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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알러지
박한솔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4월
평점 :
러브 알러지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호흡곤란, 홍조, 떨림…. 이런 걸 이제껏, 우리는 좋아하는 감정이라 낭만적으로 생각했건만 이보다 정도가 센 모양이다. 혹시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실신 혹은 아나필락시스까지 일으킬 정도라면. 죽을 정도 사랑해. 그럼 상사병과는 그 증상이 어떻게 다르지. 이 소설에서는 이런 증상을 인간 알레르기라고.
인간 알레르기라는 진단명을 받은 휘현 관계 회피의 성향이 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다른 사람은 물론 자기 자신도 믿지 못하는 타입, 그는 천재 도예가인 남자 친구 도하와 헤어지고 미국으로 교환 유학생이 돼 떠나는데, 우연히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는 한국의 입양아 이든을 마주치게 되는데, 또 세 들어 살게 된 집에서 우연히. 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던 중에 호흡곤란을 일으켜 쓰러진다. 진단명은 인간 알레르기, 이든이 휘현의 알레르겐이라니. 휘현의 치료를 위해서는 임상실험에 이든도 참여해야 하는데, 12주간의 실험 끝에 알레르기를 극복할까?
이든은 견과류 알레르기, 휘현은 인간 알레르기, 각자 과거와 지금의 이야기가 함께 풀리는데. 진짜 인간 알레르기를 극복할 수 있나? 그게 뭐지, 러브, 사랑?
인간 알레르기= 과민반응
인간 알레르기는 특정 물질에 대한 몸의 면역 반응이 아니라 사회 심리적 존재인 인간에 대한 마음의 면역 반응이다. 놀랍게도 몸의 알레르기 반응과 상당히 비슷하다. 이 소설의 주제와 발상이 꽤 흥미롭다.
오카다 다카시의<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동양북스, 2023) 에서 인간 알레르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핵심은 인간관계다. 주인공 휘현의 삶,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 싸움해대는 부모, 이들을 보는 것은 늘 살얼음판이다. 남자 친구였던 도하의 부모, 이든의 트라우마라 할까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그를 낳아준 엄마에 관한 생각, 소설의 바탕은 “관계다” 부모 사이의 갈등, 싸움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사랑에 대한 공포와 회피...
인간 알레르기를 만들어 내는 사회
TV 드라마 신성한, 이혼, 마지막 회에서 주인공 신성한은 사고로 죽은 여동생의 아들, 즉 자기 조카의 친부를 상대로 친권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그 이유로 “정서”가 메마른 가족관계를 이유로 든다.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환경이지만, 정서 결핍으로 아이는 외로워한다고, 다정한 관계가 아니라면 정서적으로 충분함이 없다면, 아이의 장래는 어두울 것이라고…. 결론은 친권 제한이라는 형태로 끝나지만. 여기서 정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 스트레스다. 자칫 인간 알레르기가 생겨날 수 있는 환경이라는 말이다.
인간관계는 상호적, 회피하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아
인간관계는 상호적이다. 내가 누군가를 외면하면 그 사람도 어느새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나를 외면한다. 인간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은 혼자일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결백하거나 무정한 성격도 인간 알레르기의 특징이다. 다정함은 옥시토신을 분비한다. 스트레스나 불안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자주 안기고 다정한 말을 듣고 자란 사람은 옥시토신 수용체가 풍부하다.
이런 경험이 부족한 등장인물들. 꽤 재미있는 소설이다. 휘현에게 이든은 내가 믿는 사람인가, 이든은 휘현을 믿어주는 사람인가, 아니다. 역시 상호적이라 두 사람 서로 믿는 주는 관계인가, 두 사람에게 각각은 심리적 안전기인지.
러브 알러지, 경쾌한 흐름으로 전개가 빠르지만, 그 장면 하나하나에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놓치지 않고 좇고 있다. 사랑이야기이자만 바닥에 흐르는 메시지를 놀랍게도 냉철하고도 날카롭다.
요즘 혐오와 분노, 저주가 러브 알러지라는 형태가 아닌 묵직한 이야기였다면, 전혀 결이 다른 이야기로 들렸을 수도 있지만, 남녀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통하는 보편적 이야기다. 인간 알레르기 내가 믿는 사람, 그리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 즉, 심리적 안전기지가 나에게 있는지를 돌이켜보라. 없다면 공감능력가 자기성찰력을 키우는 노력밖에... 박한솔은 기대된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