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외교관 - 끊임없이 낯섦을 마주하는 직업, 외교관
신봉길 지음 / 렛츠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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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외교관

 

외교관은 인간이 만든 최고의 직업이다. 지루할 뜸이 없는 삶이다. 지은이의 솔직한 이야기, 그가 외교관으로 입직한 것은 70년대, 가난한 농가에서 입신출세의 길은 이른바 고시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등용문이자, 신분의 사다리였다. 지금은 용도 나지 않고, 사다리도 끊여다고 하지만, 그때는 그랬다. 세상이 느끼는 외교관이란 직업은 어떻게 묘사해야 할까, 누군가는 외교관을 본부에선 출세 경쟁에 바쁜 샐러리맨이고 재외공관에 나가면 특권계층이고, 퇴직 때 남는 것이라고는 수북이 쌓인 명함과 사진, 명함뿐인 직업이라고. 같은 뱃속에서 나온 새끼들이라도 각자 특성이 다르니... 그야 그렇지만, 하지만, 외교관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노련한 지성인, 문화인, 세련된 매너를 갖춘 그 무엇, 페르소나가 기본으로 대 여섯개는 될 듯하다.

 

지은이는 아시아권(중국, 일본, 인도, 미얀마)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고, 미국, 중동 등지에서도 일했다. 정통관료의 길 보다는 매우 비정통적인 커리어를, 즉,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를 넘나들었던 생활이었다고 적고 있다. 정통관료로서 주류에 끼지 못했지만, 이것이 특별한 경험이 되고 특이한 경력이 됐다고. 피장파장인 셈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라.

 

이 책은 지은이의 40년 동안 외교관과 이후의 경험을 담은 것이다. 장래 외교관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교관의 세계와 굵직한 사건 경험을 회고하는 에세이와 회고록의 중간 어디쯤 되는 글이다. 40년이라, 60에 정년을 맞이하고, 대학에서 강의하다, 다시 주인도한국특임대사를 3년 6개월 했으니, 40년이 된다.

 

책은 어쩌다 외교관이란 선택을 하게 됐는가를 담담히 써 내려간 글에서부터 시작된다. 대학시절 대학신문 편집장시절의 유신독재기의 청년으로서 괴뇌와 이들과 함께 짱돌을 던지지 못했던 미안함 등의 소회도 적었다. 외교관이 되려면 그 자질로 “호기심, 공감” 능력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어디로 배치될 것인가, 영어는, 외교의 기본언어인 영어에 고통을 받은 기억, 일본어, 중국어. 요즘 TV 뉴스에 주요 등장인물이 된 주한국 중국대사 싱하이민이 한국어로 거침없이 말하듯, 적어도 몇 개국어는 입에 달아야 할 정도니, 입직해서도 시간만 나면 공부,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외교관은 공인된 스파이

 

외교관은 공인된 스파이다. 주재국의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중요한 이슈를 접하고, 해당국의 정부 자료를 받아 한국에 보고해야 하니, 물론 언론 등에서 다루는 보도와는 접근방법이 다르다. 사실과 중요도 등을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빠뜨리지 않는 글쓰기가 요구된다. 이건 새내기 외교관에서 대사에 이르기까지 줄곧 해야 할 일이니 말 그대로 서기관인 셈이다. 시오노 나마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등장하는 서기, 서기관이 바로 비서이자, 기록자, 행정가의 역할을 하듯이, 유명한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도 외교관이었다. 당시 이탈리아 통일을 꿈꾸던 교황 알렉산데르의 아들, 추기경 차사레 보르자의 피렌체 공격계획을 무산시킨 마키아벨리, 프랑스 국왕을 만나기 위해 뇌물을 썼다.

 

이 책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아니, 우리가 모르는 세계이야기, 국외공관의 건축은 국격의 상징이며 외교활동의 공간이다. 대충은 알겠는데, 요리사의 활용까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한국과 주재국을 오가며, 자연스레 정치적 감각과 국제문화에 대한 이해, 한국 현상을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볼 기회, 이 책 속에는 이런 것들이 녹아있다. 목차만 훑어봐도 외교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글 내용은 추상적인 표현보다는 현장의 이야기 담겨있어 읽기 편하다.

 

국익이란 무엇인가?

 

외교부의 기본태도는 국익 우선이다. 그런데 그 실체를 알기 어렵다. 도대체 손에 잡히는 게 없으니 말이다. 지은이 역시 이런 고민 속에서 국제정치학 이론을 알기 위해 책을 파고 몰입했다. 그가 생각한 국익은 안전보장, 영토보존, 경제적 번영, 민족 통일 등이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적으로 느끼는 어려움은 국가이익과 특정 이해집단의 이익을 구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정 이해집단이 어떤 정책이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익이란 이름으로 포장할 소지가 다분하다. 국익을 당시의 집권세력이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규정할 수 있고, “국익”이란 다쳐서는 안 된다는 신성함의 프레임을 씌우면 국익이란 이름으로 모든 정치적 논쟁을 무력하게 만들 수 있기에.

 

한국의 미래 외교 방향은 ?

 

지은이가 생각하는 한국의 앞으로 외교 방향을 세 가지로 정리해보면, 첫째는 현실주의에 기반해야 한다. 의도가 좋은 것과 긍정적인 결과는 전혀 상관없기에 절대 선 보다는 차선을 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둘째, 지나친 애국주의, 민족주의적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최근 빚어진 중국과의 갈등이 그것이다.

 

외교정책 수립에서 과도한 국민 정서,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셋째, 유화지도자 콤플렉스에 빠지지 않도록, 강력한 리더, 강한 지도자라는 인상을 남기려 하지 말아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책수립자들의 금기어는 ‘유화주의자’다. 대북정책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여야만 한다는 콤플렉스가 바로 그것이다. 정치란 국제외교란 생물이다. 살아있는 것이기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유연성, 유화적인 태도가 필수적인데도 애써 외면하지 않으면, 약한 지도자, 물렁물렁한 호구로 보이기에, 뭐, 중간이란 게 없다는 말이다. 균형 잡힌 태도나 이성적인 태도, 합리적인 접근 이런 건 아예 그 세상의 언어 사전에서 빠져있는 듯이 말이다. 미들파워(중간 영향력)이라는 개념은 어떨까, 중간이기도 하고, 중립적이기도 한다는 중의적 개념으로서….

 

아무튼, 지은이의 다양한 경험과 외교관을 꿈꾸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재미난 이야기, 외교 최전선에서 일어났던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들과 그 뒷이야기.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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