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바다에 고래가 있어 - 해양 포유류 사체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
다지마 유코 지음, 이소담 옮김, 이영란 감수 / 북트리거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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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죽음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

 

지은이 다지마 유코, 해양 포유류 특히 고래가 해변으로 올라가 죽게 되는 ‘좌초’ 현상에 천착, 고래의 이상한 죽음을 막기 위해 (고래 부검, 고래 박제화) 노력하는 수의사이자 해양 포유류학자,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고래를 해부했다고 한다. 현재 일본 국립과학박물관 동물연구부 연구주간으로 일한다.

 

저 바다에 고래가 있어.

 

노랫말처럼 들리다. 저 바다에 누워로 시작되는 노래, 우리 바다 주변에는 얼마나 많은 고래가 살고 있을까, 이 책 번역의 감수를 맡은 이영란 플랜오션대표의 말에 따르면, 현재 35종의 고래가 발견됐다고 한다. 동해에는 참돌고래, 낫돌고래, 남서해에는 상괭이(우리 토박이), 제주의 남방 큰돌고래, 수염고래 중에 밍크고래가, 가끔씩 귀신고래가 보이기도, 기각류(물개처럼 앞발이랄까 지느리미랄까, 아무튼 그렇게 생긴 포유류)로 점박이물범, 물개, 큰바다사자 등 3종이, 그리고 독도에 살았 강기, 독도 강치는 일제강점기 때 멸종됐다.

 

한국에서는 고래 부검이 2009년에 처음 했다고, 고래를 부검하고, 좌초의 원일 찾는 일이나 연구를 하는 사람은 겨우 5명이란다. 고래가 왜 죽었을까?,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바다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기후 위기, 환경오염, 지구온난화라는 거대 담론보다는 바다의 포유동물이 왜 죽어가지라는 단순함에서 출발해서, 하나둘….

 

이 책은 7장 체재다. 해양 동물학자의 고군분투의 나날을 시작으로, 2장에서는 모래사장에 떠밀려온 무수한 고래들, 3장 좌초 현상의 수수께끼를 쫓는다. 4장 한때 돌고래에게는 손도 발도 있었다, 5장 물범의 고환은 몸 안에 들어있다. 6장 듀공, 매너티는 타고난 채식주의자, 7장 사체에서 들리는 메시지

좌초 현상의 수수께끼,

 

좌초는 보통 배가 가라앉거나 바다 밑 암초에 걸려 항행을 못 하게 되는 때 쓰는 말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고래에게도 좌초란 말을 쓰나? 영어로 스트랜딩, 고래가 해안, 해변으로 밀려와 제힘으로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태를 좌초라 하는데, 살아있으면 라이브스트랜딩, 죽었을 때는 데드 스트랜딩이라고, 고래를 포함한 해양생물의 좌초는 해안선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지 일어난다.

 

고래의 서식 해역이나 회유 해역에서 많이 벗어난 곳에서 좌초된 개체가 발견된다면, 분명한 원인이 있다. 병에 걸렸는가?, 천적에게 쫓겨 좌초된 것인가, 기생충 때문에 방향감각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았는가, 등 각각의 이유가 있다. 여름철 태풍, 겨울철 거친 파도, 어업이 왕성한 지역에서는 그물에 걸리거나, 어구에 좌초되기도. 가끔 실수로 바다에서 강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아무튼 그 원인을 보면, 질병, 감염병, 둘째로 먹이 쫓기, 세 번째로 해류이동 착각이다. 영국은 1년에 500여 건, 일본은 300여 건이 발생한다. 놀라지 마시라, 고래의 좌초는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많다고…. 어업 그물에 걸려 죽은 상괭이(쇠돌고래과)가 대다수를 차지한다고,

 

고래는 왜 죽었을까

 

지은이는 고래를 해부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우리 인간의 생활이 고래의 사인에 영향을 주었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 대답을 찾기 위해 나는 매일매일 고래를 해부한다고,

 

지은이는 사체를 좋아하세요라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받을 때도 있다고 한다. 정상적인 생명 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기에 원인 불명으로 해안에 떠밀려온 고래나 돌고래의 사체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고, 왜 이들은 이곳에 와 있을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지금 일을 하는 것이라고. 원인을 알면, 고래 좌초의 숫자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해서라는 답변, 너무 간단하다.

 

생물다양성, 인류세, 인간세라는 시대를, 인간의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때 이렇게 인간중심 세계를 서슴없이 외쳤던 시대가 있었다. 자연이라 말하는 순간 자연은 상대화, 대상화되어버린다. 지구상의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이유 없이 죽지는 않는다. 인간의 생명을 귀히 여기고 존중하듯, 지구상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도 존중받아야 한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

 

지은이가 오늘로 거대한 고래 사체를 톱질하고, 껍질을 벗겨내고, 왜 죽음에 이르렀는지를 찾는 이유는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생명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 줄 알기 때문이다. 일본의 포경, 고래고기를 얻기 위해서, 하지만 한편에서는 위대한 생명, 고래를, 저 바다에 고래가 없다면, 바다는 얼마나 황량할까...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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