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커의 방
진승태 지음 / 예미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버스커의 방

 

지은이 진승태의 에세이집 <버스커의 방>은 책꽂이와 비디오룸으로, 책장에 꽂힌 책들을 읽고서, 비디오룸에는 영화들이. 책꽂이에 담긴 16개의 이야기와 비디오 룸에 들어있는 12개의 풍경. 곡이 아닌 인문학으로 버스킹하기,

 

버스커 10년 차로 주말이면 악기를 챙겨 택시로 버스킹 장소로 이동한다. 450차례 이상, 그에게 버스킹은 새로운 세상인 듯싶다. 450개의 무대, 모두 같은 무대는 아니다. 버스킹은 나만의 거울 도시를 짓는 과정이다.

 

버스킹은 비극일까, 희극일까?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찰리 채플린)이라는 인용으로 글을 시작한다. 버스킹이란 행위는 예술이 아니다. 사실은 음악의 변방을 맴도는 행위에 가깝다. 관객들은 나를 긍정적으로 보는 듯하다. 내 안에 켜켜이 쌓인 나라는 사람의 맥락을 모르기에, 그렇다면 반대로 나는 어떤가, 날마다 버거운 일상을 버티다 주말이면 버스킹을 나가기에 내의지대로 그래서 내게 세상을 희극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창이 돼주는 게 버스킹이다.

버스커란 무엇인가에 관해서도 한마디 보태고 있다. 창작곡을 들고 세상에 나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함께 불러보자고 내 안의 음악적 열정을 토해내는 거라고, 각종 오디션에서 이제 지붕이 있고 팬들이 모이는 곳에서 멋있게 곡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를 수 있지만, 정작 자유를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적당한 타협도, 버스킹은 야성의 들판이다. 경제적으로 정해진 약속도 보장도 없다. 자유만 있을 뿐.

그에게 버스킹은 어떤 섬세한 오디오 장치를 통해서 품위있게 흘러나오는 고귀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서, 음악을 우려내고 생산하는 행위 그것이다.

 

인문학 버스킹

책꽂이에는 많은 책에 관한 이야기 실려있다. 버스커의 방이란 기실 버스킹을 나가는 지은이의 영혼 양식을, 그에게 삶의 깊이를 더해 주고, 세상을 바라는 보는 눈을 길러주는 그런 공간이다. 조지오웰이 나오고, 김두식의 <불편해도 괜찮아>, 고 노무현을 대한 생각의 반전을 “르네 지라르”의 논법으로 풀어내는 대목까지 소개하면서, 이청준의 <우리들의 천국>,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백 년간의 고독>를 해설하기도 한다.

 

나는 영화를 원한다. 하지만 영화는 나를 원하는가?

 

테오 앙겔로폴로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하는 글, 예술가 아니, 우리 모두의 소명의식에는 한 조각의 걸림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른바 직업의 귀천 의식이다. 경제적으로나 의식적으로나 사회가 급격히 성장(이는 정상발달 혹은 발전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과분수마냥 균형적이지 못함)을 못 따라가는 것들, 딴따라, 예술가라는 프레임에 버스커는 없다. 지은이는 이 대목을 에둘러 표현하지만, 실은 위와 같이 말일 터.

 

여기서도 고흐가 등장하고,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태풍이 지나가고> 속 주인공 료타의 삶…. 오늘의 그는 예전에 자신이 원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버스커의 방에는 문학과 영화의 세계가 펼쳐진다. 분량에 비하면 많은 작품에 관한 생각이 담겨있다. 꽤 재미있다. 버스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세상에 내놓고, 듣고 보는 이들의 생각은 내 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 멀리서든 가까이에서건 희극이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