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의태어의 발견
박일환 지음 / 사람in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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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헷갈리는 의성의태어

 

지은이 박일환 선생의 책<의성의태어의 발견>을 처음 접하고 생뚱맞다고 생각했다. 우리말글을 내가 이렇게도 몰랐단 말인가라는 사실 앞에 이 책의 신박함을, 언제 어디서든지 옆에 두고 읽어볼 만한 책이다. 재미있다. 비교적 외국 생활을 오래 했던 터라, 귀국해서 한동안은 우리말에 민감했다. 왜 존대법을 이렇게 쓰지, 손님보다 물건을 존대하는 모양새를 보고 실소를, 하지만 언어는 사회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바뀌고, 또 변한다. 사회언어학의 기본이 아닐까, 일본어에 없는 의성의태어, 욕. 한 일본사람은 한국말로 욕을 하면 속이 시원해, 일본어로 욕을 하면 목에 가시가 걸린 듯 시원치 않단 말이야…. 듣고 보니 그렇다. 우리말에는 다양한 표현이 살아 넘친다.

 

의성의태어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침을 꿀꺽 삼켰다. “꿀꺽”을 나타내는 일본어가 있던가?, 중국어로는 뭐라 하지?. 꼬꼬무다. 지은이는 꿀꺽을 의성어로 볼지, 의태어로 볼지 판단하기 어렵단다. 그래서 의성의태어로 묶었단다.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아무튼, 우리말에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표현이 많다는 건 사실이니….

 

가져다 붙이면, 새로운 말이 되는 이 신기함. 이 책을 읽는 동안, 몰랐다는 말 외에는…. ‘왱댕그랑: 웬 댕그랑 뜻으로 여겼더니, 아니네. 얇은 쇠붙이 따위가 요란스럽게 마구 부딪치는 소리라고 쓰여있다.

 

어떻게 만들지, 의성의태어를 만드는 방식 몇 가지

 

동사와 형용사의 어근을 빌려 와서 만드는 방식이다. ‘흔들흔들’은 ’흔들다‘에서 ’길쭉길쭉‘은 ’길다‘에서, 조금 깊이 들여다봐야 연결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있다. ‘꾸벅꾸벅’을 ’굽다‘, ’골골‘을 ’곯다‘, ’이글이글‘을 ’익다‘, ’꼬장꼬장‘을 ’곧다‘와 연결하는 것들이 그렇다.

 

명사를 가져와서 만든 낱말들도 있다. ‘대롱대롱’은 가느다랗고 속이 빈 대나무의 토막을 뜻하는 ’대롱’에서, ’줄줄‘은 긴 끈을 뜻하는 ’줄’에서. 이렇게 만들어진 ’줄줄‘은 또 ’주룩주룩‘을 파생시켰다. 이들은 주로 의태어 계열에 속한 것이고, 의성어 계열의 낱말은 소리를 그와 비슷한 표현으로 만든 것들이다. 고양이 우는 소리가 ’야옹‘으로, 총 쏘는 소리가 ’땅‘이나 ’탕’으로 돼지가 우는 소리를 ’꿀꿀‘로 나타내는 건 사회적 합의에 따라서.

 

오용지용, 오롱조롱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 나오는 낱말인데, 말이 우는소리라 한다. 삼 년 묵은 말가죽도 오롱조롱 소리 난다. 여기서는 오용지용대신에 오롱조롱 이라 썼다. 삼면 묵은 말가죽도 오롱조롱 이라는 말은 봄이 되어 만물이 다시 활동하기 시작하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오롱조롱‘을 한 데 모여 있는 작은 물건 여럿이 생김새나 크기가 제각기 다른 모양을 뜻한다고.

 

여기까지 읽다 보니, 무슨 말이 무슨 말인지. 싸드락싸드락은 시위적시위적이란 말인데, 시위적시위적은 일을 힘들여서 하지 아니하고 되는대로 천천히 하는 모양이란다.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으려 만.

 

 


 

사부작사부작

 

살금살금 이란 느낌인데, 사부작사부작은 별로 힘들이지 않고 계속 가볍게 행동하는 모양이란다. 사부작사부작은 꽤 들어봤다. 그런데 사부랑삽작, 사부랑과 삽작이 합쳐진 말인데 큰말은 서부렁섭적이란다.

 

씨부렁씨부렁은 무슨 뜻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여기서 파생된 “씨불씨불”, 사부랑거리는 사람은 언행이 가벼워 보이지만, 씨부렁거리는 사람은 상대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든다.

 

바람만바람만, 이건 무슨 뜻이야

 

바라보일 만한 정도로 뒤에 멀리 떨어져 따라가는 모양. 이쁘다고 해야 하나, 이걸 발맘발맘이라고도 표현한다. 또 발밤발밤이 있다. 발밤발밤은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모양이다. 발맘발맘은 한 발씩 또는 한 걸음씩 길이나 거리를 가늠하며 걷는 모양이란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 못해 쉽게 잊어버릴 만한 낱말들.

 


 

 

부랴부랴, 부랴사랴, 불현듯

 

부랴부랴는 급히 서두르는 모양, 자주 쓰는 표현이다. 부랴사랴는 매우 부산하고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 부랴부랴 더 조금 강한 표현인 듯하다. 쏜살같이 라는 부사와 비슷하다. 총알같이도 쏜살같이 에서 현대적 표현. 총이 등장한 이후이니, 불현듯 은 갑자기 어떤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는 모양이나, 어떤 행동을 갑작스럽게 하는 모양을 말한다. 부리나케도. 역시 그러하다.

 

술에 얼큰하게 취해서 얼근얼근, 허청허청 걷다가 개울가에 풍덩…. 느낌으로는 알겠지만, 술에 취해서 정신이 매우 어렴풋한 모양이 얼근얼근이고, 다리에 힘이 없어 자꾸 비틀거리는 모양이 허청허청인데, 심하게 비틀거릴 때는 ’휘청휘청‘, 이말 보다 작은 말은 ’회창회창‘이라니, 한 번쯤 써먹어 볼 만하다. 회창회창 걷다가 허청허청, 나중에는 휘청휘청이라고.

 

참말로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치냐, 미주알고주알 캐묻지 말지, 옴니암니 따지지 마라, 좀스렇게 셈하거나 따지는 모양인데, 다 같은 이인데 자질구레하게 어금니, 앞니 따지지 말라는 뜻이다.

 

우리말글 속에는 옛사람들의 지혜와 슬기, 여유와 농이 담겨있다. 깁고 톺아봐야 할 우리말글들. 의성의태어 꽤 재미있는 말 여행이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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