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지성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의식, 실재, 지능, 믿음, 시간, AI, 불멸 그리고 인간에 대한 대화
마르셀루 글레이제르 지음, 김명주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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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지성들과의 대화

 

위대한 지성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생각법이 보통 사람과 어떻게 다른가를 좇는 게 아니라 이들이 세상을 받아들이는 법을 좇아가 보는 것이다. 2016년 템플턴 재단 지원으로 5년 동안 8번의 대화를 했다. “건설적인 협업”이라는 프로젝트로. 이 시대의 가장 도전적인 질문들을 주제로 토론, 논쟁했다. 실재의 본질은 무엇인가에서 AI 시대의 인류 미래 전망에 이르기까지….

 

8번을 각각 하나의 장으로 엮었는데, 1장 신경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와 철학자 데이비드 차머스의 대화 “의식의 신비”를 비롯하여, 2장에서는 불교학자와 이론 물리학자가 만나, 실재의 본질을 묻고 답하기도 그리고 3장에서는 지능의 미래를 주제로 천문학자와 철학자의 대화를, 이어 영성의 본질이 무엇인지(4장), 시간의 신비에 관하여(5장) 과학사가와 물리학자의 대화, 그리고 사이보그, 미래주의자 트랜스 휴머니즘이라는 주제로 신경과학자와 작가가 대화를(6장), 환경주의자와 의사가 만나 인간과 행성의 수명을, 마지막에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문학과 과학적 관점에서. 이 8개의 대화는 의식과 실재, 지능과 영성, 시간의 신비, 미래, 수명, 인간이란? 다들 제 나름대로 이런 주제에 관해서 한 마디쯤은 할 수 있다. 제 생각대로 말이다. 정답은 없으니, 이렇게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정답 없는 핵심 문제에 관해 다양한 생각을 드러내고, 묘안을 생각해내는 장, 번쩍이는 여러 아이디어를 내놓고 소통하는 장. 소통 불능에 세상에 사는 이들에게 이런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 까.

 

자, 지성들의 대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의식”은 인간만이 존재하나?

 

벌써 말하는 폼새가 남다르다. 1장의 안토니오 다마지오와 데이비드 차머스 이 두 사람은 신경학자이기도 하고 철학자이기도 하며, 다마지오는 심리학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의식”이란 주제로 고수들의 하는 말, 꽤 흥미롭다. “의식” 인간만이 의식을 가질까?, 문어도, 물고기도 의식이 있다면, 과학논문에 물고기 의식을 다룬 대목이 있다. 의식, 그렇다면 자의식이 있는가. 이점에 관해서는 둘 다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들 대화를 이끌어가는 글레이제르 또한 높은 식견으로 두 사람 대화의 핵심을 잘 정리해나가면, 새로운 주제로 이끌어간다.

 

실제 대담 현장을 보는 듯한, 상상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몇 줄의 글로 전할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이렇게 이어지는 대화들. 이들의 마무리, 다마지오는 이렇게 말을 맺는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놀라운 두뇌에 애초 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던 일거리를 많이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의식을 논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건강하게 살아 있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 에너지가 남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무언가,

 

과학의 세계, 신경과학이든 뭐든 인간의 의식을 탐구하는 것들, 사람의 살과 인공물인 실리콘의 용도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뇌에 관한 어떠한 연구와 시뮬레이션도 그저 미지의 세계에 관한 호기심일 뿐, 인간은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넘어서서 뭔가 할 것이라는 생각이 뇌에 부하를 가져오는 것이다. 인간은, 우리는 건강하게 살아있고, 하루가 끝날 때쯤에도 힘이 남아있어야 한다고.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엇박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 의식은 양심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는 다마지오의 말 또한. 곱씹어본다.

 

이론 물리학자와 불교학자의 대화, 과학, 마음과 의식 그리고 정신 과정

 

이 대목은 아주 흥미롭다. 아주 오래전에 양자물리학 공부하던 지인으로부터 불교와 과학은 꽤 닮은 구석이 있다고. 글쎄 견문이 적어 그가 설명하는 것을 모두 기억하지 못하지만, 핵심은 과학과 종교는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고. 당시에는 꽤 설득력이 있는 말로 들리기는 했지만….

 

실재론에 관한 생각은 매우 다양하다. 전문적으로 훈련된 사람들의 세계, 이른바 전문가, 연구자들 속에서도 견해가 엇갈려있다. “실재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핵심 질문은 현대과학이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믿음, 사후에도 의식이 지속된다는 믿음, 그리고 불가사의한 능력에 대한 믿음과 양립이 불가능한가?, 이런 믿음은 인류 문화 역사 속에서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에 관해서 물리학자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현대과학을 이루는 다양한 분야에서 관측하고 측정하는 게 정교하며 엄밀, 정확한 방법들을 개발해왔다. 단 하나의 예외를 제외하고 말이다. 다양한 분과 전부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마음, 정신 과정, 의식의 상태다. 인간이 높은 수준의 주의 집중, 마음 챙김, 성찰 기법은 아시아에서 5000년 동안, 불교에서 2600년 동안 이어 내려온 명상과도 관련이 있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지난 200년 동안 과학적 사고의 기술적 응용이 산업과 사회에 즉각적이고 심오한 영향을 미쳤고, 이에 따라 과학 교육은 기술자들, 대체로 구체적인 일에 초점을 맞춘 전문화 된 길드를 길러내는 일로 축소됐다. 과학의 갈래는 수없이 분화됐고, 분야마다 하나의 장벽이 세워져, 전체를 보는 눈을 잃게 됐다. 전체를 보는 눈을 다시 길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런 지성들의 대화, 생각지도 못한 내용과 논리, 그렇다고 기상천외하여 외경심마저 들게 하는 대목도 있지만, 인간의 정신세계와 현상, 이런 것들이 한데 어울려 빚어낸 문화라는 것, 세상은 전체로서 하나이지, 따로 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 대목 한 장씩 다시 읽어봐야겠지만,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들을 만날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즐거움이 너무 지나치면 이렇게 되나 싶을 정도로….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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