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자가 아닙니까? - 성x인종x계급의 미국사
벨 훅스 지음, 노지양 옮김, 김보명 해제 / 동녘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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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자가 아닙니까?

 

벨훅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의 저자다. 1952년생이니 2차 대전 이후 미국 사회, 가난한 흑인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인종과 성적차별, 계층적 차별까지 경험했던 훅스의 생애사적 기억은 그의 이론과 활동의 자양분이 됐다. 벨훅스, 그의 외가 증조할머니의 이름, 벨 블레어 훅스에서 따온 것으로 꽤 상징적이다. 노예제 역사에서 시작, 해방 후에도 겪어야 했던 자본주의 시장에서 인종차별과 성차별의 역사를 겪은 흑인 여성의 삶이기에.

 

이 책은 42년 전, 1981년에 쓴 것이다. 19살 때 초고를 그리고 10년 후, 박사학위를 받고 출간했다고, 당대 미국 페미니즘의 인종차별과 흑인해방운동의 성차별을 모두 비판하면서 흑인 여성의 경험에서 출발하는 페미니즘과 사회정의의 방향을 찾는다. 현실을 넘어서는 연대와 해방의 정치학을 언어화하려는 노력으로, 당대 앤젤라 데이비스의 <여성, 인종, 계급>과 나란히 흑인 여성 페미니즘 사상과 실천을 미국 여성학 중심으로 부상시켰다.

 

<난 여자가 아닙니까?>, 19세기의 흑인여성인권운동가이자 작가인 소저너 트루스가 1851년 오하이오 여성권집회에서 했던 유명한 연설에서 따온 제목, 난 여자가 아닙니까, 이 한 문장에 압축된 모든 것들... 훅스는 여기서 미국 사회에서 흑인 여성들이 노동자로서, 여성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 이런 현실에 대해 기존 페미니즘과 흑인 해방운동 모두 적절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 한계에 의문을 제기한다.

 

노예제 아래에서 노동력착취와 성적 폭력으로(영화 “뿌리”의 주인공 킨타쿤테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꽤 오래전에 우리나라 TV에서도 방영된 드라마 작품, 원작은 알렉스 헤일리 소설“뿌리”다. 그의 딸 키지가 열여섯 나이에 다른 사람에게 노예로 팔려 가는….), 고통받아 온 여성들은 자본주의 시장에서도 저임금노동자로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거칠한 강인한 가모장으로 정형화됐다.

현대 자본주의, 가부장제, 인종주의에 대한 훅스의 비판은 철저하지만, 이런 억압과 차별의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소수자들의 삶과 저항 가능성에 대해서는 따뜻한 희망적인 눈길로 보고있다.

 

흑인 여성은 백인 여성을 기준으로 설정된 규범적 여성성에서 제외됐고, 이러한 배제는 해방이나 강인한 여성이 아닌, 묵묵히 참아내는 능력으로 인식되면서 변혁의 힘이나 해방의 상상력은 제한된다. 그래, 그렇다면, 40여 년이 지난 지금, 훅스가 그렇게 강하게 비판했던 것들이, 어떤 모습을 변했을까, 아쉽게도 한 치의 변화도 없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외형적 변화, 이는 본질의 변화가 아닌 주변 환경과 사회 여건이 바뀜에 따라 보이는 현상일 뿐,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난 여자가 아닙니까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여성과 여성됨의 의미와 기준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우리 사회 속에서 난 여자가 아닙니까라는 말은 어떻게 들릴까, 여성은 누구이며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여성은 무엇이며, 페미니즘에서 여성은 무엇일까, 같은 여성지만, 백인, 중산층이라는 의미와 그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김보명의 해제 첫머리에 나오는 이 책 313쪽의 인용문의 이 글,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이란 단순히 남성 우월주의를 끝내려는 투쟁도 아니고, 모든 여자가 남자와 동등한 권리를 갖게 해주는 운동도 아니다.”

 

모든 불평등, 즉, 성별, 인종, 계급, 지배, 피지배, 이데올로기, 서구문화의 여러 결에 스며들어있는 이런 것들을 근절하겠다는 결심이다. 미국 사회를 재조직해 제국주의, 경제적 팽창, 물질적 욕망보다 사람의 성장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결심이다.

 

억압적인 요소의 근절과 사람이 무엇보다 우선인 사회를 만들 결심. 이것이 바로 훅스가 세상에 보내는 메시지다.

 

이 울림이 우리 사회에서 공명하기를, 여전히 우리 사회에 여기저기 깊숙이 그리고 아주 음습하게 자리하는 성별, 인종, 계급, 지배와 피지배의 이데올로기가 스멀스멀 머리를 쳐들고 나타나는 지금, 바로, 여기서. 훅스의 책이 왜 42년 만에 우리를 찾아왔는지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비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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