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중개자들 - 석유부터 밀까지, 자원 시장을 움직이는 탐욕의 세력들
하비에르 블라스.잭 파시 지음, 김정혜 옮김 / 알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 정치와 경제를 뒤에서 움직이는 세력들

 

석유에서 밀까지, 자원 시장을 움직이는 탐욕의 세력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책<얼굴 없는 중개자들>은 일루미나티처럼 세계를 움직이는 그림자, 아무튼 그런 생각이 든다. 일루미나티의 음모론처럼 세계 질서를 좌지우지하려는 지배 의도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말이다.

 

세계 양차 대전, 냉전 미, 소 대립, 중동, 이스라엘과 이란의 석유공급, 이런 환경을 자양분으로 성장하는 세력, 이들에게 비상상황은 비즈니스의 기회다. 전쟁이든 국제적 분쟁이든 반드시 그곳에는 그들이 끼어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철저한 자기계산 속에서 이익과 손실을 저울질한다.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은 "이익" 그 자체다. 그밖에 모든 것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정글의 하이에나처럼…. 21세기의 위험한 사냥꾼들의 이야기.

 

이익이 지상의 과제,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은 '이익’

 

이 책의 지은이 하비에르 블라스와 잭 파시는 <파이낸셜타임지> 원자재 담당 기자를 거쳐 지금도 원자재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이들이 평생 다뤄 온 원자재 중개 산업의 모습을 밝힌 것인데, 본격적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관련 기사를 쓰기 시작했고, 해당 업계 관계자들은 만난 결과 그들은 가격 변동과 정치적 사건 이면에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을 믿는 것 같다고 말한다. 석유 중개업자 테일러는 지은이들에게 '경고하는데, 책을 쓰지 않길 바란다"라고, 이렇게 점잖은 경고하기도, 심지어는 살해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철저히 가려진 세계, 곡물 선거래 등으로 회사 이름이 귀에 익은 카길 정도로만 알려진 우리가 모르는 세계, 민감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정치인들에게조차 생소한 이름의 회사들이 세계 각지의 위험한 현장 속에서 오로지 눈앞에 이익을 좇는 불나방 같은 존재들, 이들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기 위해 철저한 방어벽을 치기까지도.

 

이 책은 13장에 걸쳐, 원자재 중개업체의 출현, 제국의 시조(루티비히 제셀슨, 테어도어 바이서, 맥밀런 주니어라는 업계의 전설적 인물의 행동방식을 소개한다), 이들에 이어, 업계의 황제가 된 이들로 마크 리치, 요하너스 데우스를, 끝없는 탐욕(의 주인공, 은돌로, 마크리치, 요하너스 데우스)의 계승자 앤드루 홀, 등을 다룬다. 이어서 중국발 빅뱅, 검은 황금과 거래, 원자재 식민지 아프리카, 배고픔도 돈이 된다. 그리고 권력도 팝니다. 순으로 13개 주제를 다룬다.

 

세계 지형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이들

 

이 책의 서막은 42년간 리비아를 이끌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붕괴를 불러온 "아랍의 봄"에 석유 중개업체 비톨사의 테일러 이야기로 시작한다. TV 뉴스 화면에 등장하는 리비아의 자유를 외치는 시위대, 반군, 정부군의 전투. 이 유혈사태 속에서 반군 활동 유지를 위해 연료유를 공급하는 바톨, 단순히 원자재 중개업체의 판단만으로 이뤄졌을까, 아니다. 반군을 지원하는 카타르, 그리고 나토의 호위, 영국 정부와의 교감 이 모든 것의 합작품이다.

 

냉전 시대 미국의 곡물 중개업체가 소련에 식량을 판다. 이는 마치 남북경협 무대에서 비즈니스 활동을 위해 돈을 건넨 중개업자를 법 위반이라고 잡아넣는 듯과 다를 바 없다. 미국에서 보면 반역죄다.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하다니. 하지만, 원자재 중개업자는 이런 거래를 통해서 이익을 본다. 이게 그들의 비즈니스 방식이니까,

 

중개시장의 성장

 

원자재 중개자들 세계의 생성과 그들의 행동방식을 쫓는 이 책의 줄기는 네 갈래다. 원자재 중개가 산업의 이 된 계기는 첫 번째 줄기가 시장개방, 1991 소련 붕괴, 21세기 초반 10년간의 중국 경제, 그리고 1980년대 시작된 세계 경제의 금융화 순이다.

 

이런 네 가지의 변화의 결과는 세계 원자재 중개 시장을 지배하는 소수의 기업과 개인에게 흘러가는 부와 힘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원자재의 거래 법칙은 거래량은 많게 하되, 이익은 적게, 엄청난 돈, 전략적 자원이 있는 곳이라면 양심도 팔 준비가 된 원자재 거래 시장은 기회의 땅이다. 즉, 부정 이득을 취할 기회다. 스위스 정부는 원자재 중개 업계에는 사실을 손을 놓았다는 말의 의미는 문제가 되지 않으면, 눈감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양날의 검을 타는 중개업자, 어떻게 살아남고, 어떻게 성공했나

 

마크 리치는 20년 동안 도피 생활을 했다. 결국은 죽었지만, 그의 마케팅방식은 전설이었다. 자메이카의 광석, 알루미늄 원료 보그사이트 다른 나라에서 제련해서 파는 방식으로..., 또 보자. 자메이카에 들어선 사회주의 계열의 정부는 자국의 보그사이트를 소련이 생산한 자동차와 맞바꾸려 할 때, 리치는 물류와 운송을, 사회주의 반대파 새 정부가 들어섰을 때는 보그사이트를 미국의 밀과 분유와 교환하는 가교 구실을.

한 나라를 흥하게도 망하게도 하는 힘, 이것이 인도적이거나 인류애와는 전혀 무관한 '이익'을 창출하는 데 쓴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에게 비교적 생소한 원자재 중개업체의 모습을, 그리고 중개업자들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한국은 어떤 중개업체와 거래를 하고 있을까? 원자재 중개산업의 상극인 단어는 '투명성'이다. 이 책을 엮는데 많은 중개업자들이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내부고발?, 자기 후회... 아니다. 이들 또한, 적정한 뭔가 기준과 업계의 윤리라는 측면이 고려되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게 아닐까? 그랬다면 좋겠지만,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