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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탈역사 - 예술의 종말에 관한 단토와의 대화
아서 C. 단토.데메트리오 파파로니 지음, 박준영 옮김 / 미술문화 / 2023년 6월
평점 :
예술과 탈역사
아서 C 단토, 철학자이자 미술비평가인 그는 1964년 <예술계>를 발표, 그것이 미학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아서 단토와 이탈리아 미술 비평가 데메트리오 파파로니가 예술을 둘러싼 여러 주제로 나눈 대화들을 담은 대담집이다. 단토가 철학자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아서가 천착했던, 탈역사와 다원주의. 딱딱한 글쓰기가 아니라 대화체로 돼 있어, 읽기 편하다. 어려운 예술과 철학의 문제는 아무리 쉽게 써도 정신 차리고 집중해서 읽어야 할 듯한데, 조금 읽기 편하다.
이 책에는 ‘주디의 방에서’의 파파로니 해설과 함께, 예술과 탈역사라는 제목 아래 역사와 탈역사, 양식과 서사, 탈역사, 천사대 괴물, 분석철학으로서의 예술 비평이 실펴있다.
어떤 인공물은 예술품이 되고, 또 어떤 인공품은 예술품이 되지 못하는가?
도대체 왜 어떤 인공품은 예술품이 되고, 또 어떤 인공품은 예술품이 되지 못하는가, 단토 이전에는 이런 문제는 아무런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고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너무나 당연하니까, 예술품에는 나름대로 갖춰야 할, 형식이 있었다. 전시 공간에 들어있는 누가 봐도 즉, 고정관념 속에 형상화된 그런 것들, 거기에 덧붙인 설명 혹은 해설이, 눈에 보이는 작품, 딱 봐도 예술작품처럼 보이는.
그런데 무엇이 예술품을 한 갓 실제 사물에 불과한 것과 구별해 주는가, 20세기 이전 예술 이론가들은 이런 질문을 한 번도 제기한 적이 없었다. 예술로 여겨지는 것 대다수가 그 밖의 것들과는 너무나 달라 보였기에 아무도 이런 문제로 고심할 필요가 없었다.
세상은 보이는 대로 느끼고 생각하는 대로
단토는 앤디 워홀의 브릴로 상자, 슈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상자와 외향적으로는 구별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공품이고 무엇이 예술품인가, 그는 “이론”이라고 말한다. 한 대상을 예술계로 끌어올려 그것을 바로 그것과 똑같은 실제 사물로 주저앉지 않게 부축해 주는 것이라고, 꼭 눈으로 봐야만 어떤 대상이 예술품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이론이라는 것을 무시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도식화, 틀에 갇힌 예술은 그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이런 역사는 끝난 것이다. 그의 이론이 “예술의 종말”이라 표현하기에 마치 예술이 끝났느냐고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술은 끝난 게 아니다. 눈으로 보는 예술에서 정신으로 받아들이는 예술로의 전환을 말하는 것이다.
단토가 보기에 작품에 점차 철학이 깃들면서 그것을 감상하고 해석하는 일은 ‘눈’이 아닌 ‘정신’이 맡게 되리라는 헤겔의 예언이 실현된 것이다.
현대미술의 서막인가, 뒤샹의 작품 <샘>의 이야기
1913에 미국 뉴욕에서 선보인 뒤샹의 레디메이드 남성 소변기 <샘>, 여기저기 자주 소개되기에 대충을 알고 있을 것이다. 현대미술의 시작이라고 불릴기도 한 그의 소변기와 워홀의 브릴로 상자는 어떻게 다른가, 소변기를 예술 작품으로 격상된 일상의 대상으로, 워홀의 상자, 이는 일상의 대상과 똑같은 예술작품으로, 전자(뒤샹의 작품)는 뒤샹의 말에 따르면 공장에서 만든 대상을 이용하는 것은 예술의 정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한 방식이며 자신의 작품은 뜻도 의미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사실, 그것을 예술작품으로 규정되도록 해주는 서사에서 벗어날 수 없다. 후자(워홀의 상자)는 실제 브릴로 상자와 시각적으로 똑같아 보이기에, 양자의 차이, 뒤샹에서 워홀로의 진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미술, 방독마스크를 걸어놓고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이를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상의 평범함을 전시 공간에 옮겨놓았을 뿐인데, 우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게 예술품인가?, 무엇을 전달하려는 거지라는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다.
예술작품은 눈이 아닌 정신으로
단토의 예술이란 눈으로 보고 느끼고 해석하는 게 아니라 정신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말처럼, 작품은 ‘눈’이 아닌 ‘정신’으로, 느낌이다. 자신이 느끼고 해석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어떤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이나 담긴 정신이 어쩌고저쩌고하는 해설보다는 보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고 해석하는가, 어찌 보면 나만의 예술 세계인 셈이다. 그 누군가에 의해서 조작된 정의로 만들어진 대상화된 예술이 아닌,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