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진다는 것 - 삶에 사람에 지친 당신에게 전하는 진솔한 위로, 5주년 기념 전면 개정판
투에고 지음 / 로즈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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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무뎌지는 일

 

지은이 투에고, 에고를 향한다는 뜻인가, 자아를 찾아서란 의미일까, 이 수필집의 색깔이랄까, 결이랄까, 아무튼 “산다는 건 무뎌지는 일”이란 사유의 끝인가?

책 속에 투에고라는 필명을 쓴 이유를 밝히고 있다. 상처받은 자아, 치유하는 자아, 내면에서 일어나는 이중주라 하여 “투에고”라 했다고, 상처받기도 스스로 치유하기도 하는 완전체를 향해 나아가는 의미로 읽힌다.

 

책은 4부로 나뉘었고 133개의 문장이 실려있다. 1부는 잘살고 있는 건지를 되묻는다는 제목 아래 35개. 누군가의 시선이 나를 옭아매는 것은 아닌지를 비롯하여 딱 거기까지. 사족이 되면, 효과는 반감, 이미지 또한 구겨지기도…. 무심코 내뱉는 말의 무게는 이란 글이 눈에 띈다. 2부 누군가의 꿈, 희망 고문이란다. 한계에 직면, 주연과 조연 등, 3부 무뎌진다는 것, 어른아이,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독기, 악몽 등, 4부 내가 나를 기억해라는 제목 아래, 기억의 파일, 순리에 맡겨라, 내가 나를 기억해 등이 눈에 띄는 글이다.

좋은 글이 넘쳐난다.

 

“본연의 모습이 어떨지라도 사람의 마음은 충분히 갈고 닦으면 정진시킬 수 있다는 것.”(21쪽) 본연의 모습이 있을까, 불완전 체로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계속 변해가는 게 아닐까, 마음은 충분히 갈고 닦으면 정진시킬 수 있을까? 마치 불가의 화두처럼 눈에 와 닿는 이 문구.

 

자발적 장애

 

많은 사람은 자발적 장애를 앓고 있다. 들을 수 있음에도 두 귀를 막고

볼 수 있음에도 두 눈을 감고, 말할 수 있음에도 입을 닫는다.

가장 무서운 건, 무관심과 외면이다(120쪽).

 

촌철살인이다. 현실 세계, 우리 시대와 우리 사회를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마치 시집살이하는 시집살이 3년(벙어리, 귀머거리, 장님처럼)동안 참고 또 참고,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말하고 싶어도 입을 닫고. 이렇게 길든 여성은 이 고통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시어머니가 되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자신이 처했던 그때 그대로를 며느리에게 강요 아닌 강요를.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기억 못 하는 것처럼. 아니다. 그게 아니라, 세상살이에서 얻은 지혜라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내일이 아니면 오지랖 넓게 끼어들지 말라, 결론은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다.

우리는 모두 자발적 장애를 겪지 않았을까, 물론 경험하지 못했다고, 나는 이런 일을 겪어보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원체 세상은 넓으니까,

 

자발적 장애, 나는 지금도 자발적 장애를 겪는 중이니. 다들 나처럼 이런 장애가 있을까? 라고 그저 그저 생각해 볼 뿐이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건 무관심과 외면이다. 아직 무관심과 외면은 제대로 못 해봤다. 일부러 무관심한 척하려 하지만, 외면해보려 하지만 영 안 된다. 이 역시 장애인가,

상처받는 자아가 있다면 그 대척에는 치유하는 자아가 있어 사람은 살 수 있는 거다. 물론 개인차가 있지만, 여전히 이 틀은 존재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주 강하게….

 

인생은 마라톤일까?

 

왜 뛰고 있는 걸까?

도대체 종착역은 어디인가?

지금 달리고 있는 난 누구인가? (182쪽)

 

목표가 없는 달리기, 달리다 보면 내가 달리는 것인지 아니면 달리고 있는 사람과 나는 분리된 것인가, 정작 뛰고 있으면서 왜 뛰고 있는 걸까…. 남들이 뛰니까, 그냥 뛴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뛰다 보니 왜 뛰고 있는지를 잃어버린 사람도, 내가 지금 왜 달리고 있지, 내가 내가 아닌 듯, 마치 다른 누가 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나를 되돌아볼 때, 아마도 이런 기분이 들지 않을까? 나는 지금 어디서 서 있는가, 이게 제대로 된 삶인가, 도대체 얼마나 더 뛰어야 하나.

자신의 맞는 방법으로 속도로 방향으로 뛰어야 하지 않을까.

 

133개의 사유, 133개의 고민이라는 건가. 108번뇌보다 더 많기는 많다. 하지만 내가 나를 만족하지 못할 때, 더 분발하거나, 스스로 위로하면서 멈추거나, 세상이 나를 몰라준다며 억울해하거나….

바쁜 일상이지만, 여유를 가지고 이 책을 펼쳐보라고까지는 말하지 않겠다. 다만, 뭔가 제대로 안 된다는 느낌이 들 때, 그저 아무 곳이나 펼쳐보고 아무 생각 없이 읽어보면, 뭔가 집히는 게 있을 듯하다. 아마 이 책은 이렇게 읽어야 제맛이 날 듯하다.

삶에 사람에 지친 당신에게 전하는 진솔한 위로... 정작 내가 무너지고야 나서 깨달았다는 말... 울림이 크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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