, 아이디어 도둑놈이었소. 그자를 항상 나를 염탐했소. 또 당신도 과학 세계의 그 악랄한 시스템을 잘 알지 않소. 나는 정말이지. 발표하지 않으려 했소. 내 공적을 그가 나눠 갖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오.” 그러다 갑자기 의도치 않게 우연히 생물학에서 발견하게 되었던 거요. 불가시성의 원리를…. 그는 결국 투명인간이 됐지만, 되돌릴 방안을 찾지 못했고, 끝내는 광기에,

 

소설의 시작은 긴 코트와 선글라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붕대를 감은 수수께끼의 사나이가 웨스트서식스의 아이핑이라는 영국의 작은 마을에 도착하면서부터 마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데. 이야기의 전개는 그리핀이 의대생 시절부터 투명인간이 되는 방법을 발견하기까지의 과정과 자신을 대상으로 한 실험, 그리고 비참한 결과, 이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 그리핀은 마침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누군가 그 비밀을 알고 있고, 그가 죽기 전까지는 그 비밀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무한을 향한 욕망, 투명인간, 주변 사람들을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취급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투명인간’ 취급을 한다고 말한다. 불가시성. 사람들은 우리와 같지 않은 사람들을 투명인간 취급한다. 그 존재 자체를 존재로서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리핀은 투명인간이 자유와 힘을 줄 것으로 여겼지만, 투명인간은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미치광이로 몰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소설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듯이 말이다.

우리 사회에 투명인간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주민 노동자, 미등록노동자는 유령이다. 우리 사회에 아무런 흔적이 없으니, 살아있다는 그것마저도 증명할 그 무엇이 없으니, 살아도 있어도 살아있는 게 아니고, 없어져도 없어진 게 아니니, 고립, 권력, 도덕성, 인간 조건과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까닭이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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