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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미궁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3년 4월
평점 :
안개 같은 미로 게임
72시간 안에 누군가의 뇌 속 무의식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면, 그 안에 들어갔던 다이버는 의식불명,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재벌의 손자와 애인, 기상학전공의 안개를 연구하는 교수 부부, 방과 후 교사, 배달라이더, 그리고 중학생, 무의식 속으로 다이빙하는 다이버 등 전혀 연결점이 없는 이들이 누군가의 무의식 속 세계로 떨어지고, 늑대인간에게 쫓기고, 스테이지 단계별로 무대 설정이 달라지는 안개 미궁이라는 게임이 시작되는데….
다이버란 무의식 전이, 환자의 머릿속으로, 정확히는 그의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것을 다이빙이라 한다. 환자와 다이버의 뇌파를 연결하는 것인데, 각기 다른 두 개의 뇌가 한순간 파동이 겹칠 때가 있는 그때 환자의 무의식 속으로 다이빙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뇌 속으로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난 것처럼 된다.
딥게임, 마치 게임의 무대,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 실제 경험이다. 무의식 속에서 사냥을 당하면 죽는다. 영화 모바일 게임 <퍼니싱 그레이 레이븐>에 등장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와 닮은 구석이 있다. 영화 브루스 윌리스의 주연 ‘루퍼’와 ‘12 몽키스’ 특히 <써로게이트>(2009년)가 그렇다. 영화는 아들을 잃은 FBI 수사관과 그의 아내는 써로게이트를 통해서만 생활을 하는데, 써로게이트는 인공의체, 장애인의 뇌파로 의체를 조종하여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실제의 인간은 집에 틀어박혀서 써로게이트만으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세상이 되어버리고 만다. 써로게이트의 내부 칩이 파괴되었고, 접속 중이던 사용자 두 명 모두 뇌가 녹아내려 죽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소설<사건 분석관 K: 미래범죄 수사일지> (EBS, 2022), 무대와 등장인물의 캐릭터 등이 꽤 흥미롭다. 양자 두뇌, 마인드 업로딩(의식 전이), 우주 엘리베이터, 더미블루(의식 전이나 양자 두뇌, 더미를 사용해 영생하는 사람들이 겪는 우울증) MTD(더미블루 치료시설)이란 용어가 등장하는데…. 이 또한 상상이 소재다.
이 소설 역시, 게임 속 설정이다. 여기에 식물인간 상태에 놓인 아들을 살리기 위해 무의식 전이, 무의식에 들어갈 수 있는 다이버가 된, 등장인물이자 또 다른 주인공, 그와 함께 수사했던 주인공, 형사를 때려치우고 실종된 사람을 찾아주는 민간조사원이 되는데, 실종된 청년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쓸만한 조수를 데리고 시작한 사람 찾기는 고구마 줄기를 따라가듯.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게 되는데….
게임 속에 들어오게 된 등장인물, 스테이지 난이도가 높아질 때마다, 사람들이 죽는다. 살아서 지옥을 맞보게 되고, 어떤 이유에서 이 게임 속으로 들어온 것인지, 이들을 모두 살아나갈 수 있을까, 누구의 무의식 속으로 들어온 것일까, 누가 이들을 무의식 속에 가둔 것일까, 이들은 그들이 갇힌 곳이 어디인지도 모른다. 현실세계인지, 상상의 세계인지, 어렴풋이 기억을 더듬는 다이버... 과연, 어디까지 기억해낼지,
흥미진진하다. 전건우의 장편소설, 안개 같은 미로 게임, 출구 없는 미로 속에 갇힌 이들 죽느냐 사느냐는 탈출게임. 안개 미궁, 범인은 혼자가 아니다. 누군가 범인의 뒤에 있다. 게임 안내를 하는 여성의 목소리.
역시, 전건우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의식 전이라는 소재로 등장한 영화와 소설을 무의식 세계로 들어간다는 설정…. 한편의 SF영화처럼, 스릴러. 여러 장르가 겹치는 그래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