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만 제국의 영광과 쇠락, 튀르키예 공화국의 자화상 - 대사가 바라본 튀르키예의 과거와 현재
조윤수 지음 / 대부등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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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가 본 튀르키예의 과거와 현재

 

튀크키예에 관한 책이 자주 눈에 띈다. 그리고 대사를 지냈던 은퇴 외교관들의 책도 늘었다. 트렌드인가, 주재국의 생생한 현장,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현장에서의 생생한 경험은 연구자들과는 또 다른 특정국의 사정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정보다. 물론 그 가운데는 결이 전혀 다른 책도 있지만 말이다.

 

이 책 제목은 조금 길다. <오스만 제국의 영광과 쇠락, 튀르키예 공화국의 자화상>이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전편 오스만 제국의 영광과 쇠락은 튀르키예가 현재 다민족국가를 형성하게 된 배경과 아울러 중앙아시아, 중동, 유럽과의 문화, 경제적인 관계도 함께 봐야 한다. 그리고 후편의 튀르키예 공화국의 자화상은 1923년 독립전쟁의 영웅 아타튀르크(투르크의 아버지)로 불리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본래 이름에 의회에서 붙여준 아타튀르크가 합쳐진 것)의 정교분리 세속정치체제 구축, 이후 2003년에 등장한 대통령 에르도안 아타튀르크가 구축한 세속시스템(케말리즘)을 점진적으로 해체하면서 이슬람의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고 정교 통합 방향으로 몰아가는 듯한 모습이다. 한편, 튀르키예의 외교정책의 기본노선 축을 친서방에서 친이슬람으로 옮기고 있어, 분쟁의 화약고 중동, 동서양을 잇는 튀르키예의 경제방향 등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살펴본다.

 

이 책을 쓴 동기는 현대 튀르키예를 설명하려면 600년 역사의 오스만 제국과 현대 튀르키예 공화국의 현실을 설명하는 대학강의용 서적이 마땅치 않아, 지은이 조윤수가 직접 자료를 모아 만든 것이다.

 

동로마의 콘스탄티노플, 이스탄불로 그리고 600년

 

이 책은 술탄 중심으로 오스만 제국의 영광과 쇠퇴를 설명한다. 오스만의 술탄 메흐메트 2세는 1453년 동로마를 점령 이후, 종교적 관용책을 펼치며 이스탄불로 다양한 민족을 받아들였다. 오스만 제국의 전통, 술탄이 등극하면 그의 형제들, 이른바 술탄 계승순위에 들어있는 이들은 모두 죽였다. 이때, 오스만은 상승기류를 탔다. 왕권경쟁자가 사라진 때 번성했다는 것인데, 술탄 계승순위 안에 들어있는 이들을 살려두기 시작한 때부터 하강기류를, 결국, 왕권계승자들을 끊임없이 견제해야 했기에 그랬던 것인가, 또 특징적인 제도라 할까, 노예군대, 용병 “예니체리”의 존재다. 토사구팽이 왜 나왔는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한데, 술탄승계를 둘러싼 싸움에서 예니체리라는 조직은 힘을 쓰게 된다. 궁정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도 하는 등, 술탄체제를 지탱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뒤엎는 반역에 가담하기도, 결국 제국의 쇠퇴를 가져오는 하나의 요인이 됐다.

 

오스만 제국의 쇠퇴

 

오스만이 다른 지역을 장악하면 장악할수록 점차 무역 경쟁력을 상실하고 무역 상대국인 유럽 국가들이 성장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스만은 무역을 세력 균형의 하부개념 정도로 인식했던 탓에 유럽 각국에 나눠줬다. 미래의 적들에게 먹이를 내어주고 힘을 기르도록 했다. 또, 보자. 토지소유권의 문제다. 모든 경작지를 국유화, 농부나 장인들에게 융통성이 주어지지 않아, 소득 창출에 제약이, 거대한 공룡 오스만은 긴장감이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층부의 부패 역시. 어느 시대건 어느 국가건 흥망성쇠의 사이클 가운데서 보이는 쇠퇴 현상 멸망을 향해 달려가는 속도를 올리는 엑셀은 부패와 반란이다. 오스만 역시, 이 경로를 거친다.

 

튀르키예 공화국, 그리고 오늘

 

수백 년간 유럽 정치의 중심에 있었던 오스만 제국은 1922년 해체된 후, 1923년 건국된 튀르키예 공화국은 1938년 아타튀르크 사후, 국제정치에서 거의 존재감을 잃었다. 한편 제국의 일부였던 이집트, 시리아,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이란과 이라크 등은 끊임없는 분쟁과 긴장의 연속이다.

 

튀르키예가 다시 국제무대에서 조금씩 그 위상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에 들어, 중동의 민주국가 및 경제성장의 모델로 인식되면서 관심 국가로 떠올랐다. 2010년 시작된 아랍의 봄의 물결이 중동, 아프리카 전역에 퍼지고, 2011년 이후 시리아 내전이 계속되면서, 시리아 난민, 쿠르드족 활동, IS 등의 문제에 접근하려면 튀르키예를 빼놓을수 없게 됐다.

 

에르도안의 출현과 이슬람화 경향

 

20년 전에 집권한 에르도안은 튀르키예 사회를 이슬람화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 21세기의 술탄을 꿈꾸는 것인가, 케말리즘과 이슬람문화를 적절하게 섞어가면서 국민 요구에 부응해오다, 어느 정도 권력 장악에 자신감이 생긴 후로는 여성의 스카프 착용허가, 주류금지, 이슬람 공휴일에 공공차량 무료 등의 케말리즘에 배치되는 권위주의적 통치방식으로, 서구 국가와의 기존협력 구도에서 벗어나, 러시아, 이란과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가운데 독자적인 대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튀르키예에 대유럽 수출기지를 두고 있는 적지 않은 수의 우리나라 기업들에 에르도안의 대외 정책 방향 변화는 어떤 영향을 얼마나 줄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별로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 여겨지지만, 아무튼 케말리즘에서 이슬람으로, 또 권위주의적 체제로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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