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시민불복종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8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황선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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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불복종

 

헨리 데이비드 소로,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실천적인 초월주의 철학자, 자연주의 문학자, 노예해방론자다. <월든>을 비롯하여 수려하고 맑은 작품을 남기기도 했지만, 노예제도를 인간의 탐욕과 이기라 보고, 옳지 못한 정부와 사회에 대해 반대, 저항하고 맞설 것을 주장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을 주장한 상태주의자이기도 했다. 그의 이런 관심과 기여는 시민 불복종과 평화적인 저항이라는 정치적 이론 등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다. 죽은 소로는 살아 있는 현대 사회에 끊임없이 경고한다.

 

이 작은 책 <시민 불복종>은 1849년(조선은 철종이 즉위한 해다, 유명한 장동김씨 일파의 세도 정치판 속에서 온갖 불합리한 일들이, 영화<군도>는 철종 13년에 일어난 민초의 항거다)에 문화회관에서 했던 강연의 제목 “시민 정부에 대한 저항”을 <시민 불복종>으로 이름을 바꿔 출간한 것이다. 50쪽 남짓의 소책자 속에, 담긴 이야기는 1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놀랄 정도로. 아마도 권력의 속성이란 보편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 판은 시카고계획의 하나로 소개됐다. 비폭력저항 운동의 마하마트 간디, 마틴루터 킹, 레프 톨스토이 그리고 만델라에게로 이어지는 평화적인 저항의 흐름,

 

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다

 

정부가 하루빨리 이런 모습을 체계적으로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모토를 실행에 옮기면 결국 전혀 다스리지 않는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라는 결론이 나온다고 시작된 글,

 

문제는 정부가 매 순간 온전함을 잃는다는 것이다. 이런 정부를 어떻게 제대로 만들 것인가?

 

미국 정부에는 단 한 명의 산 사람이 지난 활력과 힘조차 없다. 국민에게 정부는 딱딱한 나무로 만든 총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이쯤이면, 소로는 정부를 인정한다. 무정부주의가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가 보는 정부관은 정부에 내재한 문제, 정부는 자기 이익을 위해서 사람들을 어떻게 속일 수 있는지, 또 그들은 정부에 어떻게 스스로 속을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는 점을 지적한다. 정부는 그 무엇도 아니다. 사람들이 서로를 기꺼이 내버려 두도록 돕는 편리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평한다.

 

다수의 힘은 그저 가장 힘이 세기 때문에 통할 뿐, 정의롭지도 양심적이지도 않다.

 

권력이 일단 국민 손에 들어오면, 다수에게 통치할 권한이 생기고 통치 기간도 길어진다. 이렇게 돌아가는 현실적인 이유는 다수가 옳을 확률이 높아서가 아니라 그저 다수의 힘이 가장 세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다수가 사실상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정부 말고, 양심에 따르는 정부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인가? 시민들은 입법자에게 자기 양심을 조금이라도 넘겨줄 수밖에 없는 것인가?, 소로는 우선 사람이 되고 나서 국민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먼저 사람이 돼라. 된 사람이 되고서야 든 사람도 난사람도 되는 법,

 

사람을 부당하게 감옥에 보내는 정부 아래에서 정의로운 사람을 위한 진정한 자리는 감옥이다. 법에 따라, 법이 무엇인가? 애초 양심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단체(국가)는 양심을 준수한다. 법이 있다는 이유로 조금이라도 덜 정의로워진 적은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법을 존중하는 마음 때문에 선한 사람들조차 날마다 불의의 하수인이 되어버린다. 법을 존중하지 않아서 감옥에 가는 게 아니라 법을 존중해서 감옥에 가야 하는데, 이것이 거꾸로 된 것이다. 이런 대목 때문에 여전히 소로의 주장이 지금도 통한다고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정의로운 사람이 있어야 할 곳은, 양심적인 사람이 있어야 할 곳은 사회가 아니라 감옥이라는 말, 불의에 대항했다는 이유로, 임금을 올려달라고 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는 것이다. 소로는 법을 정의만큼 존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가 규탄하는 미국 정부와 한국의 현 정부는 다른가? 내가 내는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가?, 나는 시민으로서 정의를 위해서 어떤 일을 했는가?, 정부가 더 나아지도록 돕기 위해서 어떤 일을 했는가?, 내가 기대하는 정부는 어떤 모습인가?

 

현명한 사람은 정의를 운에 맡기지 않는다. 어떤 정부 아래서든 인간답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양심에 따라 국가를 섬기되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비난하는 불의에 우리를 맡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이것이 시민 불복종의 핵심이다.

 

소로는 법을 무시하기보다는 오히려 법을 따를 구실을 찾는 것이다. 법에 순응할 준비는 마쳤지만, 법이 그 기대 수준에 이르지 못했을 뿐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인간답게 그 어떤 정부 아래서도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실천하라. 난관과 역경이 있더라도 그래야 우리가 기대할 수 없는 정부를 만드는데 좀 더 다가갈 수 있다고, 국가보안법이나 반역죄가 양심적이고 정의로운 행동을 왜곡시키더라도.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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